※ 이코노미스트의 「In America, you are what you eat」를 번역한 글입니다.
“소프레사타(soppressata)”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이탈리아 가공육 가운데 한 종류인데요, 지난주 한 뉴욕타임스 칼럼 덕분에 구글 검색 건수가 치솟았습니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칼럼에서 “고등학교 졸업장밖에 없는 친구”와 고급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겪은 어색한 순간에 대해 적었죠.
소프레사타를 비롯한 낯선 재료명에 친구가 소외감을 느낀다고 생각한 브룩스 씨는 자리를 옮겨 멕시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본인이 “계급중립지대”로 판단한 곳이죠. 브룩스 씨는 이 일화를 근거로 식문화와 같은 사회문화적 장벽이 경제나 정부 정책만큼이나 불평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일화와 주장 모두를 공격하는 날 선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고작 이탈리아 소시지 이름 하나를 기준으로 친구의 학력을 들먹인 것, 자의적인 결론에 따라 쓸데없는 배려를 베푼 것이 오히려 상대를 낮추어보는 태도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브룩스 씨를 비난한 사람들 가운데는 실제로 고급 샌드위치점 단골일 것 같은 해안지대의 고학력 리버럴들도 많았죠.
실제로 사회적 이동성과 살라미에 관한 지식 간에 뚜렷한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식습관은 계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브룩스 씨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설문조사기관인 유거브(YouGov)에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1,500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외식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스시는 얼마나 자주 먹는지, 프랑스 음식, 멕시코 음식, 이탈리아 음식, 인도 음식은 얼마나 자주 먹는지 물었죠. 어떤 음식은 실제로 응답자의 교육 수준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듯합니다. 일례로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한 응답자의 57%가 지난 1년 동안 스시를 1번 이상 먹었다고 답한 반면 대학에 다니지 않은 응답자 가운데서는 그 수치가 26%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브룩스 씨의 칼럼이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그의 주장은 큰 틀에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인 만큼 우리는 “소프레사타”보다는 더 널리 알려진 가공육으로 생각되는 “프로슈토”를 선택했습니다.
과연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사람 가운데 25%가 이 단어를 평생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응답자 중에서는 11%만이 같은 답변을 했죠. 멕시코 음식이 모든 계급을 아우르는 음식일 것이라는 브룩스 씨의 생각도 마찬가지로 사실이었습니다. 교육 수준이 낮은 미국인이나 높은 미국인 모두 비슷하게 타코를 외식으로 즐기고 있었으니까요.
자신의 정당을 세련된 코스모폴리턴들의 집합으로 생각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실제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즐긴다는 결과에 만족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차이도 결국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평균적으로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고, 도시에 모여 살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가본 적이 없는 시골 출신 민주당원이 “소프레사타”와 같은 식재료 이름에 코웃음을 칠 확률은 비슷한 공화당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인도 음식만은 예외였습니다. 거주 지역과 교육수준, 경제력이 비슷해도 공화당원이 인도 음식을 즐길 확률은 민주당원에 비해 40% 낮았습니다.
문제의 칼럼 마지막 부분에서 브룩스 씨는 홀푸즈(Whole Foods) 고객의 80%가 대졸자인 것은 가격보다 문화적 코드의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교육과 소득 수준을 소비 취향과 분리해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부유한 사람이 교육을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고요.
그러나 우리 설문조사 결과는 어떤 사람의 학위 소지 여부가 그 사람의 음식 취향을 추측하는 데 있어 통계적으로 유효한 잣대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식문화 차이가 미국 사회의 계급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계급의 존재를 드러나게 해주는 요소인 것으로 보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