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채용 프로세스에 대해서 대략적인 이해가 되었으면 제대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이력서(resume).
한국에서는 대기업 디자이너로 지원하게 되면 회사마다 이력서 포맷이 있어서 사진을 붙이고, 학력, 경력, 봉사활동 등등을 적어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기는 정해진 포맷이란 게 따로 없다. 굳이 정해진 포맷이라고 하면, 제출할 때 내는 파일의 포맷 정도? (.pdf, .doc 등등으로 통일한다)
사실 이런 포맷도 무의미한 게, 사이트에 직접 적어서 내는 경우도 많이 있다. 아, 사진은 준비할 필요 없다.
간결하고 또 간결하게
제일 중요한 것은 내용이 간략하고 명확해야 한다. “I designed~ “와 같이 중복되는 ‘I’ 같은 단어는 사실 불필요하다. 오래전에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께서 ‘일기장은 본인의 것이니까 ‘나는’ 이라는 단어는 안 써도 되요’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장을 길게 끌고 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기 쉬운 실수는 문장이 길어지는 것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읽는 사람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실제로 문장의 힘이 약해지고 문법적으로도 부정확해질 확률이 높아진다.
영어를 길게 능숙하게 써야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착각하는 것도 피해야 할 생각이다. 문장이 적당히 짧아야 힘이 있고 전달력이 좋아진다.
레쥬메는 아트(art)가 아니다
때때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이력서 템플릿’이라는 작업물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맞다. 눈에 띈다. 다만 그런 작업문 대부분들이 눈에만 띌 뿐, 선택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학부를 졸업하고 인턴을 구하려는데 그런 화려하고 fancy한 이력서를 사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이 되겠지만, 적어도 full-timer를 구한다면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
내용의 간결함과 마찬가지로, 레이아웃도 간결해야 보는 사람이 읽기에도 편하다. 가령 길게 문단형으로 쓰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bullet point를 사용해서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눈에 띌 필요는 있다
내용을 너무 단조롭게 하면 보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이 눈에 쉽게 안 들어 올 수 있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는 볼드체(bold)나 이탤릭체(italic)를 사용해서 읽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다. 고전적인 이력서 작성법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는 볼드체나 이탤릭체를 사용하는 것은 거의 금기시 되다시피 하는 것이지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내용파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도 원칙 없이 무작정 하기보다는 시선의 이동 방향을 고려해야 이력서의 내용이 눈에 쉽게 들어온다.
강조하려는 것이 무엇인가
학부나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과, 경력 있는 사람이 새로 옮길 회사를 찾는 것은 상황이 다른 만큼 이력서도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마친 학업을 좀 더 강조해야 하므로, 이력서의 내용상에도 학업(Education)을 좀 더 위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지금껏 쌓아온 경력을 강조해야 하므로 일한 경험(Working Experience)를 이력서 위쪽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다.
본인이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그 외의 순서들도 결정하면 된다. 수상경력이나, 전시경력, 출판경력, 봉사활동 등등.
페이스북? 링크드인!
여지껏 적지 않은 한국 학생들의 이력서를 봐주었지만, 가장 생각 못 하는 부분이 링크드인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점이다. 현재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회사 내부적으로도 이력서를 받는 시스템이 있지만, 이중 삼중의 검증을 하기 위해서 소셜 미디어를 레퍼런스로 적극 활용한다. 즉, 본인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회사가 판단하는데 소셜 미디어가 좋은 자료로 활용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만일 링크드인의 내용과 이력서의 내용이 다르다면? 지원자의 실수로 볼 수도 있겠지만, 회사입장에서는 좀 더 확실한 지원자를 찾아보지 않을까? 특히 신분이 불확실한 외국인 신분은 더욱 꺼리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귀찮더라도 확실히 내용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마무리하며
좋은 이력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구성도 좋아야 한다. 단번에 성취할 수 없으니 계속해서 작성해보고, 좋은 이력서들을 많이 보다 보면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나 역시 2013년도 겨울에 처음 작성해놓고 ‘이건 더 이상 손댈 수가 없어’라고 자신만만했지만, 지금까지 과장을 조금 더 보태서 20번도 더 수정했던 것 같다. 신기한 건, 이제 와서는 봐도 봐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원문: 히로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