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다. 고객의 만족/경험/라이프스타일이다.
이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도달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써드 스테이지 = 제안 능력이 성공의 근간이 되는 시대”론도 지금 시대를 체감하게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좋은 서점은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 담긴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판다. 좋은 항공사는 여객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는 고객의 설레고 기쁜 감정을 판다. 까페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지인과의 소통, 그리고 문화 향유의 만족을 판다. 공통점은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바로 그것을 우리가 알고, 그것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자”이다.
그럼 이것은 고객의 value chain(기업의 value chain과 다르다. 기업의 가치사슬은 최종품에 도달을 목표로 한다. 고객의 가치사슬은 최종 만족에 도달하는 과정이다)에 기업이 조금더 침투해 들어가는 작업일까? 가령, 츠타야 서점은 책만 던져주고 끝내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생각한다.
고객은 책으로 더 흥미진진한 생활 안내를 받고 싶어해. 그럼 우리가 그걸 좀더 도울 수 있게 서점을 구성하면 좋지 않을까?
츠타야가 고객의 가치사슬에 좀더 비집고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츠타야는 고객이 책을 구매하고 매장을 나간 후의 삶에 좀더 관심을 가졌다. (“우리의 거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고 외치듯)
하지만 이것 뿐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려면, 필연적으로 고객에게 약간의 놀라움을 줘야 한다. 여행 코너에 베테랑 여행업 전문가인 접객 직원이 있다면, 그는 고객에게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호주는 이렇게 여행하면 정말 좋아요”라고 팁을 줄 수 있다. 제안은 고객보다 한걸음 앞에서 약간의 팁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지도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은 삶의 모험가가 되고 싶어 한다
팁을 주는 것과 지시하는 것은 다르다. 팁은 ‘개인의 시간’을 보장한다. 개인의 시간은 공공의 시간과 구분된다. 공공의 시간은 이를테면 우리가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런 통제된 시간이다. 반면, 개인의 시간은 자율성이 기반이 되는 시간이다. 개인이 능동적인 자세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발견하려면, 자유와 응용의 여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의 시간은 지시가 아닌, 팁에 의해 추동된다. (개인의 시간이 여가시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근무 시간도 개인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시간이란, ‘스스로 추동하는 시간’이다.)
결국 개인의 시간을 가능케 하는 팁 (“고객님, 이제 스스로 길을 찾아 떠나보세요”) 을 주는 것이 커머스의 라이프스타일 제안이 지닌 본질이다. 마스다가 반복해서 “제안한다”는 말을 쓴 것도 그런 이유다.
요컨대 기업의 제안은,
- 고객의 ‘개인적인’ 가치사슬을 이해하고, 거기에 좀더 발을 들이려는 노력이다.
- 또 제안은 (흔한 큐레이션처럼) 지시가 아니라 한발 앞에서 선배가 되어 팁을 주고, 그 다음 단계는 스스로 발견하도록 놔두는 일이다.
고객은 삶의 모험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 자세가 삶을 진정 역동적이고 신비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일은 기업이 고객을 삶의 모험가로 일깨워 주는 작업이다.
눈 앞에 놀라운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져 있음을 살짝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기업이 고객을 공공의 시간에서 해방시키고, 개인의 시간으로 안내하는 것이 제안이다.
원문: Mark Lee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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