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악연의 시작, ACTIVE-X
새 정부가 우리를 공인인증서와 Active-X로 부터 해방시켜준다는 말을 듣고 광복의 기쁨만큼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정말인가 싶어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정부 홈페이지에서 플러그인 따위를 설치하지 않고도 간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고 가정해보자.‘라는 문구를 읽는데 순간 그런 날이 정말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봄처녀 가슴 설레듯 알싸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정부 관련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면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제발 오늘 문제없이 접속되어 계획한 작업이 잘 해결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忍 (참을 인)’자를 몸 구석구석 새기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익스플로러 창을 띄운다. 조심조심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팝업창에 YES를 연신 눌러 보지만, 그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에 어느 순간 에이 C8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온다. 그러고 나면 자괴감이 밀려오곤 했다. 아, 나는 정녕 국가의 서비스를 이용할 최소 인내의 자질도 갖추지 못했단 말인가?ㅠㅠ
Active-X급 불편함, 도로명주소
다른 대안 없이 무조건 사용해야 했던 공인인증서. 그리고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깔아야 했던 Active-X처럼 국가의 시스템과 체계는 많은 사람들의 멘탈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는 뼛속까지 시린 UX(유저경험)를 선사하곤 한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많은 분들이 토로하는 것처럼 온라인 보안 이슈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과연 그걸 국가가 나서서 강제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공인인증서의 편익이 그 불편함을 상쇄할 만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공방을 낳았고, 결국 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훌륭한 취지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불편이 수반된다면 그 편익의 크기가 불편을 상회하고도 남는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하며, 시대의 흐름이나 상황의 변화(기술의 발전 등)로 소기의 목적달성이 어렵다면 과감하게 유턴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시사한다. 국가의 기반 시스템이란 것이 당장에는 불편하더라도 장래를 위한 백년대계 차원에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 제도의 실효성이나 국민적 수용성에 대해서는 늘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2·제3의 공인인증서가 양산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쓰면 쓸수록 불편하기만 한 도로명 주소가 아무리 돌려봐도 이쁜 구석을 찾기 쉽지 않은 제2의 Active-X급 불편이라고 생각된다. 급기야 이제라도 예전 주소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든다. 물론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번주소를 시대와 상황에 맞게 개량해서.
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제도가 변해야 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는 신조를 갖고 사는 필자가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를 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혹시 도시 관련 전문가께서 이글을 보시고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격조 높은 선진국형 도로명 주소
도로명 주소는 주요 선진국에서 쓰이고 있는 격조 높은 주소 체계이다. 그런 만큼 매우 편리한 장점이 있다. 즉, 도로를 따라 시가지가 형성된 경우 어느 도로의 몇 번째 집이라고 하면 대번에 목적지를 찾을 수 있다. 짧은 식견이라 주로 미국을 예로 들지만, 미국의 광활한 땅 위에는 도로를 따라 시가지가 선형linear으로 개발되어 있다. 말을 타고 차를 타고 다니는 흑백 영화의 모습, 우리나라 지방의 국도를 따라 형성된 시가지가 연상된다.
하지만 도시의 경우, 그 모양은 사뭇 다르다. 보스턴과 같이 오래된 도시는 다소 예외이지만, 미국 주요 도시들은 보통 바둑판 같은 격자형Grid 도로구조를 띄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 뉴욕 맨하탄의 경우, 32nd street나 44th street처럼 남에서 북으로 순서대로 도로이름이 올라가고 동에서 서로 5th avenue, 6th avenue와 같이 이어지는 숫자형식의 주소를 쓰고 있다. 이는 핵! 편리하다. 숫자만 읽을 수 있다면 글을 모르고 뉴욕에 처음와 본 아프리카 콩고 사람도 대번에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사면이 도로로 둘러쌓인 바둑판 같은 블럭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히려 아래의 그림에서처럼 도로를 따라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구조가 연속으로 겹쳐진 것을 볼 수 있다. 즉, 아래 그림에서 보면 46가와 47가 사이에 놓여진 직사각형 블럭이 눈에 먼저 들어오겠지만, 살짝 시선을 올리면 47가 도로 아래위로 건물들이 쭈욱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6가의 윗건물과 47가 아래 건물이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다. 특이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바둑판 같이 나뉘어진 도로들의 너비가 비슷비슷해서 주요 도로와 간선 도로의 구분도 없거니와 아무 길이나 잡고 움직이면 끝에서 끝까지 이동이 가능하며 목적지 근처로 바로 갈 수 있다.
미국의 또 다른 고층 빌딩숲, 시카고의 경우에도 바둑판 모양의 일정한 간격으로 필지가 나뉘어져 있고 도로 양쪽에 건물이 들어서 있는 모습은 동일하다. 다만, 직사각형의 맨하탄과 달리 큼지막한 사각형 모양으로 필지가 잘라져 있고 대형건물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시카고는 건물 1층부터 지상 7~8층까지가 주차장으로 쓰일 만큼 맨하탄보다 자동차 사용이 월등히 많다. 지상도로 뿐만 아니라 도시 밑으로 지하도로가 깔려져 있는 등 자동차 중심의 도시라는 점이 뉴욕과 다르다.
(참고로 뉴욕의 직사각형 블록은 가로가 270m, 세로가 80m이며 건물 전면의 폭이 매우 좁은 직사각형 필지가 많다. 이 때문에 건물과 건물 사이의 이동 거리가 짧아져 보행자들이 걸어서 다음 건물로 이동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러한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 뉴요커들을 거리로 나와 걷게 만들었고, 활력 넘치는 거리는 세계 최고의 도시 경쟁력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우리는 달라
하지만, 길을 따라 선형linear으로 만들어진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오밀조밀 모인 블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도로명 주소가 과연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모세혈관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애당초 한국의 도심은 차량이나 도로를 중심으로 생긴 게 아니었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것은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말뚝을 박고 나서도 100년 후의 일인 만큼, 서울 도성은 오랜 역사 동안 도보를 중심으로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된 4대문 성곽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애당초 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레 생겨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건물과 판자촌이 즐비했고 구불구불 도로도 좁았으니 지번들은 들쭉날쭉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사이사이 차가 지날 수 있는 넓은 도로에 의해 자연스레 큼지막한 블럭이 형성되었고, 블럭 내부의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으로 사람들이 이동하였다.
그나마 6·25로 폐허가 된 구도심은 재건되면서 복잡했던 지번들이 통폐합되었다. 서울시에서 서울 도심의 땅들은 큰 덩어리로 묶어야 개발할수 있도록 70년대부터 미리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 덕에 오늘날 명동 일대는 구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도심이 정비되어 있고 대형 고층빌딩들이 들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소달구지에서 전차, 버스, 지하철 등으로 이동수단이 바뀌었다 해도 그 이동수단이 지나는 도로는 그대로 남아 도시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도로에 의해 구획된 블록들은 오늘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하지만 지역과 지역을 이동할 수 있는 대로나 ‘주요 도로’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상당수의 도로들은 블록 내부를 연결하는 매우 짧은 거리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꼬불꼬불 꼬여있고 중간에 끊기거나 합쳐지는 골목길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골목 도로는 다음 블록의 도로와 연결되지 못하고 주요 도로에 의해 차단되고 만다. 그래서 자동차를 타고 길을 따라 길게 이동할 수 있는 도로는 테헤란로, 강남대로 같은 주요 도로밖에 없다.
줄줄이 딸려 오는 비엔나 소시지에 비유해 보자. 우리는 길이가 긴 소시지는 몇 개 가지고 있지 않다. 짧은 소시지만 다종다양하게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소시지가 길어서 한 줄 뽑으면 몇 km씩 이어진다. 많은 필지들이 그 소시지에 붙어 있어 도로명 주소를 쓰는 데 매우 적합하다. 반면, 우리는 소시지가 너무 많다 보니 하나하나 이름 붙이기도 힘들고 기껏 이름 붙여봐야 붙일 건더기가 많지 않다.
소유권은 어쩔껴
전통적으로 시골에서는 노동집약적인 농사가 이뤄졌다. 먹을게 귀하던 시절이니 어디라도 작은 땅이 있으면 허투루 쓰지 않고 알뜰살뜰 활용했다. 거기다 양지바른 산 구석구석에는 조상님을 모시는 무덤을 만들다 보니 전국 모든 곳에 오래전부터 선을 긋는 복잡한 땅 소유권(필지)도 생겨났다. 논밭과 무덤은 도로가 반드시 필요한게 아니었으니, 앞으로 도로명 주소에 필지 소유권 정보를 담는 데는 여러 한계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너의 이름은 ‘불편해’
애당초 누울 자리가 안 나오는걸 억지로 하려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편이 발생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면 서울 강남은 처음부터 슈퍼블럭(한 블럭의 크기가 엄청 큰)단위로 쪼개져 계획되었고, 주요 도로도 10차선에 이를 만큼 큼지막하게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구획에서는 목적지를 찾아가기 위해 주요 도로에서 블록 내부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한참 들어가야 한다.
골목길은 원류가 어딘지 알 수 없고 모세혈관처럼 중간에서 서로 합쳐지거나 갈라지고 막혀버린다. 길따라 가면 어차피 중간에 막히거나 갈라질 것이다. 도로 자체가 짧게 나타났다 사라져 버리니 목적지를 가기 위해서는 여러 도로를 갈아타야 한다. 애당초 도시 설계가 길 하나 잡고 따라가면 계속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1번길을 따라가면 2번길로 합쳐지는데 조금만 더가면 3번길이 나오고 조금만 더가면 4번길이 나온다. 우리집은 4번길의 124번째 집이다’라는 식으로 부연과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골목길 자체’를 찾기가 어렵고 ‘길 따라가기’도 어렵다.
물론 국내에서도 하나의 길을 따라 건물들이 이어져 있는 지방이나 시골, 또는 산길처럼 접근방법이 유일하고 길게 이어져 있는 곳의 경우 앞서 애기한 선진국형 주소체계가 훨씬 편리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넓은 주요 도로에 면하고 있는 건물의 경우에도 도로명 주소로 찾기도 쉽고 쓰기도 쉽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그래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적고 불편을 겪는 사람은 많아지는 형국이다.
블럭이 크다 보니 우리가 익히 이름을 알고 있는 ‘테헤란로’처럼 주요 도로의 이름을 쓸 수 있는 건물은 대부분 대형건물이다. 그 수도 적다. ‘테헤란로’보다 훨씬 많은 이면도로에 붙은 작은 필지들은 이름만 듣고서는 어딘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테헤란로 127길’이라는 복잡한 주소 이름과 건물 번호로는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골목골목 동서남북 중구난방으로 얽혀 있는 수많은 도로에 이름을 하나하나 지어서 붙이는 게 녹록한 일이 아니다 보니 도로 이름도 길어진다.
여기에 지역적 특징을 가미하다 보니 도로 이름이 기괴해진다. 충남 홍성군의 ‘토굴새우젓길’이나 경기도 파주시 LCD단지의 ‘엘씨디로’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이름이 영문으로 변환되면 더욱더 가관이 된다(!)
또한 우리나라 주택의 60%는 아파트다. 그러면 ‘서초동 100번지 A아파트’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서초대로 127길 35(서초동 A아파트)’라고 장황하게 쓸 필요가 있을까?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수준의 주민관리 시스템인 주민등록제도가 있고, 동사무소 단위의 밀착형 행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OO동’이 지역의 이름이 되어 버렸다. 지역을 설명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정보다. 그러니 주소를 설명한 뒤 부가 설명으로 OO동 이름을 달아야 한다. 새로운 불편이 생긴 것이다(여기에 행정동과 법정동 이야기까지 하게 되면 입이 아플 정도가 된다).
하지만 이제 그 불편은 온라인에서 정점을 찍는다. 간단하게 시군구 정보에 번지수만 입력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도로명 주소 입력은 정말 Active-X만큼이나 불편하다. 특히, 주소 입력 모듈에 건물번호를 입력하는 기능이 없으면 해당 도로에 붙어있는 모든 건물들이 리스트에 뜨고 수십 페이지를 뒤져서 해당 건물 번호를 찾아서 클릭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황당함을 경험해 봤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악의 네비게이션 입력
가끔 택시기사님이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 위험천만하게 네비게이션에 도로명을 초성검색으로 입력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런데 한 번은 숫자 입력이 여의치 않자 논현로까지 입력한 후 모든 검색결과를 1길부터 순서대로 하나씩 넘기는 것을 봤다. 그렇게 엉거주춤 왼손으로 운전을 하면서 오른손으로 네이게이션 수십 페이지를 뒤로 넘기시더라. 게다가 논현로 111길이었다ㅜㅜ.
각자의 네비게이션 주소 입력 경험을 생각해 보자. ‘논현로111길 123’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번거롭게 한글과 숫자를 오가면서 몇 번씩 단추를 눌러야 한다. 운전 중에 하기에는 당연히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원래는 차를 안전한 곳에 세워놓고 입력해야 하지만_
요즘 같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환경에서는 간단히 시군구 정보에 지번주소만 넣어도 정확한 GPS 정보가 뜬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맵은 위치뿐만 아니라 가는 길과 차편, 소요 시간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모든 택배와 배달 서비스는 디지털화되어 퀵배달 기사는 모바일 기기를 3~4대씩 차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작금의 상황에서 도로명 주소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을 것 같다. 어차피 도로명 주소 논현로 111길이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켜거나 스마트폰 검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
사실, 기존의 지번주소 시스템을 없애려 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지번주소가 일제의 잔재라는 것 때문이었다. 토지수탈과 세금부과의 목적으로 지번을 붙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도심은 미국이나 서구권의 도시보다는 일본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우리의 시군구 체계나 교통환경(지하철 중심 도심)도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도 그동안 신주소로의 변화를 1967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도로명 주소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도 50년째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우리가 겪는 불편함과 이슈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래서 50년이 지난 지금 교토는 도로명 주소를, 도쿄는 지번 주소를 쓰고 있다. 덕분에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그만큼 사회 기반 시스템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르기 위해 숟가락, 젓가락을 버리고 포크와 나이프로 바꾸자고 하면 무척 황당할 것이다. 그처럼 각 나라와 문화에는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우리네 삶의 터전의 활용, 공산의 이름, 사회 시스템은 우리에게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쓰여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의문이 든다. 우리 실정에 도로명 주소는 정말 제대로 된 해결방안인가? 추가적인 국민적 합의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나, 기술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속도보다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 머지않아 위도와 경도의 GPS가 내포된 주소 체계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에서의 의사소통과 지도 검색에 구글의 번역기와 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술은 단순한 의사소통과 길 안내에서 벗어나 문학 작품까지 기똥차게 번역해 낸다. 언어나 문화, 시스템이 다르다고 해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과 불편함은 글로벌 시대와 AI시대에 접어들며 매우 빠르게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도로명 주소도 이미 서구권에서 오래전 아날로그 시대에 쓰이던 잔재이다. 이참에 아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주소체계로 건너뛰는 것은 어떨까 긁적거려 본다. 마치 중국의 금융기관처럼 말이다.
그동안 중국은 제대로 된 제도권 금융기관이 없었다. 그래서 은행 지점을 하나하나 열었냐고? 아니, 모바일 시대를 맞아 ‘알리페이’와 같은 혁신적인 온라인 금융서비스로 건너뛰었다. 마치 그처럼 말이다.
원문: 남성태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