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이라고 하면 굉장히 지저분한 얘기 같지만, 하루에 한 번씩 무사히 변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릅니다. 소화기관의 어느 곳에서든 이상이 있으면 배변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일 아침 정상적으로 대변을 보는 사람은 소화 기능이 거의 정상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내 몸 공부』(엄융의, 창비)에 나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면서 유일한 걱정이 건강이다. 게다가 나를 만나는 이들은 늘 내 건강 걱정을 한다. 유명한 블로거가 작고할 때마다 다음은 당신이 될 수도 있으니 건강을 챙기라는 충고를 대놓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니 내가 건강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가끔 건강에 대한 책이 오면 읽어보곤 한다.
『내 몸 공부』는 그래서 읽어보았다. 명품 강의여서인지 쉽게 머리에 속속 들어온다. 나는 아침마다 제대로 된 대변을 본다. 그걸로 끝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소화 기능은 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이든 소화를 해낸다. 치아와 소화기관, 관절만 정상이면 아무 걱정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는데 나는 아직 세 곳 모두 괜찮다. 무리하지 않게 매일 걸으니 말이다.
그래도 40년 마신 술은 끊었다. 좋은 것은 장복해야 한다고 정말 열심히 마셨다. 그런데도 소화기관이 멀쩡한 것은 집안 내력 덕이다. 어머님도 세끼 밥은 꼬박 드신다. 나도 그걸 물려받은 것 같다. 그래도 올해 초부터 술을 끊고 나니 소화기관은 더욱 좋아지는 것 같다. 다만 주말에 낮잠을 많이 자면 좀 피곤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나이 탓인지, 아니면 내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어제도 한 후배와 만나 저녁을 했다. 회를 놓고 상대는 맥주 한 병을, 나는 물을 2리터쯤 마셨다. 공장 이야기를 하는데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힘겨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출판전문지 발행인인 내 역할을 생각하니 그것도 좋은 공부였다. 상대는 내 역할을 종종 강조했다. 2차는 과일주스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전을 안주로 해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제격이지만 이제는 술이 별로 땅기지 않는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다. 미래가 불안하면 스트레스는 커진다. 하지만 나는 불안하지 않다. 2010년에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하고서는 너무 힘들었다. 아마도 내 돈으로 창간했으면 벌써 접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창간자금을 모아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뛰었다.
이제는 내 인생에서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든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현실화되면서 교육이 달라지고 있다. 학교도서관저널이 펴내는 책들은 새로운 시대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마음부터가 편하다.
이제는 연구소다. 미래의 먹거리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어제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미 시장에 대한 탐색은 끝났다. 이제 제대로 펴내면 된다. 몇 년 뒤에는 이 또한 신의 한 수였다는 판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강의에서 ‘퍼블리터’(퍼블리셔+에디터)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나는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에디라이터가 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책을 만들면서 좌절도 겪어보아야 하고, 이미지를 대상화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할 필요가 있는데 주관이 없는 사람은 타인의 의견에 휘둘릴 수가 있다.
원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