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ip to content
  • Skip to secondary menu
  • Skip to primary sidebar
  • Skip to footer

ㅍㅍㅅㅅ

필자와 독자의 경계가 없는 이슈 큐레이팅 매거진

  • Home
  • 스타트업
    • 마케팅
    • 투자
  • 시사
    • 경제
    • 국제
    • 군사
    • 사회
    • 언론
    • 역사
    • 정치
    • 종교
  • 문화
    • 게임
    • 교육
    • 덕후
    • 만화
    • 스포츠
    • 애니
    • 연예
    • 영화
    • 인문
    • 음악
    • 책
    • 학문
  • 테크
    • IT
    • SNS
    • 개발
    • 공학
    • 과학
    • 디자인
    • 의학
    • 환경
  • 생활
    • 건강
    • 부모
    • 성인
    • 여행
    • 영어
    • 음식
    • 패션
  • 특집
    • 개드립
    • 인터뷰
  • 전체글

6월 말, 성적 정정 메일을 받는 어느 교수의 소회

2017년 7월 17일 by 감동근

6월 말은 일 년 중 가장 괴로운 시기다. “인맥을 통해 기출문제를 구해다가 달달 외운 학생들 때문에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들이 있어서, 지난 네 학기의 시험 문제와 풀이를 수업 자료실에 모두 올려준다. 기출문제라 해봐야 어차피 교과서 예제 수준의 문제들이지만. 그리고 이번 전자기학 중간고사는 총 50점 중에 44점 어치를 기출 문제에서 그대로 냈고, 기말고사도 총 50점 중에 40점 어치를 그대로 냈다.

이런 시험의 평균이 총 100점 만점에 41.4점이다. 학점 퍼주기를 막기 위해서 A는 상위 30%까지만 줄 수 있고, B는 상위 70%까지만 줄 수 있다. 이것을 학생들은 30% 이내면 A를, 70% 이내면 B를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는 퍼주는데 우리 학교만 너무 짜다”니까 위의 비율을 최대한 채워준다.

A+와 A0는 점수 차이가 유독 크게 나는 구간이 없다면 대개 15% 선에서 자른다. B+와 B0는 대개 50% 선이 되겠다. 그랬더니 73점 이상 A+, 59점 이상 A0, 40점 이상 B+, 22점 이상 B0, 12점 이상 C+, 1점 이상 C0를 주게 됐다.

이 필자분도 D+를 주는 심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으셨다

지난 네 학기 기출문제 해봐야 겹치는 것들도 많아서 15개도 안 되고, 이것만 정말 달달 외워와도 163명 중 8등을 할 수 있다. 대학에서 전자기학을 공부했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된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접고, 최소한의 성의 차원에서 봐도 C+를 받은 학생들은 사실 F가 마땅하다. F를 안 주는 유일한 이유는 저 학생들을 또 만나기 싫어서이다. 재수강하겠다고 들어와서 수업 분위기만 망치고 또 F 받아 마땅한 점수를 받아간다.

학기 수업 내내 받은 질문보다 더 많은 성적 청탁 메일을 받고 있다. 시험지 채점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은 학생의 당연한 권리다. 방학 중에 시험지 확인하러 학교에 나오면 번거로울까 봐 채점된 시험지를 스캔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그것 말고 grade를 올려달라는 청탁 말이다. 이미 두 번 학사경고를 받아서 F를 받으면 제적당한다, 성적이 얼마 이하면 국가장학금을 못 받을 텐데 그러면 가정 형편상 학교를 계속 다니기 힘들다, 조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등 6년째 반복되는 얘기들이다. 한결같이 “이런 부탁드리기 무척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죄송한 줄 알면 하질 말아야지.

그래도 ‘죄송합니다만’ 쓰는 게 어딘가 싶다.jpg

예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재수강이 난무하는 문제 때문에 올해부터 B0 이상은 재수강을 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B0를 줄 바에는 차라리 C+로 내려달라는 얘기다. 이건 합리적인 요구라고 생각하는지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이런 청탁 메일들은 읽고 씹는다. 연구실 문 앞에 뻗치고 있는 학생들도 간혹 있어서 일부러 출근하지 않을 때도 있다. ‘텀블러 폭탄’도 좀 신경 쓰인다.

농부가 밭을 탓하면 안 되겠지만, 또 털고 일어나기 위해서 한 번만 구시렁거렸다.

우리 모두 힘내요… 2학기도 망하면 안되니까

원문: 감동근의 페이스북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웹툰 『대학일기』

Filed Under: 생활

필자 감동근 twitter facebook

1997년 KAIST 물리학과 재학 중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와 IBM의 인공지능 딥블루의 대결을 보고 전자공학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2006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7년부터 미국 IBM 연구소에서 퀴즈 인공지능 왓슨 개발에 참여했다. 2011년부터는 아주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에는 전세계 35세 이하 공학자 가운데 연구 업적이 뛰어난 한 명에게 주는 '젊은 우수 공학자상'을 수상했다.

Primary Sidebar

SPONSORED

RECOMMENDED

Footer

ㅍㅍㅅㅅ

등록번호: 서울, 아03293
등록일자: 2014년 8월 18일
제호: ㅍㅍㅅㅅ
발행인: 이승환
편집인: 이승환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9 12층
발행일자: 2014년 8월 18일
전화번호: 010-2494-1884
청소년보호책임자: 이승환
Privacy Policy

Copyright © 2025 · Magazine Pro on Genesis Framework · WordPress · Log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