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본래 스파이더맨의 인기는 높았지만 마블이 제작자로 붙는 데다 아이언맨까지 튀어나오니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인기몰이는 당연한 일이겠죠. 홈커밍이란 미국 학교의 파티를 가리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학교 파티 준비가 한창인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스파이더맨은 본래 고등학생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는 그러다가 토니 스타크의 눈에 띄어 ‘시빌 워’ 때 함께 활동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피터 파커가 제작한 오프닝의 홈비디오에서 스파이더맨 시점의 ‘시빌 워’를 볼 수 있어요. 난데없이 베를린에 도착해서 활동하던 장면의 뒷얘기. 그것만으로 웃음이 넘쳐흐르기에 충분하죠.
아내가 ‘꼬마 데드풀 같다’는데, 맞아요. 사실은 데드풀이 스파이더맨을 흉내 낸 거지만. 그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영화는 물론 드라마까지 포함해도 이제까지의 스파이더맨에게 맛볼 수 없었던 원조 분위기가 물씬 풍기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어느 정도는 ‘청소년다움’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제대로 스파이디‘라고요. 이런 걸 보고 싶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책임이니 뭐니 하며 슈퍼 히어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친절한 이웃’으로 활약하는 거 말이에요.
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멋진 활약을 했죠. 캡틴 아메리카와 싸웠잖아요? 아, 비밀이지만. 그 캡틴 아메리카… 지금은 ‘전범’으로 쫓기고 있지만(별로 쫓는 느낌은 없어요, 아마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그가 정말로 존재하는 세상이 어떤지 잘 보여줍니다.
도둑들이 어벤져스 마스크 쓰고 스파이더맨과 싸우는 건 별 게 아니에요. ‘캡틴 아메리카 체육 교육 비디오’를 학교에서 틀어준다고요! 정말로 놀라운 일이죠. 이런 깨알 같은 재미, 그럴듯한 이야기가 가득한 작품입니다.
어… 액션. 음. 물론 스파이더맨의 액션도 좋죠. 하지만 1편에서처럼 거침없이 빌딩 숲을 날며 악당과 격전을 벌이는 건 기대하지 맙시다. 그는 어디까지나 ‘친절한 이웃’이거든요. 아직 ‘왕초보 모드’를 벗어나지 못한 신참이라고요. 하지만 멋집니다.
물론 악당도 꽤 괜찮아요. 그야말로 ‘어른’이라는 느낌이죠. 그가 본래 배트맨이었다는 점은 잊어버립시다. 그는 완벽한 ‘벌처’에요. 마블 세계관의 벌처 말이죠. 외계인 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윙 슈트를 장착하고 날아다니며 데미지 콘트롤의 장비들을 훔쳐다 개조하여 팔아먹는 뒷골목의 무기 상인 말입니다.
자, 그런 무기 상인의 짓거리가 스파이디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베를린 공항에서 어벤져스와 싸운 이래 활약하고 싶어 좀이 쑤신 피터 파커의 눈에…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고등학생 시점에서 바라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스파이더맨의 고심과 노력도 잘 보입니다. 토니 스타크와 함께 싸운 이래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 애쓰는 21세기의 10대 청소년의 모습으로서 말입니다.
설정상 그는 만 15세. 정말로 어린아이죠. 그런 아이가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게 잘 보이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어른 세계 속에서 발돋움하는 아이의 귀여움도 넘쳐납니다.
아이언맨이 날아다니며 악당과 격전을 벌이는 장면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접어버리세요. 이건 어벤져스가 아니라 ‘친절한 이웃의 스파이더맨’이니까요(굳이 누설하자면, 쿠키에서조차 어벤져스의 중요한 사건이나 예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데드풀처럼 유쾌하고 깨알 같은 재미가 넘쳐나는 즐거운 영화를 바라신다면 이 작품은 그 만족도를 150%, 아니 1,000% 채워줄 겁니다. 10대 청소년부터 어른들까지 즐겁게 보면서 만족하고 감동할 수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웃을 수 있는 작품.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추신
참, 마지막 스탭롤을 놓치지 마세요. 그야말로 스파이디스러움이 가득하니까. 물론 쿠키 영상을 위해 기다리겠지만 쿠키 영상보다 여기서 더 멋져요.
추추신
쿠키 영상은 두 개입니다. 둘 다 스토리 면에서 중요한 건 없는데, 두 번째 쿠키 영상의 재미는 “왔다!”입니다.
원문: 표도기의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