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정우현 MP그룹 회장의 갑질 행동에 대한 옹호 차원의 포스팅이 아님과 동시에 마노핀 측으로부터 어떠한 부탁 없이, 순수한 목적으로 작성한 포스팅임을 밝힙니다.
지상보다 지하에 훨씬 많은 매장을 보유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카페 ‘마노핀’입니다. 마노핀은 ‘미스터 피자’로 유명한 MP 그룹(구, MPK 그룹)에서 2008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새롭게 런칭한 커피&머핀 전문 카페입니다.
마노핀이 보유한 총 매장 55곳 중 무려 30개 이상의 매장이 지하철 역사 ‘안’에 2~3평 규모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명 지하철역 ‘구멍가게’ 격인데요. 구멍가게라고 해서 매출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점(월 매출 6,400만 원) 잠실역점(5,100만 원) 사당역점(4,600만 원) 등의 매장에서는 월평균 매출 4,000만~6,000만 원이 나옵니다. 마노핀의 매출 상승을 이끌어주는 손님은 바로 지하철로 직장을 오가는 ‘직장인’입니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꺼리던 ‘지하’로 들어가다
마노핀이 생기던 2008년은 다양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확장적으로 몸집을 키울 때입니다. 스타벅스, 카페베네, 커피빈, 할리스, 엔제리너스와 같은 고급 커피전문점부터 시작해서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롯데리아 등과 같이 기존 F&B 사업을 하던 업체들도 커피 제품을 출시하며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죠.
그럼, 이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전략적으로 공략한 지역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번화가’입니다. 스타벅스가 입점했느냐 아니냐로 번화가가 맞냐 아니냐 기준이 세워지던 시기입니다. 번화가에 입점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빠르게 높이고 업체로서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상징적인’ 성격이 강했죠. 또 단순히 매장 수로 업계 순위를 매기곤 했던 당시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빠르게 매장 수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고, 그러다 보니 번화가 몇 블럭을 사이로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마노핀은 대형 커피 전문점들과의 ‘번화가 기반 매장 수’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2009년 4월, 마노핀은 ‘지하철역 내부’로 들어오는 결정을 내립니다. ‘마노핀’의 지하철역 버전인 ‘마노핀 익스프레스’를 선보인 거죠.
오늘에야 지하철 역사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는 것이 낯설지 않지만 2011년 당시만 하더라도 지하철 역사 내부의 작은 규모에서 영업하는 것은 ‘볼 품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지하철 역사’는 쳐다도 안 봤죠.
하지만 지하철 역사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번화가에 있는 지상 매장의 임차료에 비해 저렴한 반면 지하철 첫차부터 막차까지 고정 유동인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또한 역사 내 동일 업종 영업 제한으로 인해 경쟁자 없이 영업할 수 있고 날씨의 영향도 받지 않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하’에서는 항상 똑같은 날씨인 셈입니다.
그렇게 전략적으로 ‘지하철 역사’를 입점 지역으로 선택한 마노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입지 조건을 기반으로, 직장인을 만나는 최적의 장소를 차지합니다.
‘아침 7시’에 오픈하는 카페, 출근하는 직장인을 맞이하다
지하철 역사에 위치하는 마노핀 익스프레스의 영업시간은 아침 7시부터 입니다. 다른 일반적인 카페들이 오전 10시 이후에 문을 여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아침 7시에 오픈하고 만나는 손님은 대부분 ‘출근하는 직장인’, 모닝커피를 찾는 직장인들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겁니다.
출근 전에, 또는 출근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내놓은 「커피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2.2%가 출근 이동 중에 커피를 마십니다. 마노핀은 이 시간을 노렸습니다. 집에서 나서 지하철역으로 안전하게 입성(?)한 직장인들이 커피 1잔을 테이크아웃한 뒤 지하철에 타죠.
지하철 역사로 들어오면 언제 지하철이 들어오는지 디스플레이로도 확인 할 수 있어서, 여유 시간이 남는 경우 마노핀에서 퀵하게 테이크아웃할 수 도 있습니다. 또 날씨 변수가 없기 때문에 비나 눈이 오는 날 일반 카페나 편의점에 들어갈 때처럼 우산을 접고 펴는 귀찮은 일이 없습니다. 마노핀은 딱 지하철을 타기 직전 갓 나온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타이밍을 노렸습니다.
출근길 직장인을 위한 특별한 메뉴들을 선보이다
마노핀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500원입니다. 커피 1잔에 4,000-5,000원하는 일반 커피 전문점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이죠. 그렇다고 맛이 결코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에서 수입한 원두로 만든 아라비카 커피를 ‘990원’에 팝니다.
마노핀의 커피는 빠듯한 월급에 조금이라도 돈을 절약하기 위한 직장인들을 사로잡는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루에 1잔, 월요일부터 금요일 출근길에만 마셔도 일반 커피 전문점의 커피 1-2잔 가격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을 위해 특별한 메뉴들도 마노핀이 직장인을 사로잡는 이유입니다. 머핀과 커피를 세트로 한 ‘Breakfast’ 메뉴부터 시작해 출근길에 휴대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머핀을 개별포장해서 판매했습니다.
1끼 식사 대용 ‘미니 식빵’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식빵은 양이 많아 한 번에 다 먹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출근할 때 간단히 들고 가면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 것입니다.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출시 20일만에 2만 개가 판매되며 마노핀의 대표상품인 수제 머핀을 앞질렀습니다.
국내 아침 식사 시장 규모는 2009년 7,000억 대에서 2014년 말 1조 원대까지 성장했습니다. 아침 식사가 건강 관리의 필수 조건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직장인이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를 찾게 되었는데요. 마노핀도 이런 니즈에 맞춰 간편하면서 건강하고, 저렴하면서도 출근길에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에서 고객들과의 접점을 높였습니다.
마치며
분명, 마노핀은 다른 커피 전문점과는 차별화된 점이 있습니다. ‘지하철 역사’를 노린다는 점, ‘아침 7시부터 오픈’ 한다는 점, ‘출근길 직장인’을 주 타켓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마노핀은 단순히 매장 수로만 업계 순위를 다투고 번화가에 들어왔는지로 잘 나가고 못 나가고를 다투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싸움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중소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마노핀은 ‘특별한 전략’으로 2008년 오픈 이후 10년이라는 긴 시간 치열한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MP그룹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인해 MP그룹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었고, 미스터 피자 가맹점들이 무더기로 폐점되는 경영위기도 겪었습니다. 이는 분명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정우현 회장의 잘못입니다. 어떠한 사죄와 사과에도 쉽게 용서하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과는 별개로 ‘마노핀’의 사업 전략만 놓고 봤을 때는 중소 브랜드도 전략만 있다면 비즈니스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알릴 수 있다는 판단에 해당 글을 포스팅했습니다. 결코 정우현 MP그룹 회장의 갑질 행동에 대한 옹호 차원의 포스팅이 아님과 동시에 마노핀 측으로부터 어떠한 부탁 없이, 순수한 목적으로 작성한 포스팅임도 밝힙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