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SSG 지식향연’에 박웅현 CCO의 강연이 있었다. 약 700여 명의 학생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다. 박웅현 CCO는 도전과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찔레꽃 사진으로 시작했다. GIS(지리정보시스템) 전문가 송규봉 씨와 나무박사 강판권 씨, 가수 장사익 씨의 예를 들었다.
애초에 좋은 환경과 명확한 꿈과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떻게 지금의 성취를 이뤘을까. 그는 그 답을 대학 졸업 후 약 15년 이상의 막막함과 암울함 속에서도 자기에 대한 맹목적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였던 끈기와 노력에서 찾았다. 잘 들여다보면 찔레꽃처럼 누구나 자기의 매력과 강점이 있으며, 길을 찾는 건 어렵지만 찾아지긴 한다는 것.
강의를 시작하기 전 그는 “인문학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평수를 넓혀주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갖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 문장이 어떤 이에게는 긍정적으로, 어떤 이에게는 약간의 불확실성으로 다가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부연 설명은 다수의 학생에게 이 문장을 확신으로 바꿔줄 수 있었겠지만, 그런 것은 강연이 끝나고 스스로 노력해 채워 낸 청중만의 것이기도 하다.
작은 성공 이후의 삶
사실 나는 그의 팬이기 때문에 그가 쓴 책을 거의 다 읽어봤다. 오늘 한 이야기도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스토리여서 그다지 새롭거나 흥미를 자극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테드(TED) 강연 <창의성의 양육>과 <성공, 실패, 그리고 계속 창조하려는 동력>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창의성의 양육> 테드 영상은 어떤 큰 성공 뒤에, 아니 꼭 큰 성공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어떤 성취를 이루었을 때 그다음의 시도 자체가 두렵거나, 같은 성공 혹은 그와 유사한 반열에 오르지 못할까 봐 겁이 났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나를 포함한)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기자라면 어떤 기사를 썼을 때 대중의 반응이 의외로 뜨거워 대박을 쳤거나, 단편 영화를 찍었는데 칸 영화제에 가는 일이 생겼거나 했을 때, 그 이후에 우리는 또 같은 일을 통해 세상에 스스로를 선보여야 하는데 이게 이전과 같지 못할까 봐 선 듯 발이 나가지 않는 경험을 한다. 얼마 전 가수 싸이는 ‘아는 형님’이라는 프로에 나와서 이와 유사한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성공, 실패, 그리고 계속 창조하려는 동력’을 통해서도 내가 어떤 부담감과 압박으로부터 심리적 탈출구를 찾고 싶을 때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는 힘을 준다.
내 안의 천재성을 끌어내는 방법
이 글의 제목은 엘리자베스 강연 제목 일부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어쩌면 글을 모두 읽은 후에도 천재성을 끌어내는 명확한 방법이 없는 점에 실망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박웅현 CCO는 건국대 지식향연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아 기억에 의존해 옮김).
제가 하는 일이 광고를 만드는 건데 대부분 어떤 광고를 따기 위해선 입찰을 해야 해요. 보통 경쟁 PT라고 하는 이 입찰 과정에는 최소 4개 정도의 광고 회사가 참여하는데, 결국 1개 회사가 광고를 따고 나머지 회사는 모두 떨어집니다. 다들 스스로의 결과물에 확신이 가득한 사람들인데 떨어지면 좌절감이 실로 큽니다. 회복하기가 쉽지 않죠. 또 저는 팀 리더인 입장에서 후배들을 다독거리고 다시 끌어가야 하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4개 회사가 참여한다고 했을 때 산술적으로 25%의 승률이 나옵니다. 10번 중에 2.5번 이기는 거지요. 승률이 40%라고 가정하면 10번 중에 4번 이기는 건데 이게 달리 보면 6번은 늘 지는 겁니다.
그는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되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다잡고 더 좋은 방법을 찾고, 더 좋은 길을 찾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오는 기회를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찾고 잘 들여다보면 자기만의 강점이 또 보일 거라고.
엘리자베스 길버트 역시 어떤 창의적인 작업을 하며 결과물을 만들려고 노력할 때 그것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지니어스’가 나타나 나를 도와주는 때가 있고, 그런 자신의 노력과 끈기가 ‘지니어스’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위대한 창의적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성공해도, 실패해도 다시 그 자리(Home)로 돌아가 계속해나가는 것에 대해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Keep looking, Don’t settle.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아직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세요. 안주하지 마세요. 모든 마음과 관련된 일들이 그렇듯 찾고 난 뒤에야 그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박웅현, 엘리자베스 길버트, 스티브 잡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했지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메시지 하나가 있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내 안의 천재성을 끌어내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 생각해 본다.
원문: 로디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