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철학도 디테일도 실종된 경제정책 유감」이란 글을 읽었다. 마지막 부분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본 원칙과 우선순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왜 현재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성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비단 국가의 정책뿐만 아니라 작은 스타트업에서 조차 원칙과 가치의 부재는 고통과 후유증을 남긴다. 몇 가지 생각나는 단어를 나열하고 생각을 써본다.
채용
채용은 정말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채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채용 사이트의 고가 상품의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보는 정도의 노력으로 더 훌륭한 인재가 입사하길 기대한다.
현실적으로 HR 부서는 현업의 독촉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고, 현업은 본업이 있으므로 채용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한정된 시간과 인재풀 안에서 제한적 선택을 하고 그 결과는 그 누구의 몫도 아니며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모든 절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골고루 개입되어 있고 문제조차 특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들의 교육비로 매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지출하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다시 뽑거나 혹은 이들이 자발적 성장 노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행동 변화를 이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보상과 승진
보상과 승진은 회사가 직원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효과적이며 유일한 도구다. 이를 어떻게 적용하고 시행하는지에 따라 직원들은 그들의 행동을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인다.
회사의 매출이 작년 대비 50% 증가했을 때, 임원들은 어떤 보상을 받는지, 매출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서는 어떤 보상을 받는지, 비정규직은, 매출 기여도가 각기 다른 부서, 개개인의 직원은 어떤 보상을 받게 되는지는 직원들은 고스란히 보고 듣는다.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었을 때 이전의 보상과 승진을 경험한 직원들에게는 의사결정과 행동의 변화가 생긴다. 회사의 문화는 사실 상 구성원 개개인이 만든 이러한 변화의 누적이다.
원칙과 가치
앞서 말한 채용, 보상과 승진은 원칙과 가치가 없으면 모래성 쌓기나 다름없다. 보편적으로 더 선호되는 학력, 학벌 등을 제외하고라도 개개인의 구직자는 가진 것이 모두 다르다. 이때 회사는 원칙과 추구하는 가치에 맞추어 인재를 선별해야 하는데 이들의 부재는 결국 제비뽑기와 다른 바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벽에는 근면, 성실이, 말로는 능력 최우선주의인 회사가, 보상과 승진에 관한 평가는 정성적으로 한다면 직원들의 행동 인센티브는 어떻게 동작할까?
스타트업은 처음에 너무나 작게 시작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기성 회사에서 하는 각종 전표 작성과 사내 규정 재개정,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자잘하고 행정적인 일들은 깔끔하고 세련된 스타트업에는 없을 것 처럼 보인다. 모두 환상이다. 법인이란 단어의 의미를 곱씹게 되는 것은 스타트업에 입사한 첫날 일 것이다.
모든 자율은 원칙과 최소한의 규정 위에 움직일 때 올바르게 동작한다. 가치는 원칙으로 결정하기 힘든 상황의 충돌과 분쟁에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회사의 원칙과 가치가 누가 봐도 멋진 단어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혹은 보편적 가치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크다.
마무리하며
새로운 정책들이 ‘너만 모르고 알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정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원칙과 가치를 세우며 지켜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때론 실패하는 결정일지라도 그 결과는 성숙함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연에 기댄 성공은 의도할 수 없으며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새로운 탄창을 끼우면 100점짜리 과녁의 명중보다 0점 조정을 하는 편이 의지에 따른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그것이 기업이든 나라든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문: 로디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