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잠을 왜 꼭 자야 하는지, 잠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사실 중추신경계를 지닌 모든 동물이 조금이라도 잠을 잔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역시 여기에 대해서도 모르는 점이 많습니다.
비엔나의 분자 병리학 연구소(Research Institute of Molecular Pathology (IMP) in Vienna)의 과학자들은 예쁜 꼬마선충(C. elegans)같이 매우 단순한 생물체를 연구해서 이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예쁜 꼬마선충은 앞서 몇 차례 소개드린 것과 같이 1mm에 불과한 작은 동물이지만, 단순한 구조에도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어 실험동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키우기 쉽고 몸이 투명해서 내부를 들여다보기 쉽다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연구의 리더인 마누엘 짐머(Manuel Zimmer)와 그 동료들은 예쁜 꼬마선충의 신경세포를 하나하나 관측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물론 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신경 세포의 숫자가 모두 302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예쁜 꼬마선충의 신경세포는 수면 중 대부분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많은 신경 세포들이 어떻게 동시에 휴식을 취하고 동시에 깨어날 수 있는 것일까요? 연구팀은 RIS 라는 신경 세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신경 세포의 휴식을 조절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즉 신경 세포들이 일제히 휴지기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 후 갑자기 다시 깰 수 있는 것은 이를 조절하는 신경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예쁜 꼬마선충과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뇌의 다양한 부위를 동시에 쉬게 만드는 조절 부위가 반드시 존재할 것입니다. 물론 절대 쉬면 안되는 부위도 존재할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더 단순한 생물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잠의 비밀을 푸는 것은 학문적 호기심은 물론이고 다양한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