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전자레인지 하나쯤은 꼭 있죠. 특히 자취생에게는 필수품! 요리 못하는 모든 사람에게 문명의 축복이라 할 만큼 훌륭한 조리기구이자 실제보다 굉장히 저평가된 조리기구입니다.
왠지 돈 없는 자취생이 먹어야만 할 것 같은 이미지, 끼니를 대충 때울 때나 써야 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입니다. 뭐 전자파를 쐬어 건강에 나쁘다느니 유독물질이 생성된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소문도 많고요.
이번 글에서는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굉장히 쉽게 설명해보고 고기에 활용하는 방법을 하나 소개할까 해요. 원리를 이해하면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안하실 일은 없어질 것 같네요.
물의 구조
H2O. 바로 물 분자식인데요. 고등학교 화학 수준에서는 안 나오지만 대학교 수준에 가면 이 분자 내에서도 +극, -극 부분이 있다고 가르쳐줍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수소(H) 쪽이 양극(+극), 산소(O) 쪽이 음극(-극)입니다. 물론 얘네들이 이온 상태로 있을 때보다는 훨씬 미약한 힘이라서 고등학교 화학에서는 무시할 정도로 작은 힘이죠.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힘입니다. 자, 물도 양극과 음극이 있다는 걸 알아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시죠.
전자레인지 작동원리
전자레인지는 흔히 전자파(Microwave)를 쏘이는 겁니다. 사실 저도 물리학적으로 전자파라는 게 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게 전자레인지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는 알죠. 극성을 만들어 냅니다.
전자파가 어떻게 극성을 만들어내는지는 제쳐 둘게요. 전 물리학자가 아니니까요. 이 부분은 제가 공부할 때 그냥 외웠어요. 뭐… 자세히 가르쳐 주지도 않던데 그냥 넘어가죠.
이해를 돕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게요. 전자레인지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자석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좌) – (우)
(+극) – (-극)
근데 이 자석은 순식간에 양극과 음극을 바꿀 수 있어요.
(좌) – (우)
(-극) – (+극)
그걸 막 겁나 초 하이퍼 스펙터클 울트라 빠르게 계속 바꿀 수 있어요. 하긴 전자파가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건데 얼마나 빠르겠어요?
(좌) – (우)
(+극) – (-극)
(-극) – (+극)
(+극) – (-극)
(-극) – (+극)
…
안에 있는 물도 극성을 띠고 있다 했죠? 그 물은 이제 격동하는 변화의 시대에 놓여 있네요. 전자레인지의 왼쪽과 오른쪽이 극이 바뀔 때마다 물도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는 거죠. 자석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편합니다.
왼쪽 오른쪽의 위치가 계속해서 바뀌면 회전하겠죠? 어떻게? 막 겁나 초 하이퍼 스펙터클 울트라 빠르게. 그럼 물 분자끼리 마찰을 해서 열이 생깁니다. 그렇습니다. 마찰열입니다.
이 원리를 알면 전자레인지가 데워지는 핵심이 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냉동만두는 물에 적셔서 데워 드세요. 더 빨리, 고르게 잘 익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곳에도 활용할 수 있죠. 역시 저는 고기덕후니까 고기에 활용해 봅시다.
스테이크에 전자레인지를 어떻게 활용할까
누가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알고 혹시나 해서 해봤더니 역시나 엄청 잘 되더라고요. 아껴왔던 노하우인데 한번 풀어보죠.
스테이크를 완벽하게 굽고 싶다면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구우면 안 됩니다. 스테이크용 고기는 두껍잖아요? 프라이팬이나 숯에 고기를 올렸을 때 겉은 뜨겁고 안은 싸늘하기 때문에 골고루 익지 않거든요. 이렇게 구우면 황홀한 빛깔의 선홍빛 스테이크 속살을 보기 힘듭니다.
이런 빛깔 말이죠(고기 잘 굽는다고 깨알 자랑). 그래서 보통은 냉장고에 꺼내서 소금 후추 밑간하고 최소 20분 정도 상온에 둬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요. 경험으로는 1시간 정도는 둬야 거의 완벽한 상태가 되는 거 같더군요.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그래서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봤어요. 딱 30초만. 전자레인지의 장점은 전자파가 음식에 투과성이 좋다는 거예요. 겉과 안이 비교적 골고루 데워지죠. 잘 돼요. 30초 정도면 익는 것도 아니고 드립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딱 싸늘한 거 말랑말랑하게 온도 올려주는 정도만 하고 말더라고요.
첨단 기술은 활용하라고 있는 법이죠. 밖에 꺼내두실 필요 없습니다. 전자레인지 돌리세요. 참고로 이 팁은 스테이크 좀 굽는다 하는 분들을 위한 마이크로 팁입니다. 이후 과정까지 설명하면 너무 길어지니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
원문: 미트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