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즌 2가 <워너 원> 이라는 남자 아이돌을 배출하면서 종영을 했습니다. 본편만 한 속편은 없다는 시리즈물의 불문율을 깨면서 본편보다 나은 속편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매회 시청률 갱신을 거듭했고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9주 연속 1위를 차지했죠. 막판에는 팬덤 결집으로 인해 서울 지하철/버스 광고에서도 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보면서 느낀 점, 인사이트를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1. 프로듀스 101 시즌2 데뷔조 <워너 원> 은 시즌1 보다 훨씬 ‘돈’이 되는 그룹이 될 것.
남자 아이돌에 대한 팬덤이 여자 아이돌에 대한 팬덤보다 강하다는 것은 엔터테인먼트계 불문율. 팬덤은 결국 소비력으로 이어짐. 그래서 기획사들이 여자 아이돌보다 남자 아이돌을 더 많이 준비하곤 함. 또 여자 아이돌에 대한 남자 팬덤은 금방 변하는 대신, 남자 아이돌에 대한 여자 팬덤은 오래감.
아마 <워너 원>은 시즌1 <I.O.I>보다 훨씬 더 많은 팬덤을 모을 것이고, 팬들의 적극적인 소비력을 바로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룹이 될 듯. 이미 각 멤버들이 각자 팬클럽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팬덤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상황. 단순 연합으로만 합치더라도 기본 팬덤은 웬만한 데뷔 1-2년 차 아이돌 못지않을 듯.
소비력의 경우는 벌써 <I.O.I>를 뛰어넘고 있음. 지하철/버스 광고 집행이 월등히 많았던 점과 얼마 전 프로듀스 101 시즌 2 콘서트 암표 가격이 130만 원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팬들의 소비력은 벌써 행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음. (참고 : ‘프로듀스 101’ 시즌2 파이널 콘서트 암표 극성 7만7000원->120만원)
2. 팬덤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성장’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생각.
성장 스토리를 보여준 연습생들의 활약이 돋보임. 대표적으로 큐브 연습생 라이관린의 경우 6개월 연습생에 불과하지만, 폭발적인 성장과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로 마지막 데뷔 조에 합류. 또한, 탁월한 가창력으로 시즌1,2 통틀어 최초로 데뷔 조에 합류한 개인 연습생 김재환도 비슷한 맥락.
그 밖에도 프로듀스 101 시즌 2 연습생들은 100일 동안 성장하는 드라마를 보여줬고, 그 성장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팬들은 ‘내가 키운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을 듯. 이는 방탄소년단 성공 전략과 비슷. 방탄소년단도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로 대표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참고 : 소형기획사 소속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정상에 올랐을까?)
3. 기획사 입장에서도 프로듀스 101이 기획사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
사실 101명 중 대부분의 연습생이 큐브, 판타지오, 브랜드뮤직와 같이 중대형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획사 출신이었음. 대표적으로 인지도를 많이 쌓은 기획사가 바로 플레디스. 이미 한번 데뷔했지만 실패를 경험하고 프로듀스 101에서 다시 데뷔를 준비하는 소속 연습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큰 주목을 받은 기획사.
뿐만 아니라 위에화, MMO, 아더앤에이블 등 소형 기획사들이 알려질 기회가 된 건 확실. 아마 시즌3도 제작이 된다면 기존에는 Mnet이 기획사들에 컨택해서 연습생 출연을 요청했다면 이제는 기획사들이 먼저 프로듀스 101 제작진에게 연락해서 자사 소속 연습생들의 출연을 요청하는 상황이 오게 될 듯.
4. 영리했던 Mnet의 마케팅 전략이 돋보임.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에서 공개한 ‘연습생별 직캠’ 영상. 명분과 수익 모두를 챙길 수 있던 마케팅이지 않았나 싶음. 명분은 방송 무대에서 차마 주목받지 못해 묻힐 수 있는 연습생이 새롭게 발견될 기회를 주고, 수익은 직캠 영상 전에 보여주는 프리롤 광고로 거둘 수 있었음. 네이버 TV에서만 무려 전체 조회 수 2억 8천만뷰를 찍었으니 광고 수익만 해도 짭짭할 듯.
또한 시즌1과 달리 프로그램 굿즈를 판매하는 것도 돋보였음. 프로그램 자체가 브랜딩을 가져가려는 시도로 보임. 다만, 아쉬운 건 연습생 개개인은 팬덤을 가져갔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팬덤을 가져가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쉬움. 예를 들면 프로듀스 101이 화제성 있는 프로그램은 맞지만, 무한도전과 같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로그램’이 되지는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은 있음.
5. 멤버 구성 상 글로벌 아이돌로도 성장할 가능성 있음.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라이관린이 데뷔 조에 합류됐고 영어에 능통한 이대휘가 데뷔 조에 합류함. SNS, V LIVE 등을 통해 해외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글로벌 아이돌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임.
그렇게 된다면 Mnet은 이번 시즌2에 대해서 특별한 의미를 만들 수 있을 듯. 기존 프로듀스 101이 ‘국민이 직접 뽑은 아이돌’이라는 의미를 가졌다면 시즌 2는 ‘국민이 직접 뽑은 글로벌 아이돌’이라는 추가적인 의미를 가져갈 수 있을 듯.
6. 시즌1보다 약했던 점은 PPL과 트레이너 캐릭터.
시즌1의 경우 여자 연습생들이다 보니 화장품, 다이어트 음료 등이 PPL로 다수 등장함. 하지만 남자 편에서는 PPL이 있긴 했으나 ‘완판’이라든지 구매 행위로까지 이어지지 않음. 남자 출연진이 사용하는 제품을 ‘남자 시청자’가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
이에 반해 여자 출연진이 사용하는 제품을 ‘여자 시청자’들이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매우 많음. 이 점에서 프로그램 제작진 입장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을 듯. 그리고 시즌1에서는 걸크러시 배윤정 댄스 트레이너를 포함하여 트레이너별로 캐릭터들이 있었으나 이번 트레이너들은 캐릭터가 없었음. 새로 트레이너로 합류한 이석훈, 권재승, 던밀스 트레이너가 특별한 캐릭터를 못 만들어내면서 트레이너를 통한 이슈라이징은 실패.
7. 투표 시스템 구축과 관련하여 선거/여론조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
생중계를 보면서 의아했던 점은 중간 순위 발표를 왜 할까였음. 이번 데뷔 조 선발 때도 중간 11위에서 14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습생 4명을 생중계 도중 보여주면서 이 연습생들의 팬들을 결집시킴. 결국 4명 중 3명은 11위안으로 들어가서 데뷔의 꿈을 이루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뒷순위로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습생들이 있을 듯. 긴 생중계 시간 동안 긴장감(Tention)을 주기 위함과 동시에 전체 투표수 끌어올리기로 보여지는데, 결국 피해는 연습생에게 가는 듯.
중간 순위 발표로 떨어질 확률이 높은 연습생을 보여주게 되면 당연히 팬들은 불안한 심리에 투표하게 되고 위로 올라가게 될 수밖에 없음. 일반 정치 선거 때도 여론 조사 발표로 인해 비이상적인 결집력을 만들어내는 점을 우려해 공표 금지 기간이 있음. 또한, 선거일 당일에도 ‘중간 순위’ 발표 같은 건 없음.
투표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봄. 이대로라면 데뷔 조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연습생은 9주 동안 상위권을 계속 유지한 연습생이 아니라 “마지막 회 생중계 중간순위 발표에서 11등~14등”을 한 연습생이 될 것.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