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은 사실 그 자체로 배터리 전해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물질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죠. 앞서 소개한 바닷물 램프도 그런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다만 생성되는 전류의 양이 많지 않고 전극의 내구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지는 않습니다.
MIT 연구자들이 설립한 ‘오픈 워터 파워(Open Water Power)’는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아 바닷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배터리를 개발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배터리의 목적은 바다에서 장시간 작동할 수 있는 무인 잠수정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앞으로 무인 잠수정의 항속 거리를 10배로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바닷물 배터리의 양극(anode)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되어 있으며 음극(cathode)은 니켈 합금 소재로 되어 있습니다. 두 극 사이에 채워진 알칼라인 전해질에 바닷물이 들어가면 음극에서는 수산화 음이온(hydroxide anions, HO)과 수소 가스(H)가, 양극에서는 산화알루미늄이 형성되면서 전자가 나오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으며 알루미늄 전극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자체가 저렴한 데다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10배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무인 잠수정에서는 큰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해군의 무인 잠수정에 활용할 경우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항속 거리인 100해리(185km)보다 10배나 먼 1,000해리(1,852km)의 항속 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무인 잠수정용으로는 매우 잠재력이 큽니다. 부산물로 생기는 물질은 곧 바닷물에 반응해 물로 돌아가므로 환경 오염 위험도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입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화재의 위험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리튬 배터리의 경우 화재의 위험성이 있으며 특히 물과 접촉했을 때 더 위험하지만 바닷물 배터리는 본래 바닷물과 함께 작동하므로 화재나 폭발 가능성이 없습니다.
다만 이런 바닷물 전해질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한 번에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인 성능이 어느 정도 될지도 궁금하네요. 적당한 가격에 실용적인 성능을 낼 수 있다면 잠수정이나 잠수함 말고도 여러 분야에 쓸모가 많을 겁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