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부담감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인 과세이고, 하나는 노인 무임승차입니다.
종교인 과세는 개신교의 극심한 반발로 인해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교가 없지만, 개신교 신자가 많아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선거에서 표를 잃을 가능성이 크기에 정치인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하나의 과제인 노인 무임승차 문제. 이 문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점점 늘어나고 있는 노인 인구를 생각해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의 급증은 곧 노인 유권자의 급증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니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국가적 과제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노인 무임승차는 1984년 5월 전두환의 지시로 인해서 시행되었습니다. 당시 고령 인구는 전체의 4%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더 나아가 미래를 생각해보면 말이 달라집니다.
<65세 이상 인구>(자료- 통계청)
- 2015년 654만 명(전체 인구 대비 12.8%)
- 2045년 1818만 명(전체 인구 대비 35.6%)
- 현재 서울시 경로우대 지하철 무임승차 인원 2억 314만 명(2012년- 1억7655만 명)
- 전국 7개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하는 노인 수 4억1200만 명(전체의 16.8%)
- 전국 7개 도시철도의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액 5381억원(당기 순손실액 8419억원 중 63.9%)
가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손실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영상의 압박은 심해집니다. 이는 가격 인상을 부추길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경영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인원 감축이 생길 수 있고, 안전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됩니다. 노인 무임승차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하철 공짜로 타면서 질서도 없이 막 타는 노인네들 진짜 싫어!”
“지하철 공짜로 타면서 자리 양보 안한다고 고성지르는 노인네들 완전 밥맛!”
“출퇴근시간에는 좀 안타면 안되나?놀러가면서 꼭 복잡하게 타야되나?”
“지하철이 무슨 경로당인가? 여름만 되면 에어컨 빵빵한 지하철에서 죽치고 앉아서 시간 보내네..”
지하철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일부 노인들의 행태가 보기 싫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무임승차를 하지 말라는 식으로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철저히 합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장래성과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아울러 노인 빈곤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지공거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논어 같은 고전에서 나오는 말 같지만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의 줄임말입니다. 모든 노인들이 무료로 지하철을 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 요금을 내는 어르신들도 많습니다. 대표적 노인 단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노인회도 노인 연령을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노인을 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일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어르신들은 자발적으로 돈을 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에게 있어서 교통비는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경제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도 교통비는 꽤 부담스러운 고정지출인데 경제생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훨씬 부담이 크게 다가옵니다. 그렇기에 무작정 무임승차 비중을 줄이거나 요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는 노인빈곤율에 대한 해결책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게다가 무임승차의 책임이 노인에게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차라리 노인층은 합법적으로 무료로 이용하기라도 하지만 갖은 술수로 요금을 적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일반인들도 많습니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카드를 사용하거나 아예 휙휙 뛰어넘거나… 제가 직접 본 사례만도 수두룩합니다. 이런 행동을 못 하게 하려고 적발시 100배 수준이 아니라 정말 부담이 되는 수준의 벌금을 책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쌓이는 적자를 노인 무임승차에서만 찾아서는 안 됩니다.
전형적인 복지 후진국 대한민국. 노인 복지라고 생각하면 지하철 무임 이용과 노령연금 밖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지하철을 무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면 그에 따른 어르신들의 저항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더 나아가 야당은 이를 선거에 이용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노인을 버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렇기에 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근이 필요합니다. 기초노령연금을 올려준다던지, 어르신들이 두려워하는 치매국가책임제라던지 등의 당근 정책을 통해서 저항을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만 추후 있을 야당의 공세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개혁의 시기는 임기 1년차가 적기입니다. 높은 지지율이 형성되어 있을 때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과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노인무임승차 문제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노인 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무임승차 문제를 현행대로 놔둔다면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안그래도 첨예한 세대갈등이 더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혜로운 해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 바로!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