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럴 줄 알았으면 (이미 10년도 훨씬 전에 은퇴한) 길거리를 농구를 계속하는 건데 그랬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3대3 농구가 정식 종목으로 들어갔거든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현지시각으로 9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도쿄 올림픽 ‘세부 종목’을 확정했습니다.
종목하고 세부 종목은 뭐가 다른 걸까요? 종목은 ‘대분류’, 세부 종목은 문자 그대로 ‘소분류’입니다. ‘농구’라는 종목에 ‘3대3 농구’라는 세부 종목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간혹 ‘체조 ⊃ {기계체조, 리듬체조, 트램펄린}’처럼 중간에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종목도 있습니다. 세부 종목 숫자는 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숫자하고 같습니다.
요즘 애들은 뭐 하고 놀까
이미 올림픽에는 정식(양쪽) 코트에서 5대5로 맞붙는 농구 경기가 있습니다. 그것도 남녀부 모두 있죠. 그런데 왜 IOC는 코트를 반쪽만 쓰는 3대3 농구를 정식 종목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걸까요?
사실 고정관념에 얽매여 생각해 보면 3대3 농구만 어쩐지 올림픽하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게 아닙니다. 도쿄 올림픽 때는 스케이트보드에 금메달 4개가 걸렸고, 자전거 장애물 경주(Bicycle Motocross, BMX)도 같은 수의 금메달이 걸려 있습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금메달 2개, 서핑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습니다. IOC는 올림픽을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조금 다른 이벤트로 만들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갈수록 젊은이들이 올림픽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TV 시청률도 떨어지게 마련이고, 가장 큰 IOC 수입원인 TV 중계권료도 확보하기 어렵게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미국(북미) 4대 프로 스포츠(농구·NBA, 미식축구·NFL, 아이스하키·NHL, 야구·MLB)는 물론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도 올림픽보다 중계권료가 비쌉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도 마찬가지(혹시 맨 밑에 한글로 ‘평창’처럼 쓴 게 보이더라도 놀라지 마시라!).
처음에 IOC는 재미없는 종목을 올림픽에서 빼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게 잘 먹히지 않자 아예 재미있는 종목을 올림픽에 넣기로 방침을 바꾼 겁니다. 일단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나 그와 어울리는 답답한 친구들이 웬일로 한 건 해냈다. 그들은 나이 든 올림픽이 젊어 보이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평했습니다.
세상 절반 혹은 어떤 금빛 밸런스
한국 스포츠 팬들은 올림픽 금메달이 제일 많은 수영(49개)과 육상(48개)에 큰 관심이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도쿄 올림픽 때 두 종목에 혼성(混性) 계주가 생긴다는 점도 스포츠 팬들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리우 4관왕 케이티 러데키(20·미국·왼쪽)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펠피쉬’ 마이클 펠프스(32·가운데)가 한 레인에서 번갈아 가며 수영하는 걸 볼 기회니까요.
한국 팬들은 대신 양궁에 혼성 단체전 경기가 생겼다는 게 반가우실지 모르겠습니다. 리우 때까지는 올림픽 양궁에 남녀 개인·단체전 등 총 금메달 4개가 걸렸는데 도쿄 때부터는 5개로 늘어납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이 금메달 5개를 따낼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가는 건 물론 한국 선수 중에서 올림픽 3관왕이 나올 확률도 그만큼 올라가는 겁니다. 금메달을 싹쓸이하면 3관왕 두 명을 동시에 배출할 수 있게 되는 셈이죠.
IOC는 이와 함께 유도에도 혼성 단체전 경기를 신설했고, 탁구에서는 (남녀) 혼합복식이 세부 종목으로 들어왔습니다. 리우 대회 때는 혼성 종목이 9개였는데 도쿄 대회 때는 18개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그뿐 아니라 사격(6개), 역도(7개), 조정(7개), 카누(8개)도 남녀부 세부 종목 숫자를 똑같이 맞췄습니다. 세부 종목 숫자를 맞추면? 금메달 숫자도 똑같이 바뀝니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 세부 종목을 조정한 결과 도쿄 대회는 남자부 경기에 걸린 금메달 비율이 50% 밑(48.6%)으로 떨어지는 첫 번째 대회로 올림픽 역사에 남게 됐습니다. 당연히 거꾸로 여자부에 걸린 금메달 비율 45.8%은 역대 최고치입니다. 단, 혼성 (세부) 종목 비중은 3년 후 도쿄(5.6%)보다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때가 10.5%로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IOC는 이같은 세부 종목 변화로 도쿄 올림픽 전체 참가 선수 중 48.8%가 여성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리우 때 여성 선수 비율은 45.6%였고, 그 직전이던 2012년 런던 대회 때는 44.4%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체는 전체 올림픽 참가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5.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이 점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 건 지난해 리우 대회 때 호주 대표팀입니다. 호주는 남성 207명, 여성 212명으로 팀을 꾸려 브라질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한 나라 올림픽 대표팀 구성원 중 여성이 더 많은 건 리우 때 호주가 처음이었습니다. 반대 사례로는 역시 사우디아라비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2년 런던 대회 전까지 올림픽에 여성 선수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클린 시트(clean shee)
도쿄 올림픽 종목 숫자는 총 33개로 리우 때보다 다섯 종목(가라테,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야구·소프트볼)이 늘어납니다. 세부 종목 숫자도 33개 늘게 됩니다. 도쿄 올림픽은 지금까지 올림픽 역사상 금메달을 가장 많이 걸고 경쟁을 벌이는 대회입니다.
물리적으로 올림픽이 무한정 커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디엔가 줄어드는 쪽도 있어야겠죠? 일단 올림픽 육상에 출전할 수 있는 인원(쿼터)이 105명 줄어듭니다. 또 현재 남자 선수를 8체급으로 나누고 있는 역도도 체급 구분을 7단계로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 한 체급 쿼터에 해당하는 64명이 올림픽에 나갈 기회를 잃게 됩니다.
왜 하필 이 두 종목이 이렇게 쪼그라들어야 할까요? 일단 의심이 가는 건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입니다. 육상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대표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도핑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져 스포츠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바로 그 종목입니다. 이들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일 처리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육상이 리우 이전이었다면 역도는 리우 이후를 대표하는 도핑 종목입니다. IOC는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때 받은 도핑 샘플을 다시 분석한 결과를 지난해 9월 발표했는데 양성 반응이 나온 8명 중에서 5명이 역도 선수였습니다. 그로부터 달포 정도 지났을 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3명이 도핑 때문에 금메달을 박탈당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레슬링도 올림픽 출전 선수 56명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레슬링은 IOC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떻게든 내치려고 애쓰는데 잘 되지 않는 종목입니다. 이미 IOC에서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는데 리우 대회 때 고질병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죠. 이런 종목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2020 원더키드
3년 후 막을 올리는 도쿄 올림픽이 어떻게 될지 주저리주저리 풀어본 건 2014년 IOC에서 내놓은 올림픽 개혁안 이름이 ‘어젠다 2020’이기 때문입니다. 어젠다 2020은 2024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를 아직 확정하지 못할 정도로 ‘올림픽=흰 코끼리’ 공식이 공고화된 시대에 IOC가 내던진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도쿄 대회는 앞으로 올림픽이 어떤 느낌일지 알려주는 ‘쇼케이스’ 구실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연 올림픽은 어젠다 2020을 발판 삼아 IOC가 꿈꾸는 대로 다시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과연 올림픽은 언제까지 살아남을까요? 나중에 아이들하고 같이 올림픽을 학수고대하는 날이 올까요? 이 세상 모든 질문이 스포츠이기를 꿈꾸는 저이지만 현재는 질문부터 참 씁쓸한 상황. 지난해 리우에 다녀오고 나서 올림픽에 대한 기대치가 확실히 더 줄었습니다.
그리고 평창은 말이죠…. 아, 그냥 여기까지 하는 거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