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6일 밤 10시, 네이버 TV 실시간 TOP100의 1위부터 20등까지 이 프로그램의 클립으로 채워졌습니다. 바로 최근에 가장 핫한 예능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 2)입니다. 콘셉트 평가 무대 직캠이 이날 오후 6시에 공개되자 팬들이 몰리면서 빠르게 조회 수가 올라간 것입니다.
프듀 2는 ‘속편의 저주’를 이겨냈습니다. 첫 방송 직후부터 8주 내내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1위를 차지했고 시청률도 매회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또한 데뷔 조가 선발되기도 전에 시즌1의 누적 영상 조회 수를 거뜬히 넘긴 2억 3,000만 뷰를 돌파하며 본편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2017년 5월 25일 기준, 네이버 TV, 카카오 TV, 유튜브, 곰TV 합산).
그뿐 아니라 프듀 2의 출연진인 박지훈, 강다니엘 연습생의 직캠은 각각 900만 뷰를 넘기며 네이버 TV 최초로 단일 영상 기준 1,000만 뷰 달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의 콘셉트는 국민 프로듀서로부터 ‘선택’ 받아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입니다. 선택을 받아야 해피엔딩을 맛볼 수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죠. 1차 순위발표식에는 100명의 연습생 중 65등까지만, 2차 순위발표식에서는 1차에서 살아남은 65명의 연습생 중 35등까지만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11명의 연습생만이 살아남아 데뷔합니다. 그렇기에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선택 받기 위한 연습생들의 몸부림, 내가 지지하는 연습생이 선택 받게 하기 위한 팬들의 몸부림이 그야말로 치열하게 일어납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선택’을 통해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게 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로 ‘선거’입니다. 다수의 후보자 중 대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사람이 승자의 자리를 꿰차죠. 선거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후보자 개인의 능력일 수도, 소속되어 있는 그룹의 결집력일 수 있습니다. 후보자들은 선거에서 그런 변수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고 대중에게 선택과 지지를 받고자 다양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는 현재 무명의 연습생이 지지자를 가지고 희망하는 필드로 진출하는 프로듀스101의 시스템과 매우 흡사합니다. 프로듀스101은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대중으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프듀 2에서 엿볼 수 있는 ‘이기는 선거 전략’을 한번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강한 결집력(팬덤)이 적극적인 소비층을 만든다
프듀 2가 시즌1과 다른 점은 강한 ‘팬덤’입니다. 시즌1 여자편이 남녀 모두에게 받는 ‘대중적 팬덤’을 가졌다면 시즌2 남자편은 ‘강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선거에서는 ‘대중적 팬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강한 팬덤’이 더 중요합니다. 호감과 지지는 두 팬덤 모두에 해당되지만 어느 팬덤이 ‘지갑’을 여는지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한 팬덤은 팬들 자체가 자발적인 마케팅 채널이 되며 팬들의 소비력까지 유도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하철/버스 광고입니다. 빠르게 팬들의 결집을 만들어낸 프듀 2의 인기 멤버들에 한해 팬들은 자발적으로 광고비를 모아 지하철/버스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10대, 20대가 주로 찾는 홍대입구역, 신촌역, 건대입구역을 거점으로 광고가 집행됐죠.
그뿐 아니라, 강한 결집력을 가진 팬들은 자발적으로 SNS에서 팬페이지를 만들어 ‘내 연습생’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한 광고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거는 역시 결집력이 중요합니다. 결집력을 얼마나 먼저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상승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종 대선후보가 싱크 탱크, 지지 모임 등을 빠르게 만들어 세를 확장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있는’ 그룹이 더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집력, 즉 팬덤은 결국 소비력을 갖춘 든든한 후원자들이 되고 이들 덕분에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토대로 ‘대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2. 성장하는 스토리는 호감을 부른다
프듀 2의 타이틀곡은 ‘나야 나’입니다. 101명의 연습생이 함께 춤을 추며 부르는 ‘나야 나’ 영상은 프로그램 시작 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때 센터를 맡았던 연습생은 바로 이대휘 연습생입니다. 이대휘 연습생은 프듀 2 초반 어린 나이에 춤, 노래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작곡 능력까지 인정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주목이 ‘독’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인기를 얻게 되면서 가장 먼저 증명을 겪은 것입니다. 그의 인성은 어떤지, 그의 실력은 어떤지 세세하게 파고드는 관찰자들이 많아지고 ‘댄스 배틀’ 팀 결성 시 순위권이 낮은 연습생을 기피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일시적으로 ‘안티’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럼 무조건 가장 먼저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은 안 좋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대휘 연습생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던 연습생은 ‘윙크남’ 박지훈 연습생입니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Top3 상위권에 랭크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과묵한 캐릭터로 말수를 아끼고, 무대에서 끼를 보여주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아예 초반에는 인기가 없지만 성장하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결과적으로는 돋보인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리더를 평생 한번도 해보지 않았으나 리더를 맡으면서 팀을 이끌어나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강다니엘 연습생, 병아리 연습생이지만 한 회 한 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라이관린 연습생이 대표적인 캐릭터입니다.
이런 캐릭터는 방송에 다뤄질 확률이 매우 큽니다. 방송도 어쩔 수 없이 상징적 의미를 갖는 스토리라인에 따라 흘러가게 되고 그런 스토리라인의 주인공으로 ‘성장 캐릭터’들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3. 온라인 파워가 전통 매체 파워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3차 순위발표식에서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 연습생은 프로그램 초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인기를 얻은 계기는 ‘직캠’ 영향이 컸습니다. 프로듀스 101은 방송에서 무대 전체 컷을 보여주고 온라인에 각 연습생별 직캠을 별도로 공개했습니다.
자칫 묻힐 수 있는 연습생 개인의 역량을 직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덕을 톡톡히 본 연습생이 바로 강다니엘 연습생입니다. 기존에는 20위권을 맴돌던 강다니엘은 직캠 공개 이후 네이버TV 기준 실시간 1위를 차지했고 이후 10위권 내 안착, 3차 순위발표식에는 1위가 되었습니다.
선거 예산이 넉넉치 않았던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의 경우도 재미있게 만든 영상 콘텐츠가 SNS에서 바이럴되면서 온라인상의 심리적 지지도는 다른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습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선거도 얼마나 온라인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젊은 층의 표심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4.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프로그램 초기, 윙크남으로 불리며 1차 순위발표식에서 1위를 차지한 박지훈 연습생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10주 동안 매번 Top3안에 드는 ‘안정주’가 되었습니다. 시즌1과 달리 순위 변동이 심한 시즌2에서 이렇게 안정적인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연습생 개인의 역량도 있지만 마인드 또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지훈 연습생은 프로그램에서 끊임없이 유행어를 배출했습니다. 윙크, ‘내 마음에 저장’과 같은 것들이죠. 프로그램 8화에서 새롭게 준비하는 유행어가 없냐는 주변 연습생들의 질문에 준비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려야죠.”
그는 다음 화 무대에서 ‘꾸꾸까까’라는 새로운 애교를 선보였고 이 역시 유행어가 되며 인기몰이를 이어나갔습니다.
누구나 손꼽는 유력한 데뷔 멤버이지만 팬들에게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알고 있는 이 ‘마인드’ 덕분에 프로그램 시작부터 종영을 앞둔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선거에서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주장만 계속 반복하는 것보다 시대에 맞는 아젠다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들은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지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방을 앞두고
어쩌면 다 필요 없고 ‘방송 분량’이 이기는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악마의 편집’으로 인해 지는 선거가 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도 매체들은 각 언론사 입맛에 맞게 후보를 다룹니다. 실제 선거에서도 ‘방송 분량 실종’이나 ‘악마의 편집’이 비일비재합니다.
언론에 의해 ‘잘 다뤄지는 후보’와 ‘잘 안 다뤄지는 후보’, 또 ‘좋아 보이는 후보’와 ‘나빠 보이는 후보’가 있습니다. 사람이 편집권을 가지고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주관적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결국 능력과 실력에 오해를 살 단서를 남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대중적 관심과 화제를 기대할 수 있어 언론 매체에 의해 ‘반드시 좋게 다뤄져야만 하는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런 후보는 포스팅에서 다룬 포인트처럼 1) 온오프라인상에서 강한 결집력을 가지고 있거나 2) 성장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나 3) 온라인에서 반응이 좋거나 4)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후보일 것입니다. 이런 후보는 언론 매체(방송사, 언론사 등)의 관심도를 높여줄 수 있는 ‘검증된’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프듀 2 종영과 최종 데뷔조 선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최종 데뷔조에 들어가는 후보들은 아마 위 포인트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상상화를 그려봅니다 ^^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