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매우 편리한 도구지만 썩지 않기에 더 이상 쓸모없게 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처치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금속처럼 녹여서 재활용하기도 어렵고 쉽게 분해되지도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도 막대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그냥 매립되어 오랜 세월 그대로 존재하거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플라스틱을 먹고 분해할 수 있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밀웜은 폴리스티렌 계열의 플라스틱을 먹어서 분해할 수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벌레가 아니라 벌레 내부에 공생하는 장내 박테리아가 분해하는 것이지만, 아무튼 이 벌레는 스티로폼을 먹이로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벌집벌레가 밀웜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비닐봉지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밀웜 100마리가 스티로폼을 먹는 속도는 하루 0.13mg에 불과하지만, 벌집벌레 100마리가 먹는 비닐봉지의 양은 하루 92mg에 달합니다.
벌집벌레가 이렇게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본래 먹는 벌집 밀납 자체가 다양한 탄화수소 분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탄화수소의 일종인 폴리에틸렌 역시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는 해도 상업적으로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빠른 속도가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진짜 알아내려고 하는 것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의 효소입니다. 이를 이용해서 상업적인 규모로 플라스틱을 분해해서 더 처리하기 쉬운 원료 물질로 바꾸는 것이죠. 동시에 플라스틱도 진정한 의미의 재활용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자연에서 배워야 하는 것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