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Technology Review의 Christina Farr가 기고한 ‘Can “Digital Therapeutics” Be as Good as Drugs?’를 번역한 글입니다.
앱이 약을 대신할 수 있을까요? 이는 최근 떠오르는 “디지털 치료(digital therapeutics)”의 핵심 질문입니다. 앱이 한 사람의 건강을 더 낮은 비용으로 부작용의 위험 없이 약만큼 향상시킬 수 있는가 하는 뜻입니다. 디지털 치료 혹은 “디지수티컬(digiceuticals)”은 실리콘 밸리의 일부 투자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의료행위의 기회로 바라보며 새로운 성배가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투자회사인 안드레센 호로비츠는 디지털 약을 화학 기반 약, 단백질 기반 약의 뒤를 잇는 의학계 제3의 물결입니다. 특히 시장에 내놓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일 필요가 없는 새로운 흐름으로 예측합니다. 안드레센 호로비츠의 파트너 비제이 판데는 회사 블로그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모든 문제에 그저 알약을 처방하는 것은 구태의연할 뿐 아니라 심지어 미개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실제 성배를 찾는 일 만큼이나 모호합니다. 불면증 환자들에게 sleep.io라는 온라인치료법을 제공하며 여기서 제시하는 시각적 훈련이 “실제 약”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영국 스타트업 빅헬스(Big Health)의 CEO 피터 하메스의 말입니다.
“이 분야는 아직 모든 이가 자신만의 분류를 만들려 할 정도로 유동적입니다.”
하메스는 디지털 치료법을 “보조 치료법”과 “대체 치료법” 두 종류로 나눕니다. 그는 sleep.io가 수면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후자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 제품이 실제 약물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을 여러 논문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디지털 치료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오마다 헬스(Omaha Health)의 CEO 션 더피에 의해서입니다. 그는 자사의 프로그램이 운동으로 인한 피로나 체중 감소 없이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며 홍보 책자와 여러 학회에서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오늘날 자신들이 디지털 치료를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여남은 개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다른 운동 기록장치나 스마트 체중계, 수면 측정장치 같은 디지털 건강제품 회사들과 구분합니다.
이런 “건강(wellness)”제품과 구분하기 위해 디지털 치료 회사들은 임상 시험을 수행하며, 웰닥(Welldoc) 같은 회사가 당뇨병 치료를 위한 앱 블루스타(BlueStar)를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모바일 지시 치료법”이라 홍보하듯이 FDA의 승인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약과 달리 디지털 치료는 대체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변화와 같이 위험도가 높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FDA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센서와 앱을 이용하는 디지털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들이 명백한 의학적 효과를 가지는가 일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버타 헬스(Virta Health) 역시 자신들을 디지털 치료 회사라 부릅니다. 이들은 지난 3월 약 40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약이나 수술 없이 앱을 통한 특별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이용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인디애나 주립대에서 이루어진 임상연구에서 10주간의 식이요법을 받은 262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약 절반의 혈당지수가 정상인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베이스먼트 벤처 파트너사의 투자자인 스티브 크라우스는 디지털 치료가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생활습관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히려 디지털 치료를 실제 약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몇몇 디지털 치료 회사는 이미 기존의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프로펠러 헬스(Propeller Health)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디지털 가이드 치료”라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는 글락소의 천식 치료약과 함께 환자가 자신의 흡입기에 프로펠러 사가 만든 센서를 부착함으로써 흡입기의 사용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프로펠러 앱의 지시를 따른 환자들이 흡입기를 덜 사용하게 됨을 보였습니다.
디지털 치료 회사들은 의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약회사의 임상시험과 표준을 따르려 애쓰고 있습니다. 빅헬스는 자사 불면증 앱의 플라시보 버전을 만들어 이를 임상시험에 사용했습니다. 한 그룹의 불면증 환자는 이 플라시보 앱의 가짜 시각 훈련을 따라 했고, 한 그룹은 진짜 훈련을 따라 했습니다. 하메스는 디지털 치료가 “플라시보를 압도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언젠가 디지털 치료 회사들이 치료적 근거의 측면에서도 기존 회사들을 앞지를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디지털입니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제약회사들은 일단 한 번 시장에 출시된 약에 대해 더 이상 약의 결과를 추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 회사들은 쉽게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 회사들은 이미 약을 팔았기 때문에 그 문제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우리에게 말할 겁니다. ‘당신들은 데이터가 있으니 그 결과를 알려주시죠.’”
하지만 기존 제약회사의 몇몇 경영진은 디지털 치료에 회의적입니다. 머크의 연구부서 부사장인 로버트 플렌지는 디지털 치료가 중요한 문제인지를 물어보자 이 개념을 찾아보아야 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네요. 그냥 당신이 말하는 그것이 전부라 보입니다.”
플렌지는 디지털 치료가 실제 제약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며, 그 회사들이 자사의 제품이 그 정도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보일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존의 약보다 더 저렴한 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법이 있습니다. 빅헬스는 자사의 불면증 프로그램 사용료로 1년에 400달러, 혹은 한 달에 33달러를 받습니다. 한편 암비엔의 수면제는 여섯 알, 곧 6일 동안 눈을 붙이는 데 73달러가 듭니다.
물론 가장 큰 차이는 기존의 약은 보험회사가 지불하지만, 디지털 치료의 경우 최근에서야 보험회사가 이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마다 헬스는 2016년 메디케어로 하여금 자사의 디지털 당뇨 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만들어 이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험 회사에게 얼마를 받는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개인 회원에게는 첫 4개월 동안 월 140달러, 그리고 그 뒤로는 월 20달러를 받고 있습니다.
매버릭 벤처의 암바 바타차리야는 보험회사들이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일이 잘 풀린다면 새로운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1년 이내에 이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