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인 일에서 친분 있는 사람을 편드는 것이 궁색하기도 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늘 하는 일이겠니 했는데 갈수록 가관이다. 아내와 아들 문제를 이래저래 엮어 보려 하더니 드디어 김상조 본인을 정면 겨냥했다. ‘이력 허위 표기’. 이건 선거법상으로도 문제가 되는 큰일이다. 그래서 살펴보았다.
‘허위’의 진상은 이렇다. 케임브리지대학에 ‘official visitor(기사는 이를 ‘방문연구원’이라 번역했다)’ 자격으로 1년간 머문 적이 있는데, 이를 ‘초빙교수’라고 ‘허위기재’로 표기했단다. 이것이 ‘허위’가 되는 것은 ‘초빙교수’는 보통 초대받아 돈을 받고 강의하는 교수를 지칭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케임브리지대학에서는 공식 문서에 ‘visiting scholar’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학원생을 포함해서 다양한 연구 집단(특히 이공계열)이 초대받기에 ‘official visitor’라는 표현을 쓰고, 이 안에 ‘visiting scholar’가 포함되어 있다. 그냥 막 가는 것이 아니라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추천과 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초빙’인 것이고 기사에 실린 편지에도 ‘was invited to’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까지 치사하게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초빙’은 맞다.
그러면 ‘visiting scholar’는 초빙’교수’인가 아닌가? 예전에는 이를 여러 가지로 번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객원교수, 방문교수, 그리고 초빙교수로 번역했다. 딱히 정해진 룰은 없다. 시비 걸자면 ‘scholar’인데 왜 ‘교수’냐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대학의 교수 ‘visiting scholar’는 보통 교수직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물론 예외는 있다). 그래서 ‘교수’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teaching’을 하지 않았으니 ‘교수’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따지자면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상당수는 ‘교수’가 아니다. 연구만 하는 ‘교수’가 넘쳐난다. 연구교수도 교수다. 그래서 ‘교수’라고 해도 된다.
문제는 이 기사에서 등장하는 ‘초빙교수’의 정의다. 돈 받고 강의하는 교수라는 뜻인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건 다소 최근 현상이다. 나무위키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정리해 두었다.
2016년 이전까지는 해외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오는 경우를 말했지만, 최근에는 1년 단위로 단기 임용되는 말 그대로 ‘초빙된 교수’ 또는 ‘방문하는 교수’를 뜻한다. 최근에는 강사법 등의 영향으로 인해, 학교 측에서 재정 절약을 위해 시간강사를 초빙교수라는 직함으로 편법 임용하는 사례가 많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이름만 초빙교수인 시간강사들은 진짜 초빙교수가 가지는 혜택(연구공간 제공, 기본 월급여 제공 등)을 전혀 받지 못한 채, 강의시수에 따른 강의료만 받는 경우가 많다. 일단은 교육법에 의하면 비정규직 비전임교원의 범주에 들어가므로, 학교 입장에서는 전임교수 외에도 이들이 교원으로 카운트되는 이점도 있다.
결국 김상조의 ‘허위기재’가 문제가 아니라 ‘초빙교수’라는 개념의 ‘편법적’ 진화가 문제인 셈이다. 김상조에게 따질 일은 아니다.
덧붙이자면 김상조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직하고 원칙적인 사람이다. 털고 털고 보면 본인도 채 알지 못한 허물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것은 본인이 알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고칠 인물이다. 말은 쉽지만 행하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진솔하다.
요 며칠 사이 자꾸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연전에 김기원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김상조는 절하면서 엉엉 울었다. 저 사람도 저리 우나 싶었다. 지금도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까 생각하니,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