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기획 부동산 땅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강 후보자의 두 딸이 구입해 갖고 있는 경남 거제시의 땅이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 있는 상황이지만, 땅값이 올랐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강 후보자의 가족에게 땅을 판 임 모 씨가 임야를 대지에서 바꿨고 토지를 분할해 시세가 3억 원이 넘는다며 기획 부동산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JTBC의 보도는 허술했고, 논리도 맞지 않았습니다. JTBC 뉴스룸의 보도가 왜 문제인지 정리해봤습니다.
진짜 기획 부동산의 의미조차 몰랐던 JTBC
JTBC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도대체 ‘기획 부동산 매입’이 왜 문제이냐는 점입니다. 만약 강경화 후보자의 가족이 농지 등의 땅을 구입해 분할해 팔아서 이득을 취했다면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경화 후보자의 가족은 토지를 구입한 것입니다. 만약 기획 부동산이 문제라면 한 마디로 피해를 본 사람입니다. 기자는 기획 부동산으로 추정되는 땅을 매입했다는 의혹만으로 강 후보자의 가족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기자가 ‘기획 부동산’을 취재했다면 이런 식의 보도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통 기획 부동산은 땅을 수십 필지로 나눠서 판매합니다. 그 땅들이 대부분 맹지나 개발 호재가 없으면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사기를 칩니다. 제주에 거주하는 필자는 주변에서 기획 부동산의 폐해와 그들의 움직임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경험에 의하면 강경화 후보자의 가족들에게 땅을 판 임 모 씨의 모습은 기획 부동산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필지를 4개로 나눴는데, 기획 부동산을 의심할 때는 3000㎡ 이상 토지를 5필지 이상으로 쪼갰을 때 합니다. 또한 농지도 아닌 임야를 대지로 바꾼 부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JTBC 기자는 주변 시세보다 강경화 후보자 가족이 구입한 땅의 공지시가가 높다면 투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당연히 전기와 수도가 설치된 대지와 일반 토지는 다릅니다. 농촌에서는 아무리 땅이 좋아도 전기와 수도 공사를 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반 시설의 차이가 가격을 좌우합니다.
아이엠피터가 보기에 강 후보자의 가족에게 땅을 판 임 모 씨는 자신이 소유한 임야를 기초 공사와 전기, 수도 공사 등을 하고 분할해 판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요새 제주에서 땅을 파는 사람은 모두가 ‘기획 부동산’이 되는 셈입니다.
조금만 취재를 했어도 알 수 있었던 진실들
아버지가 귀촌하면서 땅을 구입해 집을 짓고, 자녀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투기’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투기 목적이었다면 초호화 별장을 짓고 관리인을 뒀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경화 후보자의 가족이 구입한 거제도 땅은 후자가 아닌 전자였습니다.
JTBC 기자는 컨테이너 두 동이 있는 모습을 ‘다음 로드뷰’를 통해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구글 검색만 해봐도 강 후보자의 남편 이일병 교수가 컨테이너를 짓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과 글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의 건축 과정을 눈여겨봅니다. 실제로 이일병 교수의 블로그(강 후보자 내정 후 폐쇄)에는 건축 과정 등이 상세히 나와 있었습니다. 평소 이 교수의 블로그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JTBC의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 교수가 집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JTBC 기자가 이 교수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고 부동산 업자가 아닌 동네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했다면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기사를 썼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주간조선에서 비난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초호화 요트
강경화 후보자 가족의 거제도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초호화 요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간조선의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1992년 주간조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호화 요트’ 보유하고 있다면서 조작된 서민 이미지라고 비난했습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이 보유한 요트는 모터조차 없는 작은 범선이었고, 제작비도 12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주간조선은 독자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사치성 오락을 즐긴 것과 같은 인상을 줬습니다. 철저히 악의적으로 작성된 왜곡 보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을 알고 왜곡하는 점도 문제이고, 사건 이면에 있는 내용을 취재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문재인 지지자 때문에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조차 쓰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터트립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불합리하면서 충분한 취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의혹 제기 기사입니다.
아이엠피터 같은 1인 미디어가 취재할 수 없는 것을 언론사 기자들은 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 로고가 붙어 있는 카메라와 기자증만 보여줘도 얼마든지 많은 내용을 취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화 몇 통 하고 대충 인터넷 뒤져 ‘단독’이라며 기사 쓰는 행위, 이제는 사라졌으면 합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