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이후 국내·외적으로 인공지능을 향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작년과 올해 초 IT 업계의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지금의 IT 세계의 메인 화두 역시 인공지능이 핵심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등장하며 여러 이야기, 특히나 미래의 직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좀 비관적인 이야기다. 인공지능이 득세함으로 인해 지금의 직업들 중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지금부터 얘기할 번역 분야가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성능이 대폭 향상된 번역 서비스에 대한 두려움
작년부터 번역 솔루션,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엄청난 번역 품질의 향상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구글 번역기인데 과거 영어와 한글 사이의 번역이 정말 처참할 정도로 못 봐줄 수준이었는데 작년 이후부터는 초벌 번역 수준으로 꽤나 쓸만한 수준이 될 만큼 그 성능이 대폭 향상이 되었다.
구글 번역기 뿐 아니라 네이버의 파파고, 그 외 다른 번역 서비스들도 요즘 들어 그 번역 품질이 상당히 향상되었다. 내가 확인한 것은 구글 번역기와 파파고 정도지만 다른 번역 솔루션과 서비스도 그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고 한다.
올해 초 번역에 관련된 언론 뉴스가 많이 나왔다. 인공지능과 번역가들의 번역 대결에서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번역가의 번역 수준을 못 쫓아간다는 것이 그 결과였다. 뉴스를 보고 속으로 번역가들, 그 계열에 있는 많은 사람이 번역 서비스의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공포가 생각보다 크구나, 그래서 사전에 인공지능 번역에 대한 인식을 안 좋게 심어주려고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벌 번역 수준으로는 상당한 수준까지 오른 구글 번역기
물론 완벽한 번역문으로서의 구글 번역기의 번역 수준은 아직 전문 번역가의 수준을 못 쫓아오는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얘기했듯 초벌 번역 수준으로는 훌륭하다고 했지만 완성본으로서는 아직은 아니라는 얘기다. 구글 번역기를 돌린 직후의 문서는 그대로 쓸 수가 없다. 다시 한번 내용을 다듬어야 제대로 된 번역 문서가 나온다.
내 경우 회사에서 해외 특허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원래의 업무는 회사의 서비스와 시스템의 기획, 설계 총괄이다). 그러다 보니 해외 특허 문서를 함께 살펴보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특허 문서는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다. 문장이 어려운 것보다는 20~30페이지면 한글로 된 특허 문서를 보는 것도 곤욕스러운 일인데 몽땅 다 영어로 된 문서를 보려니 머리가 빠질 지경이다.
그래서 난 해외 특허 문서를 볼 때에는 먼저 구글 번역기를 통해 1차 번역을 한 후에 내용을 살펴본다. 번역 내용을 그대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나마 기술에 이해가 좀 있어 번역된 내용을 기반으로 얼추 내용을 맞춰가면서 이해한다. 번역 내용이 영 이상하다 싶으면 적어도 한두 문단 정도는 번역을 할 수 있으니 원문을 보고 내가 다시 번역해서 이해한다. 그렇게 해서 해외 기술 문서나 특허 문서의 내용을 파악하고 분석한 이후에 우리 회사의 특허와 차이점을 제시하여 해외 특허청에 다시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구글 번역기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앞서 얘기했듯 100% 완벽하게 다 번역이 안 돼도 60~70%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영어를 조금만 할 수 있으면 전문 번역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
해외 문서를 통번역을 주로 하는 직원이 있다. 이 친구가 일하는 것을 봐도 귀찮은 것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서 번역하고 문단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정도만 해서 초벌 번역을 끝낸 후, 초벌 번역한 내용과 원문을 비교하면서 번역본을 완성한다. 많은 번역가가 비슷한 방법으로 번역을 하는 것을 봤다.
얘기인 즉 초벌 번역용으로 구글 번역기의 수준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으로 향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후에 그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 초벌 번역 이상의 품질로 성능이 향상되고 전문 번역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의 번역은 이런 번역 서비스가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영어를 아예 못한다면 이런 번역 서비스를 완벽하게 믿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지만 번역의 품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완벽한 번역이 아닌 60~70% 수준이며 중요한 부분이 오역될 가능성도 있기에 아직까지는 외국어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10년 정도가 지나면 영어를 아예 몰라도 영어 문서를 보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번역 품질이 높아질 테다. 그러면 정말로 영어 공부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통번역가의 직업 자체의 문제보다 영어와 관련된 모든 직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감정을 번역하기는 아직 무리, 하지만 계속 발전 중
모든 영어 문서의 번역이 번역 서비스, 솔루션을 통해서 완벽하게 이뤄질 것이라고는 보기가 어렵다. 영문학 등 문학, 예술 관련 내용은 단순히 우리가 아는 사전적인 해석이 아닌 다양한 해석을 포함하여 봐야 하므로 기계적인 번역인 번역 서비스나 솔루션이 해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전문서적이나 문서는 물론, 어쩌면 수필이나 소설까지도 가능하겠지만 시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분야는 번역이 좀 까다롭지 않을까. 물론 인공지능의 수준이 인간의 감성까지 번역할 수준이 된다면 시도 충분히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인공지능과 인간의 번역 대결에서 결국 인간이 승리하고, 인공지능의 번역은 아직은 멀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수준이 그렇다는 얘기다. 멀지 않은 미래의 인공지능 번역은 지금 수준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번역 서비스와 솔루션의 존재로 인해 우리들은 좀 더 편해질 수 있게 되었다. 관련 직업을 지닌 사람들은 미래 먹거리를 다시 찾아봐야 하는 시대의 위협 앞에 놓이게 되었다.
원문: 학주니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