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대로였습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터키 페네르바흐체 유니폼을 입은 걸 앞으로 (최소 1년 동안은)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연경이 6년간 몸담았던 페네르바흐체를 떠나 중국 상하이(上海)와 1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김연경의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인스포코리아는 30일 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역대 중국 리그 최고 대우를 받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 에이전시에서는 연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페네르바흐체에서 받았던 120만 유로(약 15억 원·추정치)는 넘어섰다는 게 배구계에서 정설로 통하고 있습니다.
페네르바흐체를 비롯해 유럽 리그에서도 적잖은 제안이 들어왔지만 김연경이 중국행을 선택한 건 일정 때문. 유럽에서 뛰면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컵대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등을 모두 소화해야 하지만 중국 리그는 아직 100% 프로가 아닌 ‘세미 프로’ 리그이기 때문에 일정이 여유 있는 편입니다. 2016~2017 시즌 터키 리그는 이달(5월) 3일 막을 내렸는데 중국 리그는 3월 18일에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세계 배구는 보통 가을~봄에 프로 리그, 봄~가을에 국가대항전을 진행하는 형태로 1년을 보냅니다. 김연경은 중국 리그에서 뛰면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충분히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을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김연경은 “나는 더 이상 10대 선수가 아니다. 이제 경기 숫자가 많은 게 (체력적으로) 부담스럽다. 유럽에 비해 중국 리그가 체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국가대표 활동에도 집중할 수 있다. 가족들의 왕래도 편해 안정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리그는 한국 배구 팬들에게 아주 낯선 게 사실. 기자들에게도 그렇습니다. 중국배구협회 공식 사이트만 찾아 봐도 여자 팀이 12개라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데 예전 그대로 10개라고 쓴 기사가 한 두 개가 아닙니다.
또 광저우(廣州) 헝다(恒大)는 2014~2015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해체한 상태인데도 “지난해 중국 광둥 에버그란데가 김연경에게 연봉 200만 달러(약 22억 원)를 제시했다”고 전한 언론사 역시 한 두 곳이 아닙니다. (에버그란데는 헝다그룹 영어 이름입니다.)
중국 리그 진행 방식은 좀 복잡합니다. 2016~2017 시즌 기준으로 중국 리그는 먼저 12개 팀이 6개 팀씩 두 개조로 나눠 한 팀당 10경기를 치렀습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한 차례씩 맞붙었던 것.
그다음 각조 상위 4개 팀(총 8개 팀)이 다시 같은 방식으로 한 팀당 14경기를 다시 치렀습니다. 이렇게 1~8위를 확정하면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맞붙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거쳐 챔피언을 가렸습니다.
중국 여자 배구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도 1위입니다. 프로 리그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될까요?
김대진 한국배구연맹(KOBO) 홍보마케팅팀장은 “중국은 세계 배구 톱20 안에 드는 선수를 다수 영입해 (중국) 프로축구 못잖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은 또 남녀부 팀 숫자를 현재 12개에서 16개로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김연경이 간 만큼 중국 리그 수준이 전체적으로 좀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김연경이 돈 때문에 중국에 간 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일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