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가격이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이 좋다고 말한다 합니다. 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부러워합니다. “하나만 팔아도 우리 100개 파는 것보다 많이 남으니 얼마나 편하게 장사하는 거냐”고 합니다.
그렇다면 고가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저가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좋은 사업전략일까요? 기업은 점점 더 고가제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루이비통과 유니클로의 문제
루이비통 여성용 가방은 대부분 몇백만 원입니다. 하나를 팔아도 많이 남는 전형적인 고가상품 사업입니다. 루이비통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는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 또는 짧게 LVMH입니다. 루이비통 외에도 크리스챤 디오르, 지방시 등의 패션, 화장품 브랜드, 태그호이어 같은 시계, 헤네시 같은 술 등 고급 브랜드들을 거느린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매출을 100으로 보면, 매출원가가 35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매출이익율 또는 마진율은 65%입니다. 상당히 마진율이 높은 사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회사와 반대로 낮은 가격의 상품을 주로 파는 패션 회사들도 있습니다. 일본의 패스트 리테일링이 그런 회사입니다. 패스트 리테일링이 운영하는 유니클로는 주로 몇만 원짜리 옷을 팝니다. 십만 원이 넘는 옷도 많지 않습니다.
패스트 리테일링의 매출을 100으로 놓으면, 매출원가는 52이고 매출이익율은 48%입니다. LVMH의 65%보다 상당히 낮습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가 상품은 일반적으로 마진율이 높습니다.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영업이익률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9%, LVMH는 19%입니다. 그렇다면 고가 상품을 파는 사업이 저가 상품을 파는 사업보다 좋은 사업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마진율이 더 높다고 무조건 더 좋은 사업은 아닙니다. 왜 그런지 간단한 분석을 해보겠습니다.
LVMH의 재고는 연간 매출의 0.3배 정도입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재고는 매출의 약 0.15배입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의 재고가 매출 대비 더 적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재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지를 보기 위해서 재고를 매출원가로 나눈 재고회전율을 비교해보면, LVMH의 재고회전율은 1.24인데 패스트리테일링의 재고회전율은 3.41입니다. 거의 세배에 가깝습니다. 이를 해석하자면 패스트리테일링의 상품은 만들어지거나 구매된 후 3~4개월이면 판매가 되는데 비해, LVMH의 상품은 거의 10달이 걸려야 판매가 되는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LVMH는 훨씬 비싼 상품을 팔기 때문에, 한 개를 팔아도 이익이 훨씬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비싼 상품이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잠재 고객이 많지 않습니다. 시장이 작은 것입니다. 그래서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도 팔리지 않고 있는 기간이 길어집니다.
반면 패스트리테일링은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팔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잠재 고객입니다. 매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얼마 안 가서 팔려나갑니다.
경제적으로는 매출에 대한 수익성보다 투자에 대한 수익성이 더 의미 있는 수익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에서 핵심적인 투자는 상품을 만들거나 구매하기 위한 투자이므로, 영업이익을 재고로 나눈 재고투자 영업수익률을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더 정교한 투자 수익성 계산들에 비해선 거친 방법이지만, 간단히 두 회사를 비교해보는 데에는 유용합니다.
재고투자 영업수익률은 패스트리테일링이 60%, LVMH가 66%입니다. 매출이익률이나 영업이익률과 달리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월마트와 티파니의 문제
저가 사업의 수익성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월마트는 할인점의 세계적 선두업체이고, 티파니는 보석 등 사치품을 판매하는 소매회사입니다. 매출이익률을 보면 월마트가 25%, 티파니는 61%입니다. 영업이익률은 월마트가 5%, 티파니는 19%입니다. 이것으로만 보면 티파니가 훨씬 좋은 사업 같습니다. 월마트가 힘들게 벌 때, 티파니는 손쉽게 이익을 내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재고회전율을 보면, 감추어져 있는 사업상의 단점이 드러납니다. 티파니의 재고회전율(=매출원가/재고)은 0.7 정도입니다. 한번 물건이 들어오면 판매되기까지 거의 1년 반이 걸립니다. 반면 월마트의 재고회전율은 8이 넘습니다. 상품이 들어와서 1달 반이면 팔려나갑니다.
이제 예상하시겠지만, 재고투자에 대한 수익성은 매출에 대한 수익성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월마트의 재고투자 영업수익률은 54%입니다. 티파니의 재고투자 영업수익률은 34%입니다. 월마트가 훨씬 높습니다. 즉, 판매할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투자를 한 돈에 대하여 월마트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사업적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월마트는 대중적인 상품을 싸게 판매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고객으로 합니다.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면 얼마 안 가서 판매가 됩니다. 개별 상품의 마진은 작지만, 많은 개수를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냅니다. 판매량에 비하여 재고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티파니는 부유한 고객들을 상대하므로 수요가 작습니다. 팔리면 많이 남지만 금방금방 팔리지 않습니다. 판매량에 비하여 재고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합니다.
가격이 높다고 꼭 좋은 사업이 아닙니다. 빠르게 많이 팔릴 수 있으면 낮은 가격의 상품이 더 좋은 사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이나 마진율로만 판단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원문: 장효곤 창조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