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숙원인 사대강 증보는 완공되자마자 다양한 문제들을 낳고 있다. 그러다보니 4대강을 따라 닦아놓은 자전거도로도 도매급으로 괄시 받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 4대강 사업과는 별개로 4대강 자전거도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전거도로 구축은 현재보다 미래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사업이며, 경제논리로만 환원할 수 없는 환경, 건강 등의 이슈들과도 관련이 있다. 자전거도로는 분명 인간의 삶에 변화를 주는 인프라이고, 4대강 주변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4대강 자전거도로가 자전거 인프라 구성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어떤 실효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데에는 정치적 혹은 경제적인 견해를 반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필자가 보내온 글을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하였습니다.-편집자 주)
자전거, 레저와 투어리즘 사이로 달리다
에디터(이하 ㅍ): 국내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요?
함문수(이하 함): 2010년에 안행부(당시 행안부)가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 한 이천만 대쯤 될 거에요.
ㅍ: 어마어마한 숫자인데요?
함: 그렇죠. 2013년도 기사를 찾아보면 자전거인이 천만 명을 넘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거의 두세 사람에 한 대꼴로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설문을 실시한 게 2009년인데, 업계 사람 말 들어보면 저가 자전거 시장 매출이 특히 강세라고 했거든요. 지금은 이천만 대보다 많을 거에요.
ㅍ: 여기 통계를 보니까, 최근 자전거를 구입한 사람들 중 약 70% 이상은 30만 원대 이하의 자전거를 샀네요.
함: 네. 100만 원대 이상의 자전거를 소비하는 계층은 전체 중 1.4%에 지나지 않아요. 자전거 마니아가 유달리 강세를 보이는 것 같아도, 외외죠.
ㅍ: 역시 현실을 지배하는 건 생활자전거다?
함: 그런데 또, 여기 자전거 이용목적에 따른 통계를 살펴보면… 레저스포츠 용도로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53%로 과반을 넘겼거든요. 1회 이용 시 평균 주행시간도 소위 ‘라이더’들이 1시간 20분으로 가장 길고요. 자출 자출 하는데, 2013년 서울에서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은 고작 2.58%밖에 안돼요. 한국 사람들은 자전거를 운송수단이라기보다는 레저스포츠의 하나로 소비하고 있다는 건 확실해요.
ㅍ: 그럼 오늘의 주제 쯕으로 좀 가까이 가 볼까요. 이런 30만 원 이하의 생활 자전거가 장장 1,800km에 달하는 전국종주 자전거도로를 횡단할 수 있는 건가요?
함: 물론 가능하긴 합니다. 어쨌든 자전거는 의지와 근육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니까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활자전거는 생활자전거죠. 국토를 횡단할 정도의 장거리 이동수단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이클링 투어는 그 자체로 레저이기도 하지만 이동이라는 개념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거든요. 운송을 하지 않고 ‘레저’로만 존재하는 투어는 없어요.
레저 vs 운송
ㅍ: 그런데, 어떻게든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놓으면 자출족이 늘어나는 건 확실한가요?
함: 여기 도시 인구가 약 5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레저 혹은 생활용 자전거도로를 증가시키면 자출족들이 얼마나 늘어나는가를 보여주는 표가 있는데요(아래 참고자료 참조) 이 분석을 비교해보면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증가시켰을 때보다 생활용 자전거거도로를 확장했을 때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더 효과적으로 늘어나거든요. 또한 생활용 자전거도로를 10% 늘리면 자가용 교통 분담률은 떨어지고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2%에서 3%로 상승해요.
ㅍ: 결국 자전거의 운송 부담률을 높이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려면 강가나 하천에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일반도로를 리모델링해 만든 자전거도로가 효과적인 거군요?
함: 그렇죠. 그런데 이 보고서는, 생활용 자전거도로와 레저용 자전거도로를 모두 개선해야 자전거 비사용자가 자출족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다소 비약적인 결론을 내고 있어요. 자전거 출근 인구수를 늘리려면 레저용보다는 생활용이 더 쓸모있다, 따라서 투입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우선적으로 생활용 자전거도로를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나와야 되는데 말이죠.
ㅍ: 그런데 뜬금없이 왜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언급하는 걸까요?
함: 아쉽게도 이것만 봐서는 작성자의 의중을 읽을 수 없구요… 하여간 이 보고서는 2010년 당시 중앙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자전거도로 광역 네트워크 건설’쪽으로 깔대기를 대고 있어요.
자전거 네트워크와 국토종주 자전거도로
ㅍ: 자전거 투어 하니까 서울-부산 스트라이다 근성투어의 정태준 씨가 생각나는데요, 이분은 거의 목숨을 걸고 갓길을 달리시던데… 자전거도로 이용해서 서울-부산 투어하는 게 현재 가능한가요?
함: 아직은 어렵죠.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인프라가 구착되고, 이게 선행되어야 자전거를 진짜 이동수단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텐데요… 자전거도로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국가자전거도로와 도시 내부에서의 이동을 위한 지자체자전거도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국토종주 자전거도로는 물론 국가자전거도로 급에 속하는 거고요. 사실 이 광역자전거도로는 생활형 자전거도로라고 보기 어렵죠. 자동차 이용해서야 위성도시에서 대도시로 출근하는 게 가능하지만, 자전거 운전자가 광역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기는 어렵잖아요.
ㅍ: 그렇죠. 자출하려면 편도 10km 정도가 적당한 듯…
함: 게다가 광역 자전거도로는 본격적인 레저형 도로가 아니에요. 광역 자전거도로의 일부 구간 인근에 사는 주민을 제외하면 광역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은 뭐, 사이클 선수라든가 아주 제대로 즐기는 엘리트 동호인들… 특정 목적을 가진 몇 사람들로 한정될 겁니다.
ㅍ: 광역 자전거도로가 상징적으로나 네트워크 구축에서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용수요와 필요성에서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다?
함: 그렇죠. 국토종주자전거도로와 사대강 자전거도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전용자전거도로의 목적은 처음부터 ‘자출’이 아닌 ‘투어’로 정해져 있고, 때문에 아주 특수한 부류만 이용하는 자전거도로입니다. 또한 안행부의 자전거도로 마스터플랜에서 국토종주자전거도로는 내륙을 관통하는 광역도로라서, 타 도로와 연결되었을 때에야 그 활용가치가 높아요. 그래서 왜 국토종주자전거도로 건설이 전국순환자전거도로 건설보다 우선적으로 실시되었는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더군요.
ㅍ: 그러면 도시 내 자전거도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함: 유일하게 본격적인 생활형 자전거도로라고 할 수 있는 도심 내 지자체자전거도로는 지방정부가 책임집니다. 그런데 자전거도로망에 관심을 갖는 지차체의 수도 적을 뿐더러 각개전투처럼 지역마다 판이한 양상을 보여요.
ㅍ: 창원에 가 보니까 자동차 도로 하나를 비우다시피 해서 자전거전용도로로 쓰던데, 쾌적하더군요.
함: 거기도 그렇고, 청주도 괜찮아요. 청주는 완전도로망을 시도해서 자전거와 자동차, 보행자를 모두 만족하는 도로사업을 전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하천이나 강가 주변에 레저형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것이 고작이에요. 이마저도 하지 못하는 데서는 자전거도로 건설을 중단하거나 도로를 철거하기도 하죠. 주차공간과 차선을 나누어 써야 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교통분담률, 여전히 여전한
ㅍ: 그래서, 국토종주자전거도로와 사대강 자전거도로는 결국 필요하긴 필요한 거죠?
함: 차 떼고 포 떼고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대답은 ‘예스’에요. 결국 인프라라는 것은 과유불급보다는 다다익선이죠.
ㅍ: 그 말 좀 다른 데서 나중에 써 먹어도 됩니까 (웃음)
함: 자전거도로를 관광 목적으로 사용하건, 인근 주민들이 레저스포츠의 장으로, 혹은 장거리 도로로 쓰이건 상관없어요. 자전거도로가 늘어날수록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으니까. 레저용이든 생활용이든 자전거 이용이 쾌적하기만 하면 인프라로서 기본적인 몫은 하는 거에요.
ㅍ: 그러니까 사대강 및 국토종주자전거도로는 다른 자전거도로 정책보다 우선해야할 필요가 있다?
함: 그거까진 좀 비약이고요. 다시 말해 사대강 자전거도로가 다른 자전거도로보다 효율적인가 하는 부분은 좀 강력한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자전거를 타는 용도가 대다수 레저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사람들과 100km가 넘는 자전거도로를 왕복하는 엘리트 동호인들은 같지 않아요. 이와 같은 이유로 광역자전거도로망을 레저용으로 규정해야 할지, 아니면 생활용으로 구분해야 할지는 불분명하다는 거죠. 더군다나 강을 따라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지방과 지방을 최단거리로 잇는 광역 자전거도로망으로서 가치 역시 낮고요.
ㅍ: 자출족 늘리고, 자전거 사고 예방도 막으려면 아무래도 도심 내 자전거도로망을 확충하는 게 먼저인 걸로 보이긴 하는데요.
함: 네. 안행부가 마련한 보고서가 내놓은 각종 지표 역시 생활형 자전거도로의 확장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근데 정작 안행부 자신은 사대강 자전거길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지요. 참고로 2010년 당시 안행부의 목표 중 하나가 2013년까지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2%대에서 5%대로 끌어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안행부가 정말로 이 목표를 이루려 했다면 보고서에 기술한 바대로 생활형 자전거도로에 더 많은 투자를 했어야죠.
ㅍ: 그래서, 현재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얼마나 되나요?
함: 2013년 현재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여전히 2.5%입니다.
ㅍ: (침묵)
참고자료
안행부 발표, 전국자전거도로 기본계획 수립연구 최종보고서
안행부 발표, 국가자전거정책 마스터플랜,
안행부 사이트 정책자료 자료실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