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와 안드로이드 중 어떤 것이 더 좋은가는 최근 2, 3년간 꽤 자주 언급되는 논란 많은 주제다. 최근에 트위터의 디자이너인 Paul Stamatiou도 “Android is Better”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을 정도. 이 주제로 이야기할 때 어느 한 쪽이 더 좋다고 결론을 내버리면 시선은 좀 끌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욕먹기도 쉬운데, 따라서 어느 한쪽이 더 좋다는 얘기를 하려면 반드시 “나한테는” 이라는 조건을 붙이는 게 좋다.
트위터 디자이너 Paul Stamatiou는 위 글을 올리면서 “나한테는”이라는 전제조건을 빼먹었고, 덕분에 해당 글에서 시작된 iOS vs 안드로이드의 논쟁은 버전을 업데이트해가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런 답이 없는 얘기에 한마디 거드는 건 큰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맛있어 보이는 떡밥이 있으면 물어주는 게 예의. Paul Stamatiou와 달리 “나한테는” iOS가 안드로이드보다 더 좋다.
안드로이드가 iOS보다 좋다고?
Paul Stamatiou는 안드로이드와 iOS를 비교, 대조해가면서 안드로이드의 장점에 대해 하나하나 조목조목 얘기한다. 그 항목이야 우리가 흔히 안드로이드의 장점이자 iOS의 단점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인데, 몇 가지만 뽑아보면 아래와 같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은 직접 원문을 읽어보길 바란다.
1. iOS보다 사용자가 훨씬 통제하기 좋은 안드로이드의 알림 센터
2. 향상된 배터리 관리
3. 안드로이드의 백 버튼과 구글 나우.
4. Apple Lock-in. 애플의 생태계에 갇혀서 나오기 힘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5. 키보드까지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앱들, 예전과는 달리 퀄리티가 좋아진 안드로이드 앱들
그리고 연이어 당연하다는 듯 반박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 Owen Williams의 글이 인상적이다. 심지어 제목이 “안드로이드가 더 좋다고? 아주 깊이 써보면 그렇지 않다(Android is better? Not if you look deeper)” 이다. Owen Williams는 작년 아이폰5 출시 당시 “왜 나는 아이폰 5를 사지 않을 것인가(Why I won’t be buying the iPhone 5)”라는 글을 썼던 사람.
이 사람은 당시 윈도폰으로 넘어가려다가 결국 아이폰5를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2년간 안드로이드를 열심히 쓰다가 몇 달 전 다시 iOS로 돌아온 사람이다. (즉 블랙베리 OS 말고는 다 써보신 분이라는 얘기군요. 저는 윈도폰, 블랙베리,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전부 써 보았… – 편집자) Owen은 이 글에서 자신이 왜 iOS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Paul이 말하는 안드로이드의 장점들이 실제로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반박한다. Owen이 정말 또박또박 조목조목 반박해놨다. 그냥 원문을 읽어보는 것도 재밌다.
위의 논쟁들을 기반으로, ‘일반적으로 이런 쪽은 안드로이드가 더 낫다’ 여겨지던 사항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1. 안드로이드의 알림 센터
안드로이드의 알림 트레이는 iOS에 비해 커스터마이징의 폭이 넓고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점 등, 낫다고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iOS도 안드로이드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부분이 있는데, 이게 꽤 치명타여서 안드로이드가 더 낫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힘들다. Owen Williams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알림을 꺼 앱이 시끄럽게 울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드로이드의 알림 트레이는 매우 강력하지만 그걸 통제하는 건 안 강력하다. 설정 패널에서 알림을 끌 수 없어서, 앱의 개별 설정에 일일이 들어가서 꺼야 한다. 왜 이것들을 통합하지 않는가? iOS에서는 그냥 알림 센터 설정을 열고, 거기서 꺼 버리면 된다. (How about if you want to disable notifications or stop an application making noise? The notification tray might be extremely powerful but the controls over it are not. You can’t simply go to a settings panel and disable noises for an application on Android, you have to hunt through the settings inside the app itself for them. Why not aggregate these? On iOS, I just open notification center settings, find the app and hush it.)
2. 배터리 관리
배터리 얘기는 안드로이드의 장점으로 꺼내지 않는 게 좋았다. 안드로이드에서 배터리 얘길 꺼내려면 착탈식 배터리 얘길 꺼내는게 낫다. 그것도 장점이라고 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선호도 차이라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역시나 Owen의 말이다.
배터리 라이프는 간단하게 언급됐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중요한 얘기다. 안드로이드의 배터리는 하루를 쓸 수 있을지, 6시간을 쓸 수 있을지 예상하기 정말 힘들다. 배터리 소비를 줄여준다는 앱은 많지만 이런 앱 대부분은 그냥 뻥이다. iOS에서는 배터리 상태가 좀 더 일관성 있다. 몇시간이나 충전없이 쓸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있고, 몇 퍼센트나 남았는지 계속해서 체크할 필요가 없다. 나는 iOS에서 배터리 퍼센트 표시를 꺼 버렸다. 안드로이드에서는 매번 켜놔야 하는데 말이다. (Battery life is also briefly touched on, but in my experience it’s an important topic. It can be so wildly unpredictable that you never really know if you’ll get a day out of your phone or six hours. There are plenty of applications that promise to “fix” or “save” battery life but most of them are just snake oil. On iOS I find that my battery is consistent, that I know how many hours of actual screen use I can get out of a charge and I don’t need to check the percentage incessantly. I’ve got it turned off on iOS, where on Android I always had it on.)
3. 안드로이드의 백 버튼
백 버튼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능 중 하나다. 하지만 Owen은 안드로이드 백 버튼의 사용자 경험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다.
안드로이드에서 백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는 이게 이전 화면으로 넘어갈지, 앱이 꺼질지, 이전 앱을 켤지, 당신이 켜본 적이 없는 앱을 켤지, 아니면 아무것도 안할지 알 수가 없다. 어쩌다 그러는 게 아니라 항상 그렇고, 결국엔 백 버튼 쓰다가 좌절해버리고 만다. 앱 개발자들이 뭘 하든 구글이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까, 덕분에 개발자들은 그것(사용자경험)을 싸그리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On Android, when you hit the back button, you have no idea if it’ll go back a screen, quit the app, open the previous app, open something you’ve never even opened or simply do nothing. This isn’t rare behavior but something that happens all the time and eventually makes the button frustrating to use. App developers can do whatever they want with it since Google doesn’t really care, so they often just ignore it altogether.)
4. Apple Lock-in
iOS를 쓰면 애플의 서비스들에 갇혀서 나오기 힘들어진다지만 Owen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Paul은 “안드로이드에서는 애플 서비스들 대신에 구글 서비스나 드롭박스 같은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가 간과한 것은 구글 관련 서비스는 iOS에서도 쓸 수 있다는 점.
Owen에 의하면 심지어 구글 서비스들은 안드로이드보다 iOS에서 더 나은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고 한다. 오히려 안드로이드를 쓰면 구글에 갇혀버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팔아서 돈을 버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구글 서비스를 사용할때 돈을 번다.
이에 대해서는 Marco Arment도 관련된 글을 썼다.
나는 기분 나쁜 큰 광고 회사가 나와 내 데이터에 많이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싫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독점적이고 대체하기 어려운 서비스에 맡긴다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신의 자료나 기능 같은 것들을 특정 회사의 특정 계정, 그것도 아무런 경고나 복구요청이나 지원도 제공하지 않고 영구 정지되어 버리곤 하는 계정에 한정된 독점적인 서비스에 묶어놓는 것은 완전히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I object to a huge, creepy advertising company having that much access to me and my data, I think it’s unwise to use many proprietary, hard-to-replace services in such important roles, and I think it’s downright foolish to tie that much of your data and functionality into proprietary services run by one company in one account that sometimes gets disabled permanently with no warning, no recourse, and no support.)
이쯤에서 애플도 똑같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애플이 광고회사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 물론 똑같다. 사실 모든 기술 기업들이 그렇다. 기술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거기에 속박되길 원한다. 그렇기에 사용자는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안드로이드 환경에서보다 “울타리 두른 정원”이라고 불리는 iOS 환경에서 그런 노력을 실현하는게 더 쉽다.
5. 안드로이드의 앱들
이 부분이 가장 열심히 까이는 부분이다. Owen뿐만 아니라 Steven Aquino도 이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Day one
Tweetbot
Paper
Fantastical
Reeder
이런 앱들이 안드로이드에 있나? 없다. 안드로이드의 앱 생태계는 여전히 iOS에 비하면 부족하다. 왜 그럴까.
개발자가 어떤 플랫폼에서 개발을 하려면, 3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Marco Arment가 제시한 해당 기준은 아래와 같다.
개발자들이 플랫폼을 직접 사용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사용해야 한다.
그 플랫폼에서 개발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iOS는 이 3가지를 모두 충족시키지만, 안드로이드는 2번 항목에서만 iOS를 넘어섰을 뿐 1번과 3번을 여전히 확실하게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Rene Ritchie의 “iOS와 안드로이드 개발자의 차이점,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닌 이유(The difference between iOS and Android developers and why it’s not just a numbers game)”를 읽어보면 좀 더 확실해진다.
개발자의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숫자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취향을 갖고 있다. 그들은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2008년에 만들어진 모든 훌륭한 아이폰 앱들은 이미 몇 년 전에 심비안, 팜OS, 블랙베리, 윈도 모바일을 위해 만들어졌을 것이고, 모든 훌륭한 맥 앱들은 십 년 전에 윈도로 모두 옮겨갔을 것이다. (People — developers — aren’t just numbers. They have tastes. They have biases. If they didn’t, then all the great iPhone apps of 2008 would have already been written for Symbian, PalmOS, BlackBerry (J2ME), and Windows Mobile years earlier. If they didn’t, then all the great Mac apps would have been migrated to Windows a decade ago.)
안드로이드는 이 부분에서 iOS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부분의 갭을 줄이기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줘야 하는 구글에서는 그럴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
해묵은 논쟁거리
iOS가 좋으냐 안드로이드가 좋으냐는 건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하는 것만큼이나 해묵은 논쟁이다. iOS가 모든 면에서 안드로이드를 압도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어떤 부분은 안드로이드가 낫고, 또 다른 부분은 iOS가 낫다. 나는 iOS의 단순성과 사용자경험을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이유로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일례로 안드로이드의 커스터마이징은 큰 장점이지만, 난 그게 오히려 대부분 사용자에게서는 사용성을 해친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가 더 좋다는 장문의 글에 낚여서 나 역시 장문의 글을 썼지만, 이런 논쟁 따위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 가장 좋다고 얘기하는 것보다 본인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걸 써라. 이 글이 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3=3=3
ps. 아~! 내가 안드로이드의 보안 얘기를 했던가? =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