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 부산교통공사는 향후 10년간 1천 명 이상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그 자리를 외주용역으로 메우는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구의역 사고 이후 도시철도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이 공론화되는 상황에서 부산지하철의 외주확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부산교통공사가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는 구조조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명분은 다름 아닌 적자다. 매년 발생하는 2천억 원의 적자에 대한 해소책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공기업 적자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공공재를 다루는 공기업에게 있어 흑자가 오히려 국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때론 정부 정책에 따라 공기업이 적자를 일부러 떠안기도 한다. 이런 공기업에게 적자만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강요한다면 그 직접 피해자인 노동자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공기업 적자의 허구성
적자의 내용도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2015년 부산교통공사의 65세 이상의 무임승차 운임손실분은 1,200억이다. 여기에 환승 할인으로 발생한 300억을 더하면 부산교통공사가 정책적으로 떠안은 손실은 1500억이다. 부산교통공사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 손실액을 제외하면 2015년 부산교통공사의 적자는 696억으로 대폭 줄어든다.
나머지 적자도 부산교통공사에 온전히 책임을 묻기 힘들다. 2천만이라는 수도권 시장과 부산의 2배가 넘는 도시철도 수송분담률에도 서울의 평균 운임은 수송원가의 80%를 넘지 못한다. 도시철도 인프라가 국내 최고인 서울도 적자를 내는 상황인데 평균 운임이 수송원가의 50%도 안 되는 부산교통공사가 현재 인프라로 적자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부산 시내버스의 경우 2015년 한 해 1287억 원의 지원을 받았다. 승객이 부산지하철의 1/20 수준인 부산김해경전철은 매년 부산과 김해로부터 1천억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부산지하철만 부담하고 있는 무임승차 등 정책적 손실분을 제외하면 부산지하철의 지원 규모가 가장 적은 편이다. 공공재로서 교통수단은 일정 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는데 부산지하철만 문제 삼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메트로 떳다방이 남긴 적자
사실 구조조정보다 훨씬 간단하고 쉬운 적자대책이 있다. 2008년 2호선 양산선을 연장 개통하자 적자가 220억이 더 늘었다. 2011년 개통한 4호선은 80억 적자를 추가시켰다. 올해 4월 다대선이 개통하면 적자는 또 대폭 증가할 것이다. 부산교통공사는 10년간 1,000명 이상을 구조조정하여 400억 정도의 적자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계획된 신규노선 계획만 취소시켜도 그 정도 적자는 줄일 수 있다.
엄청난 적자확대에도 불구하고 신규노선이 계속 건설되는 이유는 메트로 떳다방들 때문이다. 표가 필요한 정치인들이 신규노선을 공약하면 천문학적 공사비와 역세권 개발 이슈에 토건족과 부동산 자본이 달라붙는다. 수십만 표잔치와 수조원 돈잔치를 벌일 수 있는 메트로 떳다방을 정치인과 자본은 끊임없이 물색한다.
메트로 떳다방이 떠난 자리엔 적자만 쌓이는 신규노선이 남고 시민과 노동자들이 그들의 잔치 비용을 지불한다. 정치인이 표를 모으고 토건족과 부동산 자본이 돈을 쓸어 담고 나면 노동자와 시민은 구조조정과 불안한 지하철로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다.
공기업 적자는 메피아들의 알리바이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지난해 7월 시의회 시정질의에 답하면서 도시철도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고 대중의 편의를 위해 요금을 원가 절반 수준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도시철도를 재정적자의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런데 6개월 만에 태도를 바꾸어 현재는 적자를 이유로 외주화 시동을 걸고 있다.
외주화는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아주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의를 제기할 노조가 사라지고 갑질을 할 수 있는 을이 생기며 퇴직 후엔 일자리를 보장해준다. 정치인과 자본이 메트로 떳다방을 물색하듯 경영진과 간부들은 끊임없이 외주화 기회를 엿본다. 이때 공기업 적자는 메피아들의 외주화 잔치를 위한 알리바이로 쓰인다.
부산지하철 전동차 입환 용역은 외주화된 이후 지금까지 퇴직 간부 출신이 만든 회사만이 수주했다. 시민단체로부터 심각한 메피아 사례로 지적받았지만 부산시 윤리위는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업무 특수성이 있다는 이유다. 올해 3월 초 부산교통공사에서 외주인력을 모집했는데 퇴직자 출신이 40% 이상 뽑혔다. 시장이 제한된 공기업에서 외주화를 하면 용역업무는 결국 퇴직자 출신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기업 외주화는 곧 메피아로 이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적자가 아니고 적자프레임이다. 정치인과 자본의 메트로 떳다방 뒤치다꺼리와 메피아들의 외주화잔치를 위한 알리바이에 적자가 동원된 것이다. 자본과 관료들은 적자프레임으로 공기업이 그들의 잔치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공기업을 비정규직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현재의 적자해소책으로는 공기업 적자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적자프레임으로 쉴 새 없이 빨아들이는 자본과 메피아의 이익만 더 늘려줄 뿐이다. 공기업 적자프레임을 깨서 그들만의 잔치판을 중단시켜야 한다. 그게 실질적인 적자 해소책이고 저들로부터 공기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원문: 거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