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옛 버마) 국민들이 거의 60년 만에 다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합법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도 알음알음 드셨다고 하더군요.) 이로써 지구상에서 코카콜라를 팔지 않는 나라는 두 개로 줄었습니다. 어디와 어디일까요?
· 12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한 곳은 (예상하셨던 대로) 북한, 또 한 곳은 쿠바입니다. 두 나라 모두 미국 정부가 지정한 통상 금지 국가죠. 미얀마도 1962년부터 통상 금지 국가였지만 지난해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면서 금수 조치가 풀렸습니다.
· 그러나 실제로 평양에 있는 식당에서 코카콜라를 팔고 있다는 소문이 종종 들립니다. 쿠바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BBC 인터뷰에서 “암거래를 통해 흘러들어 갔을 개연성은 있지만 공식 루트를 통해 공급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 사실 쿠바는 캐나다, 파나마와 함께 코카콜라가 개척했던 첫 번째 해외시장이었습니다. 코카콜라가 쿠바에 들어간 건 1906년. 하지만 1960년대 카델 피스트로 정권이 사유 재산을 동결하면서 철수했고,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 미얀마에 코카콜라가 처음 진출한 건 1927년, 북한도 진출 연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1950년 6·25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코카콜라를 팔았습니다.
· 코카콜라는 1912년 필리핀에 병입(甁入) 공장을 건설하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은 1919년 프랑스 파리, 보르도에 공장을 세운 게 시작. 1930년에 코카콜라 병입 공장이 있는 나라는 27개국이었습니다.
· 코카콜라가 진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2차 대전 때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 병입 공장 60곳을 마련하고 미군에 콜라를 납품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들에게 코카콜라는 ‘애국심의 상징’ 같은 이미지를 얻었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희망이 아이콘이 됐습니다.
·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된 2차 대전 연합군 공군 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우어는가 소련군 원수 게오르기 주코프에 코카콜라를 소개하자, 주코프는 투명한 코카콜라를 만들어 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보드카처럼 보이는 음료를 원했던 거죠. 코카콜라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거절했다고 합니다.
· 1959년이 되면 코카콜라 병입 공장이 있는 나라는 100개국을 넘어섭니다. 그러나 냉전 시대에 더 이상 시장을 확대하는 건 무리였죠. 화해 물꼬를 튼 건 1979년. 세계 아이스하키 선수권 대회 공식 스폰서 자격으로 소련 문을 열었고, 같은 해 10년에 걸친 협상 끝에 중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습니다.
·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도 코카콜라가 등장합니다. 서베를린에 거주하던 코카콜라 직원들이 동베를린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를 건넨 거죠. 동베를린 주민들은 “코카콜라는 자유의 상징”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해 말 코카콜라는 동독에 진출했습니다.
· 미국에게 유일한 패전을 안긴 베트남은 어떨까요? 1994년 수출 금지령이 풀리면서 코카콜라도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갔습니다.
· 지난 달 코카콜라는 페이스북 팬 페이지에 ‘좋아요’ 숫자가 7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남북한 전체 인구 숫자와 맞먹는 사람들이, 기꺼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 ‘좋아요’를 누른 거죠. 이 까만 설탕물이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 글 다 썼으니 저도 코카콜라 한 잔 하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