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처럼 아기를 키우는 부모 사이에서는 최근 ‘안아키’가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안아키란, ‘약을 안 쓰고 아기를 키우는 부모’의 약자라고 하는데요, 항생제 사용에 대한 불신 문제와 소아과의 성의 없는 진찰, 나아가 유명한 한의사분의 의견이 더해져서, ‘안아키’ 카페도 생겼고, ‘안아키’ 방식에 따라 아이를 키우려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기를 키우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항생제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아기에게 약을 사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극단적인 ‘안아키’ 부모님들의 육아 방식이 소개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소개되는 극단적인 ‘안아키’ 부모님들의 육아 방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수두파티 : 수두에 걸린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하는 육아 방식
아토피 피부의 아기에는 햇볕을 쬐게 해야 한다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온수 찜질
저도 병원을 잘 가지 않는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만…. 위와 같은 ‘안아키’육아법은 상식적으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안아키’ 논란의 핵심은 극단적인 ‘안아키’ 육아법으로 아기를 키우는 부모를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조문만 해석하자면, 위 사례와 같이 ‘극단적인’ 안아키 육아법은 위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아동복지법’ 제17조에서는 아래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6. 자신의 보호, 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양육, 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조 (아동학대중상해)
제2조 제4호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4호 가목에서는 형법에서 규정하는 상해죄를, 나목에서는 유기죄를, 다목에서는 체포감금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보호자가 아동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유기하거나 감금을 하면 아동학대범죄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아기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한 경우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위반 행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 위반의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정형만 놓고 보면 결코 경미한 사건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고, ‘극단적인’ 안아키 육아를 한 부모들은 위 법에 따라 중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아키’ 부모들을 위한 변소
저 역시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안아키’ 육아법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다만,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항상 왜 피고인이 그런 행동을 하였을까를 생각하기 때문에, ‘안아키’부모의 시각에서 왜 그랬을까를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형사처벌이나 이른바 ‘마녀사냥’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안아키’ 관련 뉴스를 보면, 마치 ‘안아키’부모들이 사이비 종교에 빠진 광신도 관점에서 아기를 학대하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정말로 광신도 비슷하게 아기를 방임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과연 모든 ‘안아키’ 부모들이 그렇게 정신적으로 이상한 부모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저도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분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육아맘이나 육아대디 사이에서는 이런 농담이 있습니다.
남의 집 애완견과 아기가 예쁜 이유는 직접 안키우고 가끔씩 보기 때문이다.
아기를 키우는 저의 입장에서 보면, 아기와 애완견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기도 합니다. 다만, 농담의 취지는 100% 공감합니다. 가끔씩 아기를 본다면, 자고 있거나 짧은 시간 울거나 방실방실 예쁘게 웃는 모습만을 보기 때문에 아기가 귀엽습니다.
그러나 육아에 지친 부모 입장에서 보면, 새벽마다 3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울고, 분유를 줘도 잘 안먹고, 직접 이유식을 만들어서 먹였는데 안먹으면서 울고, 매일 목욕을 시켜야 하고, 난 피곤한데 아기는 안자고…..정말 힘듭니다.
하루 24시간 아기와 함께 지내는 육아맘 입장에서 아기가 아프면 흔한 말로 미쳐버립니다. 병원을 가서 즉각적인 효과가 나면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을 불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아과에 가서 1시간 기다린 다음, 5분 진찰을 받으면서 전해 듣는 말은…..
좋아질 거예요. 연고 계속해서 발라주시고, 심해지면 다시 오세요.
지난 번에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하십니다. 도대체 언제 좋아지나요?
이런 부모 입장에서는 ‘안아키’에서 소개되는 이른바 극약 요법이나 민간 요법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안아키’요법의 후기 내용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후기가 사실이라면 현대의학에서 처절한 실패를 보았던 부모입장에서는 ‘한 번 해보자’라고 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문을 해봅니다. “효과 없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방임인가요?”(물론 예방접종도 하지 않는 부모들은 글쎄요…..)
2. 학대 또는 유기의 고의가 있는가?
‘학대’란 사전적으로는 “몹시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우함” 또는 “모질게 대우함”이란 뜻입니다. 학대의 의미는 해석자가 학대의 개념에 어떤 가치를 충전시키는지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는 이른바 ‘가치충전필요개념’입니다. ‘유기’란, 보험 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가져오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형사 판례 중에서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수술에 반드시 필요한 수혈을 거부한 사례에서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사례(79도1387)도 있습니다.
아기에게 법정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부모가 여러 치료법이 있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거나 아기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부모의 판단에 따라 치료를 하지 않은 것을 ‘학대’ 또는 ‘유기’의 고의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있을까요? ‘안아키’부모는 아기를 괴롭히기 위해서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가져오기 위해서 치료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위 사례처럼 현대의학의 모든 치료법을 동원하였으나 효과를 보지 못해서 이른바 ‘안아키’ 요법을 사용한 부모는 과연 학대 또는 유기의 고의가 있는 부모로 단정할 수 있을까요?
형사처벌은 신중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안아키’ 부모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안아키’ 사례 사진을 보면 ‘어떻게 부모가 저럴 수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안아키’ 부모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듣다보면, ‘안아키’ 부모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아키’ 부모들을 구속시키고 형사처벌하면, ‘아기는 누가 키우나요?’
극단적인 사례의 부모들은 부모 자격이 없는 부모라고 할 것이고, 이분들의 양육은 제한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다수의 ‘안아키’ 부모들은 아기를 위한다는 심정으로 ‘안아키’ 육아를 한 것이 아닐지(결과적으로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생각을 해봅니다. 나아가 현재의 소아과 진료 시스템을 불신하게 된 배경과 항생제 사용에 대한 염려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의학 지식을 검증된 치료법인냥 소개하면서 이익을 취하는 몇몇 의사들을 의료법 위반 등으로 처벌하고, 아기엄마들에게 소아과 관련 의학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원문: 법무법인 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