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스승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두 명의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절차를 지시했습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이 지났으나 제도해석의 문제로 고 김초원, 이지혜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이 아직 안 됐다.”라며 “논란을 끝내고 고인의 명예를 존중하며 유족 위로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윤영찬 수석은 “이들 두 분의 교사의 순직을 인정함으로써 스승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 하려고 한다”며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공무 수행하다 사망한 공직자의 경우 정규직, 비정규직 등 신분과 관계없이 순직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담임으로 아이들과 끝까지 함께 있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4.16연대, 전교조 등이 참여하는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 인정 대책위원회’가 무려 3년이 넘게 정부에 순직 인정을 촉구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대통령이 바뀌니 180도 변한 김동극 인사혁신처 처장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숨진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 지시를 내리자, 김동극 인사혁신처 처장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만큼 순직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동극 인사혁신처 처장은 불과 두 달 전인 3월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처에서 순직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처럼 말하지만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 대상이 아니다”라며 “기간제 교사 숫자는 4만6000명인데 두 교사에 대해서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었습니다.
김 처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시행령에 따라서 그 권한이, 처장님이 이 문제는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한 선생님을 위해서 내가 내 권한을 한번 써야겠다라고 결단을 하시면 가능한 얘기지요?”라고 간곡하게 요구했지만 “제가 제 재량 범위 내에서 그걸 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불가능하다는 태도만 되풀이했습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법적으로 제도 개선을 한다고 해도 세월호 기간제 교사를 순직처리 하지 않겠다고 하던 분이 이제서야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만큼 순직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라고 한다며 ‘격세지감’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는 내내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이야기와 요구에 대해 공무원들이 ‘법과 규정이 없다’라는 이유만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도 법과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교육부와 인사혁신처가 “상대 부처가 순직인정을 결정해야 한다”라며 미루고 미루다가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김동극 인사혁신처 처장은 기간제 교사들의 희생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안타까웠다면 김 처장이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자로 지정했으면 됩니다. 왜 박근혜 때는 ‘절대 불가’를 외치고 문재인 대통령 때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라며 적극적으로 나설까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제2조4호에 따르면 인사처장이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라고 해도 공무원연금법 적용 대상자를 지정할 수 있다. 공무원이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탈출하기 쉬운 세월호 5층 객실에 있다가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결국 구조되지 못한 채 숨졌습니다. 두 명의 교사는 기간제라는 신분을 떠나 자신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도 담임으로 스승으로서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법과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국민이 눈물로 호소하는 일을 외면하는 공무원, 문재인 정부에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문: The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