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병신같은 게임만큼이나 병신같은 컨트롤러가 많다. 하드웨어라는 게 제작비가 꽤 비싸게 먹히기 때문에 그 종류와 양이 대단히 많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돈을 땅바닥에 쏟아 버리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걸 구입하는 호갱호갱 역시…
그렇다면 인류의 기술력과 존엄성을 시궁창에 처박아버린 기기들은 어떤 게 있을까? 개중 임팩트가 강한 다섯 가지를 골라보았다.
1. 바이오하자드 전기톱 컨트롤러
…이 정신 나간 모양새의 게임 조종기는 시동 줄을 당기면 게임이 시작하며(덜덜) 컨트롤러에 모션 감지기가 달려있어서 전기톱을 들어올리거나 내리쳐서 무기 위치를 바꿀 수 있다… 다만 무게가 미친듯이 무겁고, 전기톱을 휘둘러 적을 베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버튼과 방향키를 눌러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구조상 그립감이 최악…이라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기엔 무척 힘들다. 게다가 막상 게임 속 플레이어의 무기 중에는 전기 톱이 없다(!?!?).
참고로 게임 주인공이 아닌, 소위 “빵 봉지” 아저씨가 이 무기를 사용하긴 한다. 푸근한 몸매의 소유자지만 한 번 만나면 입에서 미친놈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한대 맞으면 체력과 관계없이 피 분수를 뿜으며 즉시 참수됨…
2. 세가 액티베이터
시대를 심각하게 앞서나간 세가의 메가드라이브용 모션인식 조종기는 적외선 빔을 이용한 동작 감지로 게임을 컨트롤을 하는 기기이다. 최근 정식 발매된 리프 모션과 기본적인 원리는 같은 셈인데, 팔각형의 여덟 개의 방향이 각각 상, 하, 좌, 우, A, B, C, 시작 버튼에 대응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게임 하나 하려면 미친놈처럼 팔다리를 팔락팔락해야 한다는 것인데 심지어 동시 인식이 안되기 때문에 각 동작을 8방진을 마크해가며 마치 태극 1장처럼 따박따박 해줘야 한다. 거기다 오직 세 가지 게임만 정식 지원하는데다가 9V짜리 전용 벽돌 어댑터를 연결해야 하며 가격마저 $80로 비쌌다. 결국 시원하게 팔랑팔랑 말아먹었다.
3. 아타리 마인드링크
딱 보면 뇌파를 읽을 것 같이 생긴 이 조종기는 실제로는 이마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할걸? 그럴 거 같다.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제작사의 전언) 이 컨트롤러는 공개만 여러 차례 되었을 뿐 실제로 발매되지는 않았는데, 게임 내내 플레이어가 이마근육(=눈썹)을 계속해서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존나 두통에 시달렸기 때문… 게다가 플레이하는 모습이 너무 병신 같았다.
4. 닌텐도 핸즈 프리 컨트롤러
이 제품은 사실 굉장한 제품인데,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만든 손 대신 입을 사용하는 컨트롤러이다. 제품을 가슴에 장착하고, 막대를 턱으로 조종해 방향키로 사용하고 빨대를 불거나 빨아들여 A와 B버튼을 누른다. 제품 특성상 A와 B버튼을 동시에 누를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5. Trance Vibrator
Rez라는 드림캐스트/PS2용 음악 게임의 컨트롤러로 나온 이 진동기는 음악에 따라 진동한다. 진동 전용기인 만큼 당연히 진동 효과는 PS2의 듀얼쇼크 보다 훨씬 강력하며 음악의 비트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만.
음악을 하반신으로만 느끼는 사람들이 나와서 문제가 되었다. 제작자인 테츠야 미츠구치는 인터뷰에서 “농담이었다. 성적인 의미는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글쎄. USB 기반이어서 일본에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윈도 PC용으로 전환에 성공했고 리눅스용 드라이버도 제공되어 범용 바이브레이터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만해 미친놈들아
마치며
최근에는 ‘재미 이론‘과 인식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초 쿨한 제품이 탄생하거나 모양새는 괴상해도 적어도 특정게임에는 딱 맞는 좋은 컨트롤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XBOX 360과 같이 주변기기 발매를 엄격히 제한하는 콘솔도 있으며 PC용 게임 컨트롤러는 이미 개념 충만한 메이커들이 꽉 잡아 더 이상 병신력이 침투하기 힘들어졌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기들이 많지만 또 그런 게 계속해서 연구되고 발매되었다는 게 당시 어린이들과 게임계 종사자들의 꿈과 희망이 아니었나 싶다.
최근에는 킥스타터(http://www.kickstarter.com/)같은 소셜 모금 사이트에서 아마추어 제작자들의 병신력과 실험정신 충만한 컨트롤러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모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과감히 투자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