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고 뉴스를 본다. 뭔가 새로운 것들이 보도되는 것 같다. 인터넷에 접속해 작년 뉴스를 볼까? 놀랍게도 오늘의 뉴스와 똑같다. 기념일이면 특히 심하다. 광복절에도 예외 없이 반복되는 클리셰가 있다.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 스케치, 눈물 흘리는 노인들,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매해 반복되는 쉰 떡밥에 에너지 낭비 말자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이들 문제를 정리해 본다.
광복절 클리셰 짧은 정리
- 일본어: 노가다, 기스, 다라이, 누끼 등의 일본어를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꼭 등장한다. 그런데 공사판이나 인쇄업 등 특정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를 그렇게 억지로 막을 필요 있나. 쓸만하니 쓴다.
- 위안부: 매년 일본의 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우익의 오해는 종군’위안부’는 군속 매춘업이 아니라 군국주의 식민정책에 의해 강제로 실시된 일. 여기에 대해서는 정황과 증언이 넘치니 말 보탤 것 없다.
- 욱일기: 당연히 쓰면 안 될 물건. 다만 너무 과하게 몰아붙이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1) 방사형 무늬 + 2) 흰 바탕 붉은 선 + 3) 일본 국가의 상징’이 모두 갖춰질 때만 문제를 제기하자.
- 코스프레: 표현의 자유이지만 인지상정, 광복절에는 좀 자제를. 평소 코스튬 플레이에 품었던 악감정을 매년 8월 15일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정당화할 것 없다.
- 독도: 그냥 지금처럼 계속 눌러있으면 된다. 민족 감정 다 필요 없고 그냥 대한민국 영토라능. 즉 민족 감정, 광복 일제 그런 걸로 접근할 이유 없이 그냥 영토로서 주권 행사하면 된다.
- 박정희 친일: 했다. 그런데 박정희가 안 한 게 뭔가? 좌익도 하고, 독재도 하고, 암살도 당하고, 신으로도 모셔지고, 뭐…
- 말뚝: 구라다. 쇠말뚝 같은 거 만들 잉여가 있기는 했나? 당시 일본은 사람들 숟가락, 밥그릇까지 걷어갔다.
일제 잔재 청산을 넘어 식민주의, 전체주의적 사고 청산으로
애국심 고취하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그 ‘애국’이 알맹이 없는 ‘민족 자긍심’ 따위가 아니라 한국 사회라는 현실에서 더 존엄 있게 살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모색하는 현재적 노력이어야 한다. 인쇄소, 건축판 용어를 두고 식민의 잔재가 어떻다느니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제도와 문화에서 식민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다.
나아가 일제의 잔재보다 먼저 식민주의적 권력질을 당연시하는 모습 자체를 청산해야 한다. 이제 일제로부터의 해방 말고 식민주의적 사고의 청산을 논할 때다. 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한 동조, 차별의 정당화와 약자에 대한 체계적 착취 같은 악습을 되돌아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