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 자 칼럼에서 “박근혜의 국정 지지율이 4%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실제 지지자는 20%는 될 것“이라고 쓴 적이 있다. 조사에서 4%밖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나머지 16%가 응답을 거부하고 전화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0%는 ‘극우’도 아니고 ‘보수 집단’도 아니다. 역대 수구 기득권세력의 선전에 철저히 속아 넘어가 자신의 생각을 절대 바꿀 수 없는 ‘맹신자 집단’에 가깝다.
그들이 맹신하는 대표적인 게 ‘좌파=종북’ 프레임이다. 좌파 중에서도 북한체제를 반대하고 평등과 복지를 실현하려는 좌파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퍼주기’를 했다는 말을 굳게 믿는다. 그때의 평화, 긴장 완화가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는지 아무리 다른 통계나 수치를 보여줘도 안 믿는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되는 꼴을 볼 수 없다는 가장 큰 이유도 이것이다.
얼마 전 경남도민일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통영중앙시장을 찾아 문재인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박 의원이 통영의 가장 큰 현안인 “조선소를 살리겠다”며 말을 건네자 한 상인이 이렇게 받아친다.
“조선소 살리서(살려서) 북한에 다 가지(퍼주겠지)….”
이런 식이다. 어떤 이성이나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 그동안 10여 명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심지어 “국민들이 여자 대통령이라 얕보고 촛불집회를 여는 바람에 탄핵까지 되었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건 최순실의 옷 몇 벌밖에 없다“는 홍준표 후보의 황당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홍 후보는 20%의 맹신자 집단이 듣고 싶어 할 이야기만 딱 골라 TV 토론회에서 말하고 있다. ‘강성귀족노조 때려잡겠다’ ‘종북좌파세력에게 지원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가 뭔 잘못이냐. 나는 경남도지사 할 때 좌파세력 지원금 다 끊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 퍼주기가 북핵으로 돌아왔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군 가산점 찬성’ ‘사형제도 찬성’ ‘사드 배치 찬성’ ‘동성애 반대’ 등이 있다.
그들에겐 홍 후보의 ‘설거지는 하늘이 정해 준 여성 일’ 발언이라든지 ‘돼지 흥분제 성폭행 모의’ 등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 보거나, 그들도 동의하는 것이다.
최근 홍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10%대로 올라간 것은 이들 20%의 맹신자 집단이 서서히 그쪽으로 결집한 것으로 추측한다. 홍 후보가 조원진·남재준 후보와 단일화에 나선 것도 20%가 그들에게 분산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듯 박근혜 탄핵은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던 맹신자 집단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그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끌어안고 다독여 설득할지도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