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급한 내용 및 스크린샷의 경우 어떠한 정치적 의도 없이, 서비스의 비교를 위한 단순 예시임을 밝힙니다.
국내 포털사이트의 ‘자존심 싸움’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특집 페이지’입니다.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부터 시작해서 지자체 선거, 총선, 대통령 선거와 같이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포털사이트들은 특집 페이지를 준비합니다. 모든 포털사이트가 같은 이벤트로 준비하는 특집 페이지기에 ‘더 빛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같은 콘텐츠를 어떻게 경쟁사와 차별화해서 보여줘야 할지, 반복되는 이벤트(지자체 선거·총선·올림픽·월드컵은 4년, 대선은 5년)를 어떻게 매회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 특집 페이지도 치열했습니다. 탄핵 사태로 인해 몇 개월 더 일찍 치르는 대선인 만큼 포털사이트들도 발 빠르게 준비하여 19대 대통령 선거 특집 페이지를 선보였습니다. 각 포털사이트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 특집 페이지를 다소 주관적인 저만의 기준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대통령 선거 특집 페이지 메인: ‘네이버’ 승
우선은 각 포털사이트 대통령 선거 특집 페이지 메인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장 깔끔하게 선거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은 네이버였습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뉴스를 가장 상단에 위치해 신속하게 선거 정보를 알려주고, 공약·정책, 여론조사 내용 등의 콘텐츠를 통해 선거와 관련된 대략적인 정보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후보별 ‘말말말’ 코너를 통해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코멘트를 확인 가능했고 ‘뉴스 키워드’ 맵으로 날짜별 선거 뉴스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다음은 특집 페이지 메인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없었습니다. 상단에 뉴스코너를 배치하기는 했으나 이미지형 3단 섬네일로 크게 차지하고 있어서 공간을 낭비하고 많은 정보를 메인에서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개 방송사의 콘텐츠를 끌어오는 것이 메인 콘텐츠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대선 페이지 메인에도 디스플레이 광고를 집행하여 후보별 콘텐츠와 후보별 배너 광고가 서로 난립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고인지 콘텐츠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콘텐츠인 줄 알고 눌렀다가 후보 공식 홈페이지로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특집 페이지 내 모든 페이지에서 배너 광고를 집행하지 않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트래픽이 나오는 특집 페이지이니만큼 이곳에 배너 광고를 집행하면 큰 매출을 거둘 수 있지만, 네이버는 이를 포기하고 선거 특집 페이지 전면에 배너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초강수를 두며 공정하게 선거 관련 콘텐츠만 전달하는 ‘깨끗한’ 공간으로 특집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후보별 페이지: ‘다음’ 승
대선 특집 페이지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대통령으로 적합한 후보자에게 한 표를 잘 행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선거 정보를 주는 것입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메뉴가 바로 ‘후보별 페이지’입니다. 이 역할은 네이버보다 다음이 더 잘하고 있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후보별 상세 공약을 보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로 넘어가야 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PDF 파일로 넘어가야 볼 수 있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PDF 역시 각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재가공 없이 그대로 올려놓아 후보별 포맷이 다르다는 점도 불편한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사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불친절한 UX입니다.
이에 반해 다음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가야 볼 수 있는 정보들까지 모두 후보별 페이지에 담았습니다. 이에 사용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로 넘어가는 경험 없이 페이지 한 곳에서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분야별 상세 공약 역시 ‘펼침’ 인터랙션으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PDF 파일이 열렸던 점과 비교하면 굉장히 편리한 UX입니다.
또한 핵심 공약도 네이버는 단순 나열식으로만 보여줬다면 다음의 경우는 각 상세 공약별로 1) 목표 2) 이행 방법 3) 이행 기간 4) 재원조달 방안 등으로 분류하여 정리해 보여줍니다. 아래 비교 사진만 봐도 어느 곳에서 후보별 공약을 보는 것이 좋을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능으로, AI로 기사를 분석해 후보별 공약 키워드 추이를 그래프로 제공합니다. 공약 중에서도 어떤 키워드가 언급이 많았는지를 보여주면서 “이 후보가 이 공약에 특히나 더 신경 쓰고 있다”를 알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네이버에서는 각 후보가 어떤 공약을 중점적으로 내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없었습니다.
후보별 비교: ‘다음’ 승
네이버와 다음 모두 후보별 비교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명의 후보를 선택한 뒤 정책, 공약, 경력 등을 한 창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에서도 네이버와 다음은 다른 비교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네이버는 단순히 후보별 객관적인 내용만을 ‘창 분리’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후보별 페이지를 1개의 페이지로 머지한 느낌에 불과했습니다. 공약 비교만 하더라도 같은 아젠다, 사안으로 비교하는 게 아니다 보니 일일이 찾아서 비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다음은 같은 사안에 대해 후보별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리해서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외교 안보 분야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문재인 후보는 “차기 정부 재검토 필요” 안철수 후보는 “사실상 배치 찬성”이라고 비교하여 후보별 생각과 의견을 ‘진짜로’ 비교해주는 식입니다.
놀라운 점은 모두 후보를 이렇게 같은 아젠다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교하다가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사드 배치 공약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한 창에서는 2명의 후보만 비교 가능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러 후보를 같이 비교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 네이버는 국내에서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1위 포털사이트 사업자인 만큼, 마치 ‘정리’ 해주는 듯한 느낌의 콘텐츠 구성에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지양한 듯합니다. 그럼에도 ‘후보 비교’라는 메뉴 이름이 무색할 만큼 같은 기준점으로 비교할 수 있는 내용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네이버 후보별 비교의 ‘정책 분석’ 역시 각 언론사의 기사를 가져와 비교해주는 수준에 그쳐 사용자로 하여금 “뭘 어떻게 비교하라는 거야?”라는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나 싶습니다.
사용자 참여: ‘다음’ 승
네이버, 다음 모두 투표 인증사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경우는 인증사진을 올린 후 이를 즉시 확인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오픈 갤러리가 없어 다른 유저들의 인증사진을 볼 수 없고 단순히 댓글 참여 정도로만 오픈해두었습니다. 이에 반해 다음은 인증사진 업로드 후 바로 공개 갤러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해시태그별로 몇 개의 게시글이 올라왔는지도 즉시 알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참여는 다음의 #인증샷 이벤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팩트체크: ‘네이버’ 승
이번 19대 대선에서 가장 말이 많았던 건 바로 ‘가짜뉴스’였습니다.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각 후보의 가짜뉴스가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퍼졌고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언론사, 포털사들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이런 사회 공익적 역할을 잘 보여준 곳은 네이버입니다. 각 언론사별 팩트체크 내용을 정리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반해 다음은 제휴 방송사 ‘JTBC’ 채널 내 서브 메뉴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송사별 영상 콘텐츠: ‘네이버’ 승
네이버는 주요 방송사별로 제공되는 영상을 ‘TV+’ 페이지 내에서 잘 정리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 네이버 TV로 이동해야지만 볼 수 있어서 큰 불편함이 있습니다. 페이지 내에서 바로 페이지 인 팝업 형태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에 반해 다음의 대선 특집 페이지에서는 영상 콘텐츠를 ‘토론회’에 국한되어서만 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사별 선거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페이지를 나가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네이트의 대선 특집 페이지도 모든 항목에서 비교해봤으나, 아쉽게도 네이버와 다음에 비해 이렇다 할 경쟁력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후보자별 발언을 토대로 댓글을 남기고 지지와 반대를 할 수 있는 ‘발언체크’ 기능이 그나마 차별화된 기능이었으나 후보자별 정책과 공약, 후보자 간 생각을 비교하여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투표할 것인지 도움을 줘야 하는 페이지의 역할과 비교했을 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서비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털사이트별 대선 특집 페이지 한 줄 평
-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선거 정보를 볼 수 있는 네이버
- 새로운 콘텐츠 실험으로 도전 정신이 빛난 다음
- 네이버, 다음과 벌어지는 격차가 너무 느껴지는 네이트
포털사이트의 특별 페이지는 계속 발전합니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그 속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편리하게 보여주기 위한 포털사업자들의 노력이 계속됩니다. 최종 대선 특집 페이지 성적표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 당일 개표 현황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5월 9일, 소중한 한 표 꼭 행사하시고 포털사이트 3사의 대선 특집 페이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함께 즐겨보세요!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