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형 사회적기업 이로운넷이 네이버 해피빈 재단과 함께 공감펀딩을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필리핀의 아동학대를 막는 프레다재단 이야기 입니다. 현지를 다녀온 이승희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FN)간사와 함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조슈아(17살·가명)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심한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10살 때 집을 나와 길거리를 헤매며 구걸을 했고 본드를 흡입하다 감옥에 갇힌 경험도 있지요. 필리핀에는 소년원이 따로 없어요. 그래서 아동들은 성인 중범죄자들과 뒤섞여 감옥살이를 하면서 제2의 피해자가 되거나 더 악랄한 범죄를 배우기도 합니다. 최근 두테르테 정권 이후 야간 통행금지법이 시행되면서 10살이 안 된 아동들도 유치장에 갇히는 실정입니다.
조슈아는 그나마 운이 좋았습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비영리단체 프레다 재단의 도움을 받아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대학에 진학해 경찰이 되고 싶어요.
조슈아는 재단이 운영하는 ‘소년의 집’에 2년째 머물며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과거의 상처를 씻어내고 당당히 자신의 꿈을 밝히는 청소년으로 성장했어요.
‘소년의 집’ .. 떠돌이· 경범죄 소년들에게 자립의 기반 제공
프레다재단은 필리핀의 삼발레스 주 올롱가포(Olongapo)에서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공동 주거시설 2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롱가포는 미 해군 기지가 있었던 클락(Clark)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으로 이른바 ‘기지촌’으로 악명 높은 앙헬레스와 가깝습니다.
소년의 집에는 조슈아와 비슷한 경험을 지닌 7살~18살 미만의 청소년 40여 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유치장이나 감옥에서 풀려난 아이들이죠. 이 가운데 절반은 범죄 경력이 없고 구걸하거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입니다.
보호시설에는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 퍼실리테이터, 요리사 등 15명이 함께 머물며 재활을 돕고 있어요. 아이들이 빈곤을 이겨내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직업 훈련을 실시하고 가족과의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이들은 평균 8개월에서 1년 동안 체류하는데 지난해만도 소년의 집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거쳐 갔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김(Kim)심리치료사는 아동학대가 큰 사회 범죄를 낳고 있다고 걱정합니다.
아동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요. 미성년자들이 마약 때문에 총격 살인에 연루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레다의 사회복지사들은 감옥과 홍등가에서 아이들을 구해내고 얼마나 그들이 존엄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홍등가 13살 소녀가 심리치료사로
레이안(가명)은 심리치료사입니다. 하지만 그의 십 대는 암울했죠. 레이안은 앙헬레스의 한 섹스 바에서 13살 때 구조됐어요. 프레다의 핫라인을 통해 구조 신고가 들어와 프레다가 법 집행기관과 협력해 바를 급습한 결과입니다.
그는 2년 동안 프레다가 제공하는 ‘소녀의 집’에 머물며 상담과 치료를 받았어요. 처음엔 아무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차츰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대학에 진학했고 마침내 심리치료사가 됐습니다. 레이안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다른 소녀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있어요.
프레다 소녀의 집에는 평균적으로 35~40명의 아이들이 거주하는 데 주 연령층은 7살~18살입니다. 성매매 산업에서 인신매매 당하거나 길거리 매춘 그리고 근친 학대와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입니다.
아동학대 예방에 43년을 헌신한 파란 눈의 셰이 컬린 신부
프레다재단은 아일랜드 출신의 셰이 컬린(Shay Cullen) 신부가 1974년에 세웠습니다. 컬린 신부는 1969년 필리핀에 부임한 후 생활상을 파악하기 위해 민간인 복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가 충격적인 일을 겪었습니다. 인신 매매업자가 접근해 12살 소녀를 소개해주겠다고 한 거예요.
내가 본 아동 성 노예의 첫 번째 사례였어요. 당장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가능한 많은 아이들과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컬린 신부는 매년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성매매 사업에 노예가 되어 전 세계에서 거래되고 있고 필리핀에서 그 수는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합니다.
공정무역 망고로 농가 소득 올리고 수익금은 아동학대 예방에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컬린 신부가 꺼내 든 카드는 공정무역입니다. 가난이 학대를 불러오는 주범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오늘날 프레다의 도움으로 1000명 이상의 소규모 생산자 가족들이 유기농 망고를 재배하고 공정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더 나은 삶으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요.
프레다는 공정무역으로 얻은 수익금의 55%를 아동 인권 보호 활동에 씁니다. 이 같은 활동으로 프레다는 3차례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고 권위 있는 인권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AFN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가 2014년부터 필리핀의 프레다 재단과 공식 거래를 시작해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친환경 건망고를 수입해 판매합니다. 수입량이 늘어날수록 가난한 농가의 소득이 올라가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후원금이 늘어나는 셈이죠. AFN은 해마다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농가를 돌아보고 그 후원금으로 학대받던 아이들이 꿋꿋하게 성장해가는 흐뭇한 모습을 확인하고 온답니다.
아동권리 수호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사티아티(Kailash Satyarthi)는 2016년 유니세프가 발간한 세계아동현황보고서에 기고한 글에서 “현대판 노예제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수많은 아이들이 장난감 대신 총을 쥐고 담뱃값 밖에 안 되는 푼돈에 노예로 팔려갑니다. 최근 자료를 종합해볼 때 전 세계에서 1억 50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아동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5,900만 명의 어린이들이 초등학교마저 마치지 못합니다. 특히 자연재해와 분쟁지역의 아이들이 위험합니다. 이런 악을 물리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할까요. 바로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원문: 이로운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