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503호 수감자’를 놓고 말들이 많다. 박 전 대통령에게 이런저런 특별대우가 제공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 때문이다. 구치소 측은 ‘특혜는 없다’며 부인하면서도 503번 수용자의 수감생활에 대해서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예우’와 ‘특혜’, 뭐가 다른가
‘503호’가 배정받은 독거실(독방)의 면적은 10.6m²(3.2평). 일반 독거실(6.56m² 또는 5.04㎡)에 비해 훨씬 넓다. 방 내부도 다르다. 싱크대, 매트리스, 샤워기, 차단문이 달린 화장실 등 일반 독거실에는 없는 것들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주한미군 수감자가 사용하던 방이라서 입식이다. 구치소 내에서는 ‘특별한 방’으로 통한다.
CCTV도 없다. 대신 여성 교도관으로 구성된 ‘503호 전담팀’이 2인 1조로 3교대 하며 24시간 ‘503호’를 관찰한다. 사실상 경호원인 셈이다. 게다가 식사 수발 등 잔일도 돕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치소장이 ‘503호’를 각별히 챙긴다는 얘기도 있다. 일부 언론은 구치소장이 수감 첫 주말 동안 휴일인데도 출근을 해서 503호를 두세 차례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503호’의 수감 방은 다른 방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차단막까지 설치돼있는 상태다. 다른 수감자가 그를 절대 볼 수 없게 하려는 구치소 측의 배려다. 구치소 측은 경호와 신변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말 이유가 그뿐일까? 온갖 특혜를 준다고 해도 밖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구조다.
‘특혜’가 맞다. 그런데 구치소 측은 ‘예우 차원’이라고 말한다.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면 “전직 대통령들의 수용 전례를 따른 것”이라고 둘러댄다. ‘503호’는 그냥 전직 대통령이 아니다. 갇힌 범죄 피의자다. 최소한의 신변 경호는 몰라도 ‘예우’를 갖추는 건 다른 수감자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예우’와 ‘특혜’가 뭐가 다른가. 사실상 같은 의미 아닌가.
‘503호’는 국민에게 큰 빚진 ‘채무자’
박 전 대통령은 헌정질서 수호와 법 정의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왔던 1700만 개의 촛불과, 국정농단을 엄단하라는 국민 95%의 추상같은 명령에 의해 ‘503호 수감자’가 된 것이다. 이런 그에게 갖춰야할 ‘예우’는 없어야 한다. 여전히 ‘나는 억울하다’고 버티는 그에게 ‘예우’라니 천부당만부당하다.
‘503호’는 국민에게 엄청난 채무를 진 빚쟁이다.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고, 국정을 마비시켰다. 외교 실패로 안보는 불안해졌고, 한반도는 새로운 냉전 시대로 돌입했다.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국가 이미지는 크게 손상을 입었다. 그의 불통과 독선에 의해 갈등이 증폭되며 사회는 갈기갈기 찢어지며 분열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계산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503호’가 국민에게 진 빚을 다 추정해 볼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빚 중에 똑 떨어지는 한 가지가 있다.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의 사회적 비용은 그나마 간단하게 추정할 수 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 최근까지 22회 진행된 ‘퇴진 촛불집회’의 사회적 비용은 대체 얼마나 될까?
2008년 촛불집회와 비교해 보는 것으로도 추산할 수 있다. 광우병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10주가 지난 2008년 7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촛불시위의 사회적 비용(조경엽외 3인 저)>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냈다. 참가자의 생산손실, 공공지출, 제삼자의 손실 등 직접 피해 비용은 6,685억 원. 사회 불안정, 국정과제 지연 등 국가적 손실에 따른 비용은 1조 9,227억 원. 이 두 항목을 합하면 2008년 집회의 사회적 비용이 된다. 약 2조 6,000억 원이다.
그런데 2008년 집회에 비해 ‘퇴진 촛불집회’는 그 기간이 훨씬 길고, 참가자도 몇 배 많았다. 2008년의 경우, 집회 시작부터 주춤할 시점까지 2.5개월 정도 걸렸지만, ‘퇴진 촛불집회’는 5개월이나 지속됐다. 참가자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08년의 경우 6월 10일에 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참석인원은 주최 측 추정 70만 명. 하지만 ‘퇴진 촛불집회’의 경우,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230만 명(12월 3일)이 운집했다. 100만 명 이상 참가한 집회도 7회나 됐다. 2008년 집회보다 참가인원이 3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신의 채무 인정 안 하는 뻔뻔한 ‘빚쟁이’
기간이 두 배나 길고, 참가인원이 세 배 이상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퇴진 촛불집회’의 사회적 비용은 적어도 15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제대로 분석해 들어가면 이보다 훨씬 커질 것이다. 참가자들이 쓴 개인 비용(교통비, 음료수, 간식비 등)과 업무 올스톱 상태에서 월급만 챙긴 청와대 비서진과 직원들의 임금 등등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최소 15조 원. ‘503호’가 국정농단만 안 했어도 나갈 필요가 전혀 없는 돈이다. 촛불집회 한 건만도 그 비용이 엄청나다. 이 비용 지출을 유발한 장본인이 바로 ‘503호’다. 직간접적인 책임이 ‘503’호에게 있다는 얘기다. 촛불집회 비용만도 이 정도니 ‘503호’가 국민과 국가에 끼친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될까. 어마어마할 것이다.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큰 빚을 진 ‘503호’. 그런데 그는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채무를 인정하지 않는 뻔뻔한 빚쟁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원문: 사람과 세상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