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김태완(29·사진)이 13일 대구 삼성 경기에서 생애 첫 3루수로 출장했습니다. 물론 선발로 나왔던 건 아니고 8회초에 대타로 나왔다가 8회말에만 수비에 나섰던 거죠. 생애 첫 출장이다 보니 3루수용 글러브가 없어서 1루수용 미트를 끼고 나왔다가 다시 글러브를 바꿔 끼고 나오는 바꾸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는 야구 규칙에 ‘1루수·포수 이외의 글러브’ 크기를 정해 두었기 때문인데요, 보통 1루수용 미트는 이 규격보다 큽니다. (그러니까 규칙에 “1루수·포수 이외”라고 못 받은 거겠죠.) 그래서 1루수용 미트를 가지고 내야 수비를 보면 안 되는 겁니다. (왼손 타자인 SK 박정권이 2루 수비를 볼 때도 외야수용 글러브를 끼고 나왔습니다.
이런 말부터 야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께는 낯설 이야기. 포지션마다 글러브가 다르다는 말이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야구 규칙에 어떤 포지션은 어떤 글러브를 껴야 한다고 나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 포지션에 유리하도록 포지션별로 다른 글러브를 씁니다. 그 차이를 한번 알아볼까요?
투수(Pitcher)
투수 글러브의 생명은 그물(웹)입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엄지와 검지 사이를 연결한 가죽이 보입니다. 이 부분을 그물이라고 합니다. (다 막혔는데 왜 그물이냐고 하는지는 다른 포지션용 글러브를 보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이 부분을 막아둔 건 구종별로 공을 잡을 때 타자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죠. 야구 글러브는 손목에서 그물 끝까지 길이를 재 크기를 나타나는데요, 투수용은 보통 12~12.25인치짜리를 씁니다.
포수(Catcher)
포수 글러브는 보통 미트(mitt)라고 부릅니다. 다른 글러브가 보통 장갑이라면 포수용 글러브는 벙어리장갑(mitten)이기 때문이죠. 포수는 투수가 세게 혹은 회전을 많이 걸어 던진 공을 받는 게 주요 임무. 그래서 공을 쉽게 빠뜨리지 않게끔 크고 단단합니다. 사이즈는 보통 32.5~34인치 사이입니다. (포수 미트는 길이가 아니라 둘레 기준)
1루수(1st Baseman)
1루수용 글러브도 포수용 글러브와 마찬가지 이유로 미트라고 부릅니다. 1루수 역시 내야수가 땅볼을 잡아 세게 던진 공을 받는 게 주요 임무. 1루수가 공을 떨어뜨리면 내야 수비가 아무리 좋아도 세이프가 됩니다. 그래서 포수용보다는 덜하지만 크고 단단한 글러브를 씁니다. 일반적으로 크기는 13인치 이상.
2루수·유격수(2nd Baseman, Shortstop)
2루수와 유격수가 쓰는 글러브는 사실상 차이가 없습니다. 이들이 글러브를 쓰는 용도는 공을 잡는다기보다 막아두는 데 있죠. 공을 빨리 빼서 던지는 게 중요한 포지션이니까요. 다만 오른손잡이 타자가 많아 유격수 쪽으로 강한 타구가 더 많이 오기 때문에 유격수가 좀더 큰(볼집이 깊은) 글러브를 씁니다. 보통 두 포지션 모두 12인치가 안 되는 크기.
3루수(3rd Baseman)
3루수는 좀 다릅니다. 3루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핫 코너(hot corner).’ 강한 타구가 많이 날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루수나 유격수보다 좀더 큰 11.75~12.25인치 글러브를 많이 씁니다. 그물망도 탄탄한 걸 선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역시 강한 타구를 안전하게 잡으려는 이유죠.
외야수(Outfielders)
마지막은 외야수용 글러브입니다. 외야수는 머리 위로 뜬공을 잡는 게 제일 중요한 임무. 그래서 볼집(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는 부분)도 깊고, 웹 길이도 깁니다. 공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니까요. 인치로 말하면 12.25인치 이상. 또 한 가지 특징은 보통 웹이 헐겁다는 건데요, 글러브를 들고도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잘 볼 수 있도록 하려고 그런 겁니다. 같은 미트라도 1루수용과 포수용 웹 모양이 다른 이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라운드형
만약 사회인 야구를 막 시작하는 분이 있다고 칩시다. 글러브 지름신은 강림했는데 어떤 글러브를 사야 할지 몰라 망설이신다면 어떤 글러브가 제일 좋을까요? 가장 보편적인 특성을 두루 갖춘 글러브는 역시 3루수용입니다. 시중에서 ‘올라운드형’이라고 파는 글러브는 사실 투수용인 케이스가 많지만 말입니다. 물론 포수나 1루수를 지망하신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 그러나 그 포지션이 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니까요.
노파심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글러브 크기나 그물 모양 같은 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뜻입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11인치 반짜리 글러브를 가지고도 통산 평균자책 2.93으로 커리어를 마쳤고, 데릭 지터는 그물 촘촘한 글러브를 끼고 골드글러브를 5번 탔습니다. 언제든 자기한테 맞는 건 따로 있습니다. 자기 손에 직접 끼는 거라면 더더욱 그렇죠.
+ 재미있는 건 규정에는 1루수와 포수 미트를 제외하면 모두 최대 길이는 12인치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인 야구 하시는 분들이 이 규칙을 안 지키실 뿐더러, 알렉스 로드리게스 역시 12인치 반짜리 글러브를 끼고 태연하게 3루 수비를 봅니다. 이 규정 역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PS. 이 글은 미즈노 사의 PPL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