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은 21세기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천연자원이다.”
“집중은 어느 한 곳에 모든 주의력을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집중의 반대말은 산만이다.”
“집중은 성과와 효율을 높인다(성과=시간×집중력)”
“집중 상태에서는 외부 방해 요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중 상태에서는 행복감이 상승되고 내면의 배터리가 충전된다.”
“집중력은 21세기 초반부터 점점 더 저하되고 있다.”
“집중을 방해하는 주범들은 디지털 미디어들이 지닌 원심력과 끊임없는 업무 중단, 그리고 멀티캐스팅이다.”
“우리 뇌는 갈수록 늘어나는 정보의 홍수나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들이 제공하는 각종 알림 등을 모두 감당할 만큼 요량이 크지 않다.”
마르코 폰 뮌히하우젠의 『집중하는 힘』을 읽으니 내가 힘든 이유를 알 것 같다. 하는 일이 너무 많다. 집에 들어오면 가정주부다. 주말에도 장을 봐 두어야 하고, 어머님 약도 타 와야 하고, 세탁기도 돌려야 한다. 삼시 세끼를 챙겨야 한다. 그러면서 밀린 원고를 쓰거나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스포츠 중계도 열심히 본다. 이 책은 집중력 있는 생활을 하는지 체크를 하잔다.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한다.
- 아침 식사 중에 휴대폰이나 태블리PC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고,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한다.
- 운전 중에 통화를 한다.
- 근무 중에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걸려온 전화에 응대해야 할 때가 많다.
- 회의 중에도 휴대폰이나 태블릿PC로 업무를 본다.
- 근무 중에 직장 동료들이 나를 방해할 때가 많다.
- 근무 중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있다.
- 나의 생활은 ‘24시간 연락 대기 모드’다.
- 한 가지 일에 장시간 잘 집중해서 일하는 편이다.
- 언제 어디서든 집중을 잘하는 편이다.
- 가끔 명상을 한다.
-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일에 몰입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 늘 피곤하고 주의가 산만하다.
- 디지털 기기들이 내 삶을 조종하고 있다.
- 주말에는 휴대폰과 인터넷 없는 삶을 즐긴다.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을 빼놓고는 좋은 점수를 받을 여지가 없다. 당연히 결과는 집중력을 키우라고 충고받을 상황이다. 집안일 말고도 하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러니 잘 되는 일이 없다. 다행인 것은 나도 집중만 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곧 나올 내 책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열흘 만에 끝냈다. 중간에 며칠은 집중할 수 없어서 쉬었으니 1주일 만에 마친 셈이다. 교정지를 읽어보아도 한달음에 정리한 것이라 잘 읽힌다. 정말 내가 조용한 곳에서 집중을 하면 적어도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의 심리학자 옌스 코르셀은 “휴대폰을 이용하는 기쁨이 삶의 기쁨을 망가뜨란다”라고 경고한다. 코르센에 따르면 삶의 진정한 기쁨은 무언가를 극복했을 때나 자신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 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질 때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은 성취감과 거리가 꽤 멀다. 별 노력 없이 느끼는 행복감이기 때문에 뭔가를 견뎌낸 뒤에 오는 가슴 뭉클한 성취감이 들 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주는 행복감은 지속 시간도 매우 짧다.
‘좋아요’에 중독되어 있거나 잠시도 소셜미디어와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상 세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진짜 세상의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런 생활이 지속될수록 두려움과 절망감은 커진다. 그뿐 아니라 끊임없이 휴대폰을 확인하는 행위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심각한 경우에는 디지털 번아웃 증상을 불러온다.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맞는 말이다. 초연결 사회의 디지털 번아웃. 나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소셜미디어에서 한순간도 벗어날 수가 없다. 눈만 뜨면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 하며, 스마트폰의 전화로 일을 수주한다. 강연요청이나 원고청탁을 받아야 하니 스마트폰을 목숨보다 중히 여길 수밖에 없다.
저자는 뉴미디어의 위험성 및 부작용을 파악하고, 신중한 이용을 하며, 사용시간을 단축하라고 충고하지만 첫 번째는 이미 충분히 했지만 뒤의 충고 둘은 받아들일 형편이 되지 못한다. 저자는 “집중이란, 메스를 들고 수술대에 선 외과 의사의 눈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 눈이 두렵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농담을 했다. 편집자 한 사람과 책만 펴내면서 조용히 살면 내 인생은 편할 것 같다고. 상대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하지만 내 인생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저질러놓았다. 그걸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판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그 일들을 서서히 넘길 생각을 하고 있다. 집중하는 다수가 내 일을 인수해 가면 내가 할 일은 분명하다. 독서모델학교다. 좋다. 최대한 집중하면서 살아볼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원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