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구성
- 피해자의 대처방법
- 주변인·타인의 대처방법
-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의 정보
*글에 나온 모든 센터와 자료, 참고 글 등의 정보는 글의 하단에 첨부.
피해자 본인의 대처.
1.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정신이 드는 즉시 해바라기 원스톱센터로 연락하세요. 그냥 동네 병원을 가는것 보다는 센터에 연락을 취해 가까운 원스톱센터(병원과 연계되어있음)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성폭력 키트가 구비되어 있고 피해자가 정신이 없더라도 절차를 빠르게 밟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증거수집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피해자 프라이버시 침해도 막을 수 있으며 응급피임약 처방 등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2.
성폭행/추행의 피해자가 되었다면(혹은 의심이 든다면), 씻지 않고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이 경우, 1번에서 말씀드린 대로 원스톱센터와 성폭력 응급키트가 있는 병원에 가시는 것이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으며 증거 유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꼭 샤워하지 말고 가세요.
가능하다면 24시간 이내에. 빠를수록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남성 정액의 DNA보존시간은 보통 72시간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구강 증거 채취를 위해 먹고 마시지 말고 바로 방문할 것을 권한다고 합니다.
3.
입었던 옷을 보기 싫다고 찢어서 버리거나 태우기까지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꺼내두기 힘드시면 한데 모아 종이봉투에 넣어두기라도 해야 합니다. (비닐봉지는 변질의 위험이 있어 종이봉투가 좋다고 합니다. 또한, 속옷과 겉옷은 가능하다면 따로 보관합니다.) 성폭력수사는 증거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진술의 일관성과 증거보존을 위해 피해 당시의 옷이나 속옷 등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4.
피해현장에서 탈출할 때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강제로 이동을 당했거나 피해 사실로 인해 정신이 없을 경우, 추후 사건장소를 특정짓지 못해 CCTV 등의 증거확보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소에서 벗어날 때 괴롭더라도 주변을 찍어놓거나(스마트폰 카메라 이용) 폰 바탕화면 캡쳐(탈출 시각 특정), 주변의 커다란 건물이나 간판등을 외워두시는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5.
장소에서 나와 이동하실 때, 혹은 병원에 가실 때 등등 교통수단을 이용하실 때 가능한 한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결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결제 포함) 카드 결제는 자동으로 시각이 기록되며 후에 피해자의 기억을 되살려 진술을 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6.
녹음어플이나 카메라 등,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무조건 증거와 기록의 싸움입니다.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거나 자신의 경험을 말씀하시는 분 대부분이 자신이 증거를 남겨두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글로 상황을 정리하거나 기록할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으므로 녹음 어플이나 음성 메시지 등으로라도 자신의 현재 상황과 상태, 감정 등을 기록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수사 기간이 몇 달 이상 심지어는 같은 사건을 놓고 가해자와 몇 년 동안을 끌고 가는 경우도 많으므로 기록은 필수입니다.
7.
카톡이나 전화, 메시지 등을 절대 차단하지 마시고 캡쳐나 녹음,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특히 가해자의 범죄사실 시인이나 사과 등은 무조건). 피해자는 무척 지쳐있고 힘든 상태이므로 간혹 더 이상의 고통을 원치 않거나 당장 괴로움을 피하고 싶어 가해자나 그 주변 지인들을 차단하거나 메시지 통화내역 등을 삭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해자의 연락은 물론 자신이 피해사실을 알린 주변지인들과의 대화 내용까지 모두 캡쳐하여 보관합니다. 긴 법정공방을 하다 보면 가해자 역시 변호사의 조언을 듣게 되고, 추후 태도를 바꾸거나 말을 번복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나중을 위해 모두 보관합니다.
8.
가해자를 만나거나 접촉을 굳이 시도하지 마세요. 특히 가해자가 가까운 지인이나 지인과 얽힌 사이일 경우 주변의 종용으로, 혹은 자신의 마음 가책(!)에 의해 좋게좋게 상황을 끝내려고 만남을 시도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특히 대화 도중 상대방의 사과나 화해를 도모하려 가해자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거나 이해한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추후 법정공방에 있어서도 불리합니다(메신저 대화나 통화 역시 동일). 가해자를 동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재판으로까지 가지 않더라도 2차 가해가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되도록이면, 아니 절대 만나지 마시길 바랍니다.
9.
피해가 경미하여 법적 절차를 밟기 망설여지거나 개인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이 있으시더라도 수사기관이 국선변호사가 필요한지 물어보았을 때 긍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절차적으로 유용하다고 합니다.
10.
사건에 대해 알리고저 sns를 택하시거나 커뮤니티에 피해 사실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시라면 오히려 명예훼손등으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일수록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하므로 상담소를 통해 도움을 받는것이 좋으며 주변인에게 알리는 것은 추후 사건 정황 설명이나 증거로 제출할 수 있으므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알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가까운 친구 몇에게만 상황설명을 하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라도 좋겠습니다.
11.
즉, 원스톱 연계 상담소 등의 센터 선생님이나 의사, 여성단체에서 지원과 도움을 받고(정신과 상담 등 포함), 변호사에게 법적 절차와 수사.재판 등에 있어서 도움과 보호를 청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12.
국선변호사를 배정받거나 할 경우 여성 변호사를 고집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성폭행의 트라우마나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러실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만약 ‘같은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이나 감정적 동화를 기대하는 것이라면 그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경우 국선 변호사 선임이 늦어지기도 하는 데다, 법적 도움을 받는 것과 감정적 호소를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그러한 기대는 피해자의 감정을 더욱 헤집어놓고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주변인·타인의 대처 방법.
1.
위의 대처 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증거를 가능한 한 온전히 남길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위급할 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은 언제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잊지 말고 대처상황을 숙지해 두어야 합니다.
2.
피해자에게 ‘솔직함’을 강요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은 조력자일 뿐, 사건 진행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은 피해자 본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도움을 앞세운 고백의 강요와 감정적 압박은 피해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대처 방안을 잘 알고 있다고 하여 자신이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료와 법정공방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옆에 있어 주는 것에 힘써야 하지 지나친 간섭과 압박은 2차 가해와도 연결됩니다. 결국 본인은 타인일 뿐, 긴 싸움을 시작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피해자입니다.
3.
성폭력의 발생 원인은 모두 가해자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임을 분명히 말해주며,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언행은 삼가야 합니다. 자신이 2차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전문기관에 상담과 치료를 권합니다. 성병의 경우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피해 당시의 검사 말고도 1주 후, 4주 후, 3개월 후에도 재검사가 필요합니다. 정신과치료를 포함, 향후 지속적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때문에 피해자가 무력감에 빠지지 않도록 함께 도와주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옆에서 밀어주어야 합니다.
5.
피해자는 ‘불쌍한’사람이 아닙니다. 범죄의 피해자이자 사고를 당한 사람이지 동정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피해자를 호도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행동이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운’ 모습을 강요하며 우울감을 증폭시키고 역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막는 것이 됩니다.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옳은 일로 바라보아야 하지 ‘생각보다 상처 입지 않았나 봐’ ‘피해자면 좀 더 슬퍼해야 하는것 아니냐’등의 뉘앙스를 풍겨서는 안됩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어 움직일 수조차 없어야만 피해자인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쉽게 범하는 실수로, 흔히 뉴스 썸네일을 울고 있는 여성 등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것이 이러한 시선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6.
지나가다 성범죄를 목격한 것 같다면(몰카 이용 범죄 포함) 112로 신고해 경찰에게 알려 수사를 부탁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해당 장소를 떠난 후라도 스마트 국민제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타 목격자를 찾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도 있기 때문에 평소 어플 설치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 , 센터등의 정보
(대부분의 경우 온라인 상담도 가능. 주소는 기관 이름에 링크.)
경찰 112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여성 긴급전화와 해바라기 센터 모두 포함)
여성 긴급전화 – 국번없이 1366 (24시간 운영)
해바라기 센터 (지역별로 번호,위치 확인)
한국여성민우회 02-737-5763
한국여성의전화 02-3156-5400
기타 녹음어플 중 녹음 시의 위치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어플등이 있으니 알아보시고 저장해두시면 좋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센터나 특히 112등에서는 남성 피해자도 상담과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그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전화로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모두 숙지가 어렵다면 1366 하나라도 꼭 숙지하시길 바랍니다. 긴급번호이니만큼 24시간 운영되며 상담을 통해 필요한 절차와 상담사를 연결해줍니다. 직접 통화하여 확인했습니다. 상담사분은 여자분들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이 사회적 시선이나 경찰에 대한 불신,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단체나 개인에 대한 불신, 혹은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탓이 있다’는 것 등등등을 이유로 신고를 망설이거나 사건을 가슴에 묻고 가려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추후 미래의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현재의 포기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부디 한 번만 더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목소리는 뭉칠수록 강해집니다. 내는 사람이 많을수록 소리는 커집니다.
2017년 3월 2일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성폭력 신고 접수 시 경찰이 지체 없이 신고 된 현장으로 출동하도록 의무화되고, 경찰의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등 업무를 방해한 자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신고 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경찰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본 문단 출처 )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사이트와 정보들.
기타 성폭력 실태조사등의 자료와 성폭력 전문 변호센터의 자료 등.
원문: 표범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