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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벌, 흰개미 같은 사회적 곤충은 여러 개의 개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를 이루는 것 같은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먹이를 모으고 집을 짓는 일개미가 체세포라면 병정개미는 백혈구에 해당하고 알을 낳는 여왕은 줄기세포나 혹은 생식 세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립적인 개체들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 어딘지 인간 사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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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르츠부르크 대학 바이오 센터(University of Würzburg’s Biocentre)의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마타벨레 개미 (African Matabele ants (Megaponera analis))가 다친 동료를 버리지 않고 구출하고 돌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하라 남부에 널리 분포하는 이 개미는 흰개미를 먹이로 삼고 있습니다. 흰개미는 매우 개체 수가 많아서 하루에도 2~4회 정도 먹이 사냥을 나서서 흰개미를 잡으면 개미 군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흰개미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 때문에 그냥 잡아먹히지 않습니다. 이들 역시 병정 흰개미를 가지고 있으며 개미 집단의 침공에 대비해 맞서 전쟁을 벌입니다.
그런 만큼 개미 역시 부상당하는 일을 피할 수 없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부상당한 개미가 의무병을 찾듯 도와줄 다른 개미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람처럼 말을 할 수는 없고 화학 물질을 이용해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구조를 위해 다른 개미가 나타납니다. 비록 치료를 해줄 수는 없지만, 부축해서 개미굴까지 데려오거나 (사진1) 아직 붙어 있는 흰개미를 몸에서 떼어 구해줍니다.
연구팀은 부상 후 회복된 개미가 다시 흰개미를 잡아서 오는 과정까지 목격했습니다. (사진2) 사실 병정 개미는 개미 군집에서 보면 매우 큰 자산이므로 가급적 부상당했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만 아니면 회복 후 다시 공격에 투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와 같은 진화적 압력이 동료를 구해주는 행위를 진화시킨 원동력이었을 것입니다.
사회적 곤충인 개미는 여러 모로 인간 사회와 비슷한 모습을 지녔습니다. 비록 차이점도 있지만, 이 작은 곤충들도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돕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참고
“Saving the injured: Rescue behavior in the termite-hunting ant Megaponera analis,” Science Advances (2017). advances.sciencemag.org/content/3/4/e1602187
원문: 고든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