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사이에서 개인 서점 방문이 ‘붐’입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에 밀리고 줄어든 독서 인구 때문에 점차 사라지던 개인 서점이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급속히 늘어났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1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이래 꾸준히 증가했던 ‘331m²(약 100평) 이상’ 서점의 수가 첫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165m² 이상 331m² 이하’인 서점의 수는 오히려 소폭 증가했습니다. 대형 매장은 차츰 정리되고 작은 규모의 특화 서점이 늘어난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2015년 말 도서만 판매하는 순수서점은 1,559개로 2013년 말 대비 66개(4.1% ↓)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11년 대비 2013년 127개 감소(7.2% ↓)에 비해 감소 추세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전국 서점 수가 20년 새 70% 이상 감소한 가파른 감소세에 비하면 ‘나아진’ 상황입니다.
개인 서점 중에는 이미 유명해진 곳도 있습니다. 방송인 노홍철 씨가 이태원 해방촌에 차린 ‘철든 책방’,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출신 최인아 님이 선릉역에 마련한 ‘최인아 책방’, 속초의 명물로 자리잡으며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속초의 ‘동아서점’ 등은 매스컴에 여러 번 소개될 만큼 유명해진 개인 서점들입니다. 사라져가던 개인서점들은 어떻게 화려하게 부활하며 동네 곳곳에 자리 잡았을까요?
‘책’이 아닌 ‘콘셉트’를 팔다
일본에는 단 1권의 책만 판매하는 개인 서점이 있습니다. 바로 ‘모리오카 쇼텐’이라는 서점입니다. 이 공간은 책 1권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일종의 책을 위한 ‘전시 공간’이 되는 셈이죠. 만약 꽃을 주제로 다룬 책을 판매하게 된다면 공간 자체를 책에 나오는 꽃으로 꾸미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모리오카 쇼텐 서점은 2,100권의 책을 ‘판매’와 동시에 ‘전시’했습니다.
이 서점은 단 1권의 책만 팔지만 방문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개인 서점입니다. 왜 사람들은 달랑 책 1권만 파는 이 모리오카 쇼텐 서점에 방문할까요? 바로 독특한 ‘콘셉트’ 때문입니다.
“이렇게 독특한 콘셉트의 서점은 어떤 곳일까?”
“단 1권만 자신 있게 내미는 이곳에서 제안하는 책은 어떤 책일까?”
“이번에 판매하는 책과 관련해 공간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같은 궁금증에 방문합니다. 책의 종류와 수가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가 고객을 유인하는 새로운 레퍼런스를 선보인 거죠.
이처럼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가 할 수 없는 ‘콘셉추얼 북스토어’ 운영이 가능한 점이 개인 서점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여행책 전문 서점, 시집 전문 서점, 추리소설 전문 서점, 음반 서점 등 롱테일의 법칙에 충실한 세분화된 카테고리로 승부 봅니다.
서점 프랜차이즈가 “대중적인 관심사”에 초점을 잡았다면 개인 서점은 “세분화된 관심사”에 “개인”이라는 추가적인 요소를 더해 접근합니다. 프랜차이즈 서점들이 놓치던 “개인”에 집중한 거죠. 매스보다는 마이너리티 타깃을 대상으로 하고,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다는 “우리 서점 콘셉트에 잘 맞는 개인들만 타깃”되길 원하는 곳이 개인 서점입니다.
‘구매 예측 가능성’보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다
물론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같은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의 역할이 불필요한 건 아닙니다. 연령, 성별,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고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모든 출판 책들이 있는 서점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어떤 책이든 구매를 원할 경우 찾아가면 구매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이 존재하는 서점도 필요한 셈이죠.
하지만 개인 서점은 그 역할과 반대되는 역할에 앞장섰습니다. 개인 서점은 특정 책의 재고 여부를 파악하고 책을 구매하러 가기보다는 좋은 책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손님들이 가지도록 합니다. 그러다 보니 규모가 작은 동네 서점도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무리가 없습니다. 개인 서점은 모든 책이 다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 역할은 이미 대형 서점들이 충실하게 해줍니다.
또한 개인 서점은 과거에 서점 내에서 좋은 탐색 경험을 경험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합니다. 좋은 서적 탐색 경험이 있었다면 과거의 경험과 비슷한 탐색 경험을 기대하면서 또 방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점점 서점의 단골손님이 되어 갑니다.
책을 ‘보는 곳’이 아닌 ‘사는 곳’이 되게 하다
서점에서 재밌는 책을 발견해서 반쯤 읽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서점을 나가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나중에 다시 와서 마저 보지” 하고 돌아가는 사람이 대다수일 겁니다. 내가 읽는 이 책을 나중에도 또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책을 구매하는 행위까지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다음에 와도 이 책은 분명 이곳에 있을 테고 그럼 계속 ‘이어서 읽으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개인 서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판매하는 책 비중 중 독립출판물이 많고 책 재고도 소수다 보니 나중에 와도 이 책을 만날 기회가 희박하다는 것을 방문하는 사람은 압니다. 또한 역세권에 위치한 대형 서점 프랜차이즈와는 달리 동네 곳곳에 위치했기에 나중에 다시 이곳을 방문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단번에 느끼곤 하죠.
가장 큰 요인은 ‘개인 서점의 책은 온라인에서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대형 서점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두거나 메모장에 기재해두고는 온라인에서 구매합니다. “이 책은 온라인에 분명 있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 서점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이 온라인에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끼죠. 그러다 보니 좋은 책을 발견할 경우 개인 서점에서는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고 개인 서점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도 운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싶은 서점’
지금은 대스타가 되어 버린 ‘혁오’ 밴드를 소개할 때 많은 사람이 “나만 알고 싶은 밴드”라고 소개했습니다. 나만 이렇게 좋은 밴드를 안다는 희소성에서 오는 쾌락을 좋아했던 거죠. 개인 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갔다고 해서 자랑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서점을 방문하면 대부분의 방문객이 인증샷을 찍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곳을 난 이렇게 잘 알고 찾아왔다!”
를 어필하는 거죠. 개인 서점은 대중적이고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 것보다 나만이 알고, 보고, 듣는 무언가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트렌드가 만들어낸 수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 밖에도 SNS 시대가 도래되면서 개인이 얼마든지 서점을 홍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점도 하나의 성공 이유로 들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동아서점, 최인아 서점 등 대다수 개인서점이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타깃에 맞는 손님들을 찾습니다.
이런 개인 서점의 열풍은 결과적으로 출판 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서적의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적이지 않은 책이라도 출판을 하면 유통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인이 돋보일 세상이 오는 점도 하나의 의의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큰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 마케팅 파워를 가진 기업이 모든 비즈니스를 휩쓸었습니다. 서점업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그 어떤 요소보다 독특한 콘셉트가 방문 요인의 중요한 변수가 되면서 다시 개인에게 기회가 열렸습니다.
아마 이렇게 개인이 주목받는 비즈니스는 더 많아질 겁니다. 고유의 장인 정신을 토대로 다양한 분야에서 크래프트 숍도 점차 생겨나고 1인 MCN과 같이 콘텐츠 부분에서도 개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각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