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그것도 정말 수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길 꿈꾼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로 태어나든가 그 외에는 금수저 집안과 결혼하는 방법, 개인 사업을 해서 대박 나는 방법, 혹은 ‘인생 한방’을 외치며 도박이나 로또에 도전하는 방법 등이 있다. 모두 다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인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에겐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다니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자니 리스크도 크다. 내가 벌이는 사업이 대박이 날 것이라는 가능성도 희박하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월급처럼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해내는 게 중요하기도 하니 사업 생각은 고이 접어두자. 그래, 로또를 해볼까?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부자의 대열에 뒷문 닫고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이것도 역시 사업만큼이나 대박 날 가능성이 무지 희박하다. 설령 단독 1등이 돼서 당첨금을 독식한다고 해도 나에게 한 번에 그 많은 돈을 감당할 수 있는 배포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부자가 되기는 정말 힘들다.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자산 증식은 이루고 싶은 게 대다수 사람의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하나 존재한다. 투자(재테크)를 하면 된다.
보통 투자라고 하면 제일 먼저 주식투자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투자를 실행한다. 대박 종목을 찾아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사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기란 참 힘들다. 증권업계에서 일하는 전문직종이 아닌 이상에야 본업을 제치고 종일 주식만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고, 정보나 분석력 측면에서도 일반 개인투자자가 연기금, 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자들을 이기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기에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패닉에 쉽게 빠지거나 시장의 광기에 휩쓸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돌아오는 것은 손실이 잔뜩 찍힌 계좌뿐이다.
고민이다. 대체 어떻게 성공적으로 투자해 자산을 증식할 수 있을지. 다행히도 이런 고민을 해결시켜주는 좋은 투자전략이 존재한다. 바로 자산 배분이다.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 한 단어다. 주식 같은 한 가지 자산, 혹은 개별 종목 하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채권, 외화, 대체투자상품 등 다양한 자산군에 골고루 분산해서 투자하는 전략이다. 학계 연구에 의하면 실제 투자수익 변동의 90% 이상이 종목선택이나 마켓타이밍이 아니라 자산 배분이 차지하는 만큼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자산 배분은 돈 굴리는 규모가 큰 기관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따라 할 수 있는 자산 배분에 대한 좋은 책이 출간되었기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김성일의 『마법의 돈 굴리기』(에이지21)은 자산 배분에 대한 당위성, 중요성을 역설하고, 왜 우리가 투자에 실패하는지, 그리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어떤 투자전략을 실행해야 하는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일반 개인투자자도 따라 할 수 있는 좋은 투자 전략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도 역시 일반 투자자들에게 자산 배분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 등장한다.
시장의 폭락이 언제, 얼마나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으나 발생한다는 건 확실하다. 폭락에 따른 손실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상품은 없다. 하지만 손실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방법은 있다. 자산 배분 전략을 이용한 분산투자다.
- 146쪽
저자는 분산투자를 통한 자산 배분을 실행하는 것뿐 아니라 수일, 수개월 정도의 단기적인 기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라고 권하는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고통받는 횟수는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덜 힘들게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주가의 하락은 고통을 준다. 이런 고통스런 감정은 손실회피성향과 매몰 비용의 오류 등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하여 투자실패의 가능성을 높인다. 사고파는 기간이 길수록, 투자 기간이 길수록 유리하다.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감으로써 세이렌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장기 투자는 우리를 투자실패에서 구해줄 행동장치다.
- 151쪽
참으로 공감 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장기투자는 분산투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자산군이든 간에 무조건 일직선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평균으로의 회귀가 작용하거나 시장의 이상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손실을 보는 국면이 분명 출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실을 입는 구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투자를 실행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을 내 포트폴리오에 담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즉 저자의 말대로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투자실패를 맛보지 않게 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처음에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자산군들을 계속 유지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다른 자산군으로 대체하거나 비중을 조절하는 리밸런싱하는 방식을 추천하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자산 배분 전략의 투자 대상으로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자산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가격이 올라가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는 않다. 어느 때는 주식이 많이 오르고, 어느 때는 채권이나 다른 자산이 오르기도 한다. 절대적인 기준에서 자산가격이 싸다, 비싸다를 말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싸고 비싼지는 비교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것을 일부 팔고, 그 돈으로 상대적으로 싼 것을 구입하는 것이다. 투자 자산의 가격 변동성은 투자자에게 위험으로 인식된다. 자산 배분 전략에서의 자산 재분배는 이런 변동성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어준다.
- 289쪽
나 역시도 저자의 이런 의견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것은 좋지만, 매년 마다 어떤 자산들이 좋은 성과를 냈고 나쁜 성과를 냈는지 파악해보는 것은 자산 배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래의 두 그림은 『소음과 투자』의 저자 리처드 번스타인의 최근 투자레터에서 가져온 것인데, 2015년도에 좋은 성과를 냈던 자산은 2016년도에는 부진한 성과를 냈고, 반면 부진한 성과를 냈던 자산은 그다음 해 좋은 성과를 냈다.
이것을 아이디어 삼아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에 적용하면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좀 더 나은 투자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한마디로 자산 배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긴 투자 서적, 한국형 자산 배분 A to Z라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왜 우리가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지, 자산 배분을 위한 상품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설명해줄 뿐 아니라 한국인에게 해외 투자 특히 달러 자산 투자가 왜 필요한지도 데이터와 함께 잘 이야기해준다. 또 책을 읽는 독자들이 직접 자산 배분을 해볼 수 있도록 ETF, ETN을 활용한 실전 투자사례까지 제공한다는 점도 이 책을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서적으로 만들어준다. 최근 핫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이 부분도 놓치지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마법의 돈 굴리기』는 국내에서 자산 배분에 관해 이 정도로 디테일하고 읽기 쉽게 쓴 책이 없을 정도로 저자의 노력과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책이다.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 주식시장에서 자꾸만 손실을 보는지 고민이 많은 사람, 자산 증식의 기회를 늘 엿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원문: Got to Be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