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시대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을 통해 경제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의 자원을 대기업에 몰아주는 것 – 국가가 금융자본을 통제하고 기업대출에 직접 관여, 근로자의 임금을 낮게 유지, “기업의 과세부담을 경감시켜 공급측면의 성장촉진” 등등- 이었습니다. 그리고 근로자의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반대급부로 “개인소득에 대한 과세부담을 낮추어 노동유인을 증가” 시켰습니다.
박근혜 정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올바른 방향을 택하다
그 결과, 첨부한 그림에서 나오듯이 1970년대 후반-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나라와 비교해서도 부담률이 낮습니다.
조세부담률이 낮았기 때문에 당연히 재정규모도 작았고 복지서비스는 미미했습니다. 이른바 “저부담 저복지” 시대였습니다. 고성장 베이비붐 시기에는 조세부담률을 낮게 유지하고 복지서비스가 미미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의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시기입니다. 대기업의 수출이 이끄는 고도성장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경제성장을 통한 세금수입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수요는 늘어만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경제에 있어 박근혜정부 5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숫자가 감소하는 2017년 이전에,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맞추어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달성해야 합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에서 “고용률 증가를 통한 내수주도형 임금주도형 성장” 모델로, “저부담 저복지” 모델에서 벗어나 “고부담 고복지” 모델로 전환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박근혜정부가 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았다는 것입니다. 박근혜정부는 지하경제 활성화양성화, 국세청과 금융정보분석원 간의 자료공유 확대를 통해 탈세거래를 추적하고 사실상의 증세를 통해 세입을 증가시키려고 합니다.
며칠전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근로소득 상위 28%를 기준으로 비과세혜택 축소 등을 통해 세입을 증가시키고, 고연봉 근로자에게 더 많은 과세부담을 지게하는 정책입니다. 물론,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방향 자체는 옳은 정책입니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복지서비스 증가를 위해서는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 인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부담 고복지” 모델로 나아가려는 첫걸음 입니다.
그리고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난 6월에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 입니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이전 정부들이 늘상 이야기했던 ‘일자리 창출’ 과는 다른 정책입니다.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주도형으로 한국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정책입니다. 내수주도형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고용의 증가에 따른 임금증가” 입니다. 현재 한국의 고용률은 60% 초반 수준입니다. 3% 수준의 실업률에 비해 고용률은 상당히 낮습니다. 개발시대처럼 공급측면의 고도성장에 따른 고용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고용률 증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 확대” 입니다. 낮은 고용률,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 양육의 어려움, 경력단절 등등 현재 한국경제문제의 맥락을 무시한채, ‘시간제 일자리 확대 = 비정규직 증가’ 로만 생각하면 고용률 70% 로드맵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의 한국경제 구조개혁” 이란 맥락에서 고용률 70% 로드맵을 살펴봅시다. 아래의 글은 6월 6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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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이 아닌 ‘고용률’에 주목하는 박근혜 정부
“고용률 70% 로드맵” 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박근혜정부가 국정 중심을 “경제성장률”이 아닌 “고용률”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전 정부들에서는 “고용률”을 정책의 목표로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막연한 “일자리 창출 구호”나 “7% 경제성장률 달성” 같은 허무맹랑한 목표만 내세웠었다. 이는 대기업 중심 성장과 낙수효과 발생을 전제로 한 것인데, 고용노동부가 지적한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성장해도 일자리가 이전만큼 늘지 않는 구조”와 “대기업 성과가 국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및 노동생산성 격차도 지속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수출 ·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에서 “내수 · 서비스업 ·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고용률 70% 로드맵”의 목표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여성 일자리”와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한 시간제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여성 일자리” 개선을 위한 정책
노동시장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일반적인 생애경로는 “20대 초중반 취업 → 결혼적령기인 28세 이후 퇴사 → 30대는 가정에서 육아에 전념 → 40대, 50대에 자식들의 사교육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 → 대부분 마트, 음식점 등의 저임금 일자리”
대기업에 취직한 대부분의 고학력 여성들도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만다.
[참고]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유리벽·유리천장… 대리급 여성 76% “여성 직속 상사 없어요”.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기업 간부급 독신녀들 “결혼했다면 이 정도 위치까지 못 왔다”.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20대에 질 좋은 일자리, 30대에 경력단절 최소화, 40대에 저임 해소. <경향신문>. 2013.05.10
육아비용을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면 안될까? 그럼 맞벌이를 하는 동안 어린이집 등의 육아비용은 누가 대줄까? 결국 월급에서 나가는 거다. 외벌이를 하나 맞벌이를 하나 결과적으로 똑같은 경우가 생기게 된다.
어린이집 원장이 “그때까지 남아 있는 애가 없다”며 “오후 5시 전에 애를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친정부모와 시부모도 맞벌이라서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보모를 고용했다. 보모가 오후 4시 전후에 아이를 데려와서 오후 7시 반 최씨가 퇴근할 때까지 돌본다. 서너 시간 돌봄 비용으로 월 70만~80만원이 나간다. 최씨는 “국가 보조금은 의미가 없다. 이것저것 따지면 직장생활하는 게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 오후 3~6시가 두렵다. <중앙일보>. 2013.05.29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대신 돌봐준다? 그건 서로 가까이 살때만 가능한 경우. 그리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그냥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공공기관 직원 이영미(37·여·서울 서대문구)씨와 아이 둘의 하루 일정이다. 시어머니가 없으면 이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이집이 일찍 애를 받아주지 않고, 늦게까지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과 오후는 시어머니에게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 둘이 귀가한 후에는 미술학원에서 1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시어머니께 미안해서 야근할 때는 친정어머니의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께 수고비 조로 월 70만원, 두 아이의 학원비로 30만원이 든다. 매월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돈도 돈이지만 이씨도, 시어머니도, 아이들도 모두 힘들다.
“옷 다 입고 혼자 남아있는 딸 보면 죄인된 느낌”. <중앙일보>. 2013.05.29
결국 “육아문제”로 인해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생기고 만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30대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가 40대에 회복하는 M자형의 모습이 나온다.
<출처 :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 <조선일보>. 2013.06.05 >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로드맵”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고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라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정책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여성노동자 친화적인)1 “교육/의료/사회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 → 보건의료 · 사회서비스 일자리 각각 25만개 창출2
② “일 · 가정 양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시간 근로시간 해소” →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③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휴직 제도 및 공공/직장 보육서비스 개선 &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 여성들의 “경력단절 해소”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이 아니다
여기서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비정규직 증가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책이 현실화 되었을 때 의도와는 달리 어떻게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시간제 일자리란 단기 계약직이 아니다. 정년, 보험혜택 등이 정규직과 똑같지만, ‘일하는 시간’만 적은 일자리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핵심은 “보육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 이다. 고용노동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크게 증가”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핵심은 “여성 일자리”이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나 은퇴세대의 정년연장/재취업 등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책 기조를 ‘고용률 증가’와 ‘내수 서비스업 성장’으로 잡은 건 훌륭
물론, 이러한 정책이 여성 일자리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낮은 인식, 가부장적 문화, 낮은 서비스업의 임금, 특정 학과에 편중된 여성들의 대학 진학, 내수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부동산 등등 여러 장벽이 많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고용률 증가”과 “내수 서비스업 성장”와 맞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그리고 이를 위해 “여성 일자리의 적극적인 개선”을 노력하는 것은 평가해줄 만하다. 정책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모양으로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률 70% 정책을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로 바라보는 건 논의의 핵심을 가리는 것이다.
다음 회에는 정책의 목표를 경제성장률, 실업률, 고용률로 지향하는 것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참고자료 : 6.3 고용률 70% 로드맵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