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 저는 지금껏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누출과 관련된 감정적 글쓰기를 자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제 “일본의 관리들과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하루 300톤의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highly radioactive water)가 태평양으로 누출되고 있다’고 시인했다”는 기사가 로이터 통신에 보도됨에 따라,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되어, 이에 로이터 통신의 기사 전문을 번역하여 게재합니다.
▶ “고준위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망가진 후쿠시마 원자로에서 매일 300톤씩 방류된다.” 일본의 관계자들이 어제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부 각료들에게, 방사능 오염수의 처리과정에 개입하여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된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원전의 운영자인 도쿄전력(Tepco)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물이 샌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베 수상은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의 수질오염 문제를 ‘긴급상황’이라고 부르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위기대응에 쩔쩔 매고 있는 Tepco를 적극저으로 도와주라”고 처음으로 지시했다. 도쿄에서 220km 떨어진 원전에서 누출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의 규모는 올림픽 규모의 수영장을 일주일 만에 채울 만한 수준이다. 이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그 위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즉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 Tepco는 원전 내부의 항구에서 잡힌 물고기가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독립 연구자들과 후쿠시마의 어부들은 이미 방사능 오염수가 누출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지만, Tepco는 이를 부인해 왔다. 후쿠시마 어업협의회의 노자키 테츠 회장은 “내가 오염수 누출량이 규모에 대한 추정치가 얼마인지를 안 것은, 뉴스를 통해서였다”라고 밝혔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Tepco가 방사능 오염수 누출 사실을 고의로 숨겨 왔다”고 말하며, 일본 정부로 하여금 국제 전문가의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국제 그린피스의 리안 툴 박사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하고,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며, 국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발생한 지 몇 주 동안, 일본 정부는 긴급조치를 통해 Tepco로 하여금 방사능 오염수 수만 톤을 태평양에 방류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보다 장기적이고 값비싼 오염제거 방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향후 40년 이상에 걸쳐 11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오염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Tepco의 신뢰도는 더욱 하락하고,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한 데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Tepco는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단점을 얼버무리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우리는 태평양에 방류되는 오염수의 규모가 하루 300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일본 통상산업부(METI: 에너지 관리 주무부서)의 관리인 요네야마 유시는 말했다.
METI 산하 원전사고 대응팀의 신카와 타츠야 팀장은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원전의 오염수가 누출됐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지만, 로이터 통신과의 대담에서는 “현재의 수준(하루 300톤)으로 오염수가 누출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불문명하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그는 방사능 오염수의 오염 정도가 ‘높은 정도’라는 사실만은 인정했다.
문제의 방사능 오염수가 누출되는 곳은 망가진 반응로와 바다 사이의 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Tepco는 토양을 화학적으로 경화(chemically hardening the soil)시킴으로써 오염수가 누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노자키 테츠(후쿠시마 어업협의회 회장)는 오염수의 누출을 종식시킬 근본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만일 하루 300톤의 오염수가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면, 방사능 수치는 훨씬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우리는 Tepco에게 오염수의 해양 유출을 차단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라고 말했다.
아베의 개입
아베 수상은 정부 관료들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정부 주무부서로 이루어진 중앙재난대책 협의회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긴급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산업부 장관에게 “Tepco로 하여금 적절한 조취를 취하게 하라”고 지시한 후 “이 문제는 Tepco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일본 정부의 한 관리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의회에 이와 관련된 예산을 배정해 주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니케이 신문은 “해당 예산이 토양을 냉각시켜 지하수가 반응로 밖으로 누출되는 것을 막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이를 위해 최대 4억 1,0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Tepco의 원전관리 능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50기의 원천을 재가동하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2개를 제외한 모든 원전들이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폐쇄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값비싼 수입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새로 창설된 핵감시 기구의 당국자는 지난 월요일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고준위 방사선 오염수가 후쿠시마에서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문제는 긴급상황으로, Tepco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지난 수요일, 아베 수상은 핵 감시기구의 책임자에게 “오염수 누출의 이유를 밝히고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Tepco는 원전 위의 산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를 매일 400톤씩 퍼내 파괴된 원전건물의 지하실로 흘려보내고 있는데, 문제는 이 지하수가 (3개의 반응로에 녹아 있는)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데 사용되는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와 혼합된다는 것이다. Tepco는 우회로를 건설함으로써, 지하수가 플랜트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 왔지만, 최근 바닷물에서 검출된 방사성원소의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결국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Tepco와 통상산업부는 지난 5월 이후, 토양을 냉각시켜 지하수가 반응로 빌딩으로 새어들어가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와 비슷한 공법은 지하철 건설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 의하면 “Tepco가 수행하는 작업은 사상 유례 없는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이 공법을 제안한 회사는 카지마 건설인데, 이 회사는 이미 정화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Tepco와 통산산업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내용은 “4개의 손상된 반응로 주위의 반경 1.4km 지역의 땅에 기둥을 박아 냉각수를 주입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개월~수년 동안 지하의 온도를 낮은 수준으로 하는 데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프로젝트의 상세한 계획은 잡혀 있지 않으며, 청사진도 없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면밀히 검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이번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태스크포스의 수장인 킨조 신지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