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하는 것들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한다. 밤에 잠들고 아침에 눈 뜨는 것도 습관이라면 습관. 좋아하는 음식을 더 많이 요리하는 것처럼 우리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주어진 여건을 따라가는 대신 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반복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혹은 매주 지속하는 습관은 이렇게 탄생한다.
글을 읽는 행위, 소위 독서라고 칭하는 것을 넘어선 읽는다는 행동 자체가 연간 행사, 월중 행사와도 같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누구나 다 일일이 계산하고 인식하진 않아도 매일 글을 읽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길을 걷다가는 네온사인을, 운전하다가는 교통 표지판을, 식당에 가서는 메뉴판을, 소셜 미디어를 하다가는 해시태그를 읽는다. 당신도 나도.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면 읽기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또 다른 목표가 된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을 찾게 되고, 관심사에 여러 종류의 의견들을 수렴하고 싶어진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이런 감동을 주고 싶다 하는 작은 바람도 생겨난다.
개중에는 남들보다 더 자주 책을 읽고 더 자주 뉴스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아예 그렇게 태어난 거야, 읽는 게 체질인 거야’라고 말하지 말자. 읽기는 체질일 수 없다. 책 한 권 손에 안 쥐고 태어났는데 무슨 체질. 다른 여느 습관처럼 만들어지고, 고쳐지고, 실수하기를 반복하다 자신에게 꼭 맞는 습관으로 우리의 삶에 자리하게 되는 것일 뿐.
읽기를 습관화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또 단순하기도 하다. 그저 매일 읽으면 된다. 글을 더 자주 더 잘 쓰고 싶다면 그저 매일 쓰면 되는 것처럼, 읽는 것도 하면 된다. 그리고 당신의 예상대로 매일 읽고자 하는 당신을 도와줄 방법들도 있다.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자. 새로 시작해볼 수 있다. 누구나, 바로 지금 당장.
1. 나만의 모닝 루틴
눈을 뜬 순간 이후, 어떤 순서로 하루를 준비하는가? 내 경우 곧장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하고 이를 닦고 기초화장을 마치면 옷을 입고 회사에서 먹을 간식거리나 점심을 가방에 담는다. 열쇠와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선다. 회사로 가는 길, 묵상과 기도를 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 컴퓨터가 켜지는 동안 큰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담아 온다.
자리에 앉아 지난 밤 몇 개의 이메일이 왔는지 슥 훑어본 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들어간다. 읽어보고 싶은 기사를 새로운 창으로 다 열어놓고, 이메일 하나 읽고, 기사 하나 읽으면서 아침을 보낸다. 한국어 기사들을 다 읽은 후에는 나의 지메일 계정에 들어가서 리터러리 허브(Literary Hub)와 포켓(Pocket)에서 매일 보내오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열고 그들이 추천하는 기사 중 흥미로워 보이는 링크를 클릭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을 하는 주중에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 아침 습관이다. 아침 식사는 차, 과일을 넣은 요구르트, 꿀을 섞은 오트밀, 남겨둔 저녁 식사 등 다르지만 기사들을 챙겨보는 것은 다르지 않다. 읽는 기사는 다양하지만 읽는 행위는 같다.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일한 지 1년 9개월 정도 흐르고 이렇게 아침마다 세상 돌아가는 일, 많은 사람의 생각을 담은 글들을 꾸준히 읽은 지도 1년 9개월 정도 되었다. 이쯤 되면 습관이라고 해도 괜찮겠지.
2. 크롬 북마크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같은 지메일 계정으로 크롬을 사용한다. 어딜 가나 로그인을 하면 연동될뿐더러 같은 웹사이트들을 즐겨찾기 해두었기 때문에 간편하다. 자주 들어가서 글을 읽고, 팟캐스트를 듣는 사이트들은 즐겨찾기를 해두는 것이 편리하다.
패션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는 맨 리펠러(Man Repeller)나 리파이너리29(Refinery 29),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자주 다루는 온 비잉(On Being), 관계에 관한 에세이가 업데이트되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모던 러브(Modern Love), 몸과 정신의 건강을 중요시하는 그레이티스트(Greatist), 재미있는 버즈피드(BuzzFeed), 팟캐스트를 모아놓은 팟베이 에프엠(Podbay FM) 등을 즐겨찾기 해두었더니 읽는 것이 좀 더 쉬워졌다.
생각보다 더, 불편하거나 귀찮아서 하고 싶은 것을 생략하는 때가 많다. 이전에는 아침을 챙겨 먹는 것보다 늦잠을 자는 것이 더 좋아서 밥을 건너뛰기도 했다. 과일이 먹고 싶어도 껍질을 까고 싶지 않아도 다음날로 미룬 적도 있었다. 읽는 것 자체를 언제든 쉽게 할 수 있도록 간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읽기를 습관화 할 좋은 방법이 되어준다.
3. 키워드
나의 관심사, 취미생활, 열정과 맞닿는 분야들을 기억해두었다가 검색해보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다. 누즐(Nuzzel)이나 버즈수모(BuzzSumo)와 같은 사이트들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블로거와 작가를 위한 웹사이트이기도 한데,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기사들이 나온다. 누즐 같은 경우는 무료로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버즈수모는 매일 3번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직업이 아니라면 구글로도 충분하다. 구글 뉴스로도 수만 가지의 기사들을 찾아 읽어볼 수 있으니, 언제든 검색이 가능한 키워드 몇 개쯤은 미리 생각해두자.
4. 좋아하는 작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좋아하는 작가가 몇 있다는 건 언제고 시간이 생길 때 바로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소셜미디어가 형성되고, 그 안의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글과 책을 넘어서 다양한 종류의 오디오와 비디오 또한 넘쳐난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다가 가끔 휴식이 필요할 때는 그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볼 수도 있다.
글을 읽는 것을 습관화하는 와중에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다시는 글을 읽고 싶지 않을 만큼 질려버리는 순간도 오는데, 그런 때에는 같은 작가의 다른 콘텐츠를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읽기의 습관화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도 잠시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 그의 글을 계속 읽다 보면 그 사람은 어떤 다른 작가에게서 영향을 받았는지, 그가 좋아하는 작가는 또 누구인지 더 많은 정보가 쌓인다.
예를 들어 TV시리즈 ‘걸즈(Girls)’로 유명한 레나 던함(Lena Dunham)의 레니 레터(Lenny Letter)를 꾸준히 방문하다 보면 그녀의 글과 팟캐스트가 궁금해지고, 그녀의 콘텐츠를 파다 보면 TV시리즈 ‘더 민디 프로젝트(The Mindy Project)’로 유명한 민디 칼링(Mindy Kaling)과의 인터뷰를 찾을 수 있다. 둘의 대화 속에 또 다른 많은 작가와 미디어 종사자가 떠오른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의 의견과 글 스타일을 간접적으로 배우다 보면 읽기는 물론 글쓰기도 늘어날 수밖에. 한 명으로 시작해도 괜찮다. 아무나 골라서 읽기 시작해보라. 당장 지금부터.
5. 책갈피 프로그램
아~주 가끔, 글이 읽고 싶은데도 읽을 게 떨어지는 날이 있다. 짬이 나도 너무 많이 나서 밀린 기사 다 읽어버리고, 이메일 뉴스레터도 다 끝내고, 새로운 거 없나 하고 온라인을 뒤적거리는 날이 진짜 아주 가끔은 오기도 한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두 가지 사이트에 미리 등록해두었다. 바로 피들리(Feedly)와 앞서 언급한 포켓이다.
피들리는 관심 웹사이트들을 나만의 리딩 리스트에 넣어놓고 새롭게 올라오는 기사들을 한눈에, 한 리스트로 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사이트이다. 리딩 리스트는 이름을 달아 카테고리별로 나눌 수 있다. 리스트는 날짜별로 정리되고 몇 개의 기사가 업데이트되었는지도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포켓 같은 경우 좋은 책갈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기사를 클릭했는데 당장 읽을 수 없을 때 한 곳에 모아두고 다음에 읽기에 좋다. 다 읽지도 못했는데 자리를 떠야 할 때, 다른 일 처리 때문에 뒤로 미뤄야 할 때, 쉽게 잊힐 수 있는 기사 하나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이다.
당신에게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무한도전에서 지코와 정준하가 노래한 ‘지칠 때면’의 가사를 보자.
자신에게 혹독해 주변에 엄격해
백성 위해 그렇게 매일 밤 설쳤대
그를 가슴에 못 담고 그저 공부하려 한 점과
떳떳한 후대 못된 게 부끄럽다
그는 시력을 포기하며 모두 눈 뜨게 했어
난 글도 읽을 줄 알면서도 보지 못했어
눈앞에 놓인 현실을 말이야
모든 백성에게 읽기의 가치와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한글을 창재한 세종대왕에게는 모두를 눈 뜨게 하는 것이 자신의 시력을 지키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었다. 대다수 사람이 글을 읽을 줄 아는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내가 읽는 글을 통해 무엇을 보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노랫말이다.
누구나 보기 쉬운 것보다는 아무나 보기 어려운 것을 보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읽기’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읽는다. 읽기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원문: Yoona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