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직장 상사가 분통 터지게 하고, 주말에는 파트너(남편이나 아내,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말귀를 못 알아듣고, 주중 저녁에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문이 자기 할 말만 하면서 이 자랑 저 자랑을 늘어놓는다면? 여기 가도 저길 가도 맘에 안 드는 인간들뿐이고, 심지어 집으로 오고 가는 도로에서도 앞차 옆 차 뒤차 할 것 없이 제멋대로 운전을 해대는 것이 매일 운전하는 이놈의 차 중고시장에 팔아버리고 독수공방 아니면 산에 들어가서 살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
간단하게 말해서 당신의 지금 상태는, 세상 어느 것에도 어느 사람에게도 만족할 수 없는 불만족 상태입니다.
불만족 상태에 대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풀리는 것 하나 없는 듯한 기분. 나는 발버둥 치면서 달리고 달려서 아주 쬐끔 앞으로 나온 것 같은데 내 옆에 앉은 직장 동료는 별 노력 없이도 사다리 타고 위로 껑충하고 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몇 달, 몇 년을 알고 지낸, 이제는 가족같이 편한 남자 친구가 얼토당토않은 친구들과의 약속을 만들어서 우리 약속을 펑크 내더니 미안하다는 소리 대신 토끼 눈을 뜨고 날 가만히 쳐다보는 건 무슨 상황? 내가 지금껏 만나온,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해온 사람이 맞는 건지, 아님 이 놈 어느 우주에서 언제 확 튀어나온 건지 알 수가 없는 상황.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매번 자기 얘기 다 하고 나면 집중력 제로가 되고 마는 이 동창 녀석은 내 생일이나 알고 있을까 싶고, 내 얘기 조금이라도 하려 하면 금세 본인이 좋아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틀어버리는 건 나만의 오해, 아니면 얘의 유일무이한 기술?
상황이야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사람이야 언제든 제멋대로 변심할 수 있는 존재이죠. 이 말인즉슨, 당신이 지금의 삶에, 현재의 관계들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쩌면 당신 본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동의할 수 없다고요? 더 열 받는다고 스크린 꺼버리지 마시고 계속 읽어보세요. 혹시 알아요? 여기서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될지?
1. 당신이 예전에 이미 정해놓은 기준치
우리는 자꾸 비교하죠. 어렸을 적엔 엄마가 옆집 사는 동창 녀석 아님 본인 친구 딸내미하고 나를 비교하고요. 학교에선 선생님이 2등한테 1등을 은근슬쩍 갖다 대곤 했죠. 꼴찌는 뒤에서 2번째 녀석이랑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죠. 이 동네에서 글 좀 쓴다 하면 저 동네에서 글 좀 쓴다 하는 사람한테 비교당하고,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옆에서 아령 드는 저 여자 팔 근육에 자꾸 눈이 가기도 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비교하는 존재니까요.
까짓것 비교하라고 하죠, 뭐. 근데 문제는 이거예요. 살아있는 생물체랑 비교하면 괜찮은데, 우린 상상 속의 사람들하고 실제 인물들을 비교하기도 해요.
보세요. 어렸을 때 신데렐라 이야기의 왕자님, 백설공주 이야기의 왕자님, 쟈스민의 오직 한사랑, 알라딘… 키도 크고 잘생겼는데 돈까지 많아요. 우린 그런 남자들이 현실에서도 넘쳐날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그건 아니었단 건 다 동의하시죠?
동화책,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우리가 만난 파트너의 이상적인 모습을 가지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머릿속에 관계를 정의 내려놓아요.
격한 싸움의 끝, 무릎을 꿇고는 정확히 뭐를 어떻게 잘못했는지 하나하나 나열하며 마지막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절절한 시를 읊는 약혼남?
피곤한 하루의 끝, 상다리 휘어질 만큼 진수성찬을 등 뒤에 차려놓고, 현관에서부터 가방이며 외투며 겸손히 받아주고 잠들기 전에는 허리 등 어깨를 주물러주는 아내?
그런 사람하고 알콩달콩 연애하고 신혼 생활하고 애 낳고 늙어가는 게 제대로인 관계다, 가족의 모습이다, 라고 정해놓고 지금의 연인을 거기에다가 비교하죠. 내 맘에 안 드는 말 한마디 하거나 표정 하나 지으면 흠칫 놀라죠. 놀랬다는 건 비교했다는 거예요. 현실에서든 상상에서든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움이라는 거고, 내 생각과는 같지 않았다는 거거든요. 그리고 그 놀람이 불쾌함으로, 분노로, 싸움으로, 이별로 이어지기도 해요. 다들 사소한 걸로 헤어진다고들 하잖아요?
기사들을 읽어보면 누군 구글을 그만두고 식당을 열어 대박이 났다는 둥, 퇴직하고 세운 어른들을 위한 퇴직 학교가 미디어에서 소문을 탄다는 둥, 다들 꿈의 직장을 다니는 것 같죠. 하지만 내 직장은 내 꿈은커녕 현실인 것도 짜증이 나잖아요. 정확하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죠. 아예 천성적으로 맞지 않는 회사라서 일의 의욕을 잃어버린 거라던가, 직장상사가 100% 사이코패스라던가.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상황에서는 우리가 이미 정해놓은 직장의 모습, 개인의 기준치에 현재 회사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경우 불만족이 생겨나요.
이쯤 되면 아시겠죠? 불만족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나은 관계, 좀 더 나은 전문성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어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머무는 것보다는, 불만족을 눈치채고 만족하기 위한 변화를 도모한다면 불만족은 불만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기준치에 어떤 상황이, 어떤 사람이 맞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틀린 것이라는 결론은, 답답하고 짜증 난다는 감정은 조금 나중으로 미뤄놔 봐요.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요.
2. 불편함은 불만족이 아니에요
불편함을 불만족으로 충분히 착각할 수 있어요. 새로운 것은 불편하기 마련이에요.
예를 들어보면, 제 막내 남동생이 난해한 헤어스타일에 빠진 적이 있어요. 21세기 버전의 황비홍 헤어스타일이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아요. 양옆을 다 밀고 중간 부분만 머리를 길게 길러서 묶고 다녔었죠.
엄마는 처음 양옆을 맨머리로 밀고 집에 온 남동생을 보고 기겁하셨어요. 저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얘기를 부탁했을 정도였어요. 그 주말에 엄마와 남동생을 만난 저는 엄마에게 말했죠.
처음 보는 헤어스타일이라 어색한 거야. 조금 있어 보면 익숙해져. 나 앞머리 잘랐을 때도 엄마는 똑같이 반응했었어.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인간의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우리 자신들이 발전시킨 것들이에요. 모든 서비스업과 제품들이 우리의 편의를 위해 디자인되고 생산되고 있죠.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은 불편함이었어요. 불편함을 불만족으로 착각하면 더 나은 것, 더 나은 내일, 더 나은 삶을 향한 여정을 시작조차 할 수 없어요.
불만족은 가장 편한 상태의 내가 느끼는 만족의 부재예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해서, 내가 좀 더 이해해야 해서, 내가 많이 노력해야 해서 불평 중이라면 그건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불만족이 아닌 불편함이라는 증거예요.
짜증이 솟구치는 상황 속에서 다시 한번 질문해보세요. 내가 지금 불편한 건지, 아님 불만족스러운 건지. 제 경험상, 불편함 속에서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 먼저 행동했을 때 전 더 여유롭고 환영받는 사람이 됐어요.
반대로, 불만족인 것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땐 이 상황을 만족스럽게 바꾸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액션 플랜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고요.
3. 내용이 아닌 속도나 양의 문제
때때로는 내용이 아닌 속도나 양의 문제예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맘에 안 든다기보다, 내가 하는 일의 ‘양’이 너무 많을 수도 있고요. 새로운 남자 친구의 연애스타일이 거슬린다기보다 스킨십의 속도, 애정이 깊어지는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빠르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죠.
내가 불만족을 느끼는 것이 속도나 양인지, 아니면 상황과 관계 그 자체인지 정확히 구별할 필요가 있어요. 문제를 알아야 답을 찾죠. 주제를 알아야 대화를 시작하죠. 목적지가 확실해야 길을 낼 것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엔 이래요. 회사가 너무 안 바빠요. 가끔은 필요 이상으로 직원들을 뽑아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도 그런 불필요한 사람들 중 하나는 아닌가 싶기도 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그렇지만 월세도 내야 하고 핸드폰비도 내야 하니 우선은 있어요. 글 쓰는 게 훨씬 좋고 재미있지만 아직 제가 쓰는 글은 월세나 핸드폰비를 내주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직장생활에 불만족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너무 안 바빠서. 근데 일의 양을 일의 내용과 착각했어요. 8시부터 4시까지 오피스에 갇혀있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내가 뭐 하는 거지, 이러다 내 인생 다 망하는 거 아닌가, 이 감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야겠어, 라고까지 생각했어요. 부정적인 느낌이 너무 과했죠.
근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건 일의 양이 적당하지 않은 문제지, 일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회사에서 날 괴롭히는 한 두 명이 나랑 죽어도 안 맞는 사람들인 거지, 회사 직원들 전체가 다 나의 적이 돼야 하는 건 아니다. 뭐 이런 생각들.
그럼 이 문제와 제대로 씨름할 수 있죠. 일의 양을 늘려보는 거예요. 인사과에 말해보거나, 매니저한테 직접 얘기해도 좋죠. 아니면 팀 내에서 필요한 것 같아 보이는 일을 먼저 찾아 하는 거죠. 제 상황이 좀 더 해결하기 수월하다는 것 저도 인정해요. 일의 양이 너무 많은 문제인 경우, 한국에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정확히 문제의 모양을 찾아냈다는 건 칭찬받을 만해요. 일 자체가 나랑 안 맞는 거야, 나는 평생 백수로 살아야 하는 운명인 거야, 라는 식으로 모든 것을 싸잡아 비관하고 우울에 빠져서 생산적인 것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능이 모드로 들어가는 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니까요.
오히려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을 때 저는 더 글을 많이 쓰기 시작했어요. 물론 할 일 다 해놓고 짬이 날 때, 몇 자라도 더 썼죠. 그러니 아직도 저는 제 책상을 지키고 있는 것일 테고요. (사실 지금도 회사예요)
마무리하며
오늘은 짜증이 좀 나네? 어쩔 수 없지, 뭐.라고 생각하는 거, 저도 많이 했어요. 지금도 가끔씩 해요. 근데 그게 좀 아깝더라고요. 시간도 아깝고 에너지도 아깝고.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무지 미안하고 그랬어요. 순간에는 모르지만 시간이 좀만 지나도 낯빛이 뜨겁도록 부끄러워지고 그랬죠. 그래서 나의 불만족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고민해본 거예요. 그랬더니 이 3가지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죠.
저라는 한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불만족을 해결할 수 없어요. 그건 세상 어디에서도 불가능하고 세상 누구라도 못할 일이에요. 본인 자신만이 마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요.
며칠을, 몇 주를 침울함 속에 보냈던 지난달, 모든 게 불만스럽고 짜증 났던 그때에 제가 찾은 방법들을 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래요. 비교하는 건 그만두고, 불만족인지 불편함인지 제대로 구분하고, 불만족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찾아보길 바래요. 그 과정 속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금씩 긍정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변화는 내가 먼저 움직여야 일어나더라고요. 그리고 불만족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는 건 이미 당신의 삶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증거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조만간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우리가 만족하고 있는 멋진 3가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기대해요.
전심으로, 또 진심으로 응원해요.
원문: Yoona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