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는 회사는 노스밴쿠버에서 시작되어 지금껏 같은 도시를 지키는 아크테릭스(Arc’teryx)라는 아웃도어 브랜드이다. 작년 4월부터 시작해서 벌써 1년 5개월째 매일 아침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Second Narrows Bridge)를 건너 노스밴쿠버로 출근한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던 때, 한국에서 천연염색을 배우던 때, 『색에 미친 청춘』을 쓰러 여행을 다니던 때, 뉴욕에서 어웨이브어웨이크(Awaveawake)라는 여성복 브랜드에서 일하던 때, 결국은 떨어졌지만 대학원을 준비하던 때에는 내가 9-5식의 오피스 삶을 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예상외의 공간이 나의 직장이 된 지 세 달 정도가 됐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인생에서 정말 원하는 것이 이것인지, 회사생활의 진짜 의미가 무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 겨울에 나의 친구 스테파니를 만났다. 동네 커피숍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로,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심리 상담가로 일하는 스테파니는 본인이 여러 내담자와 나누었던 몇 가지 심리 연습 문제를 내게 제안했다.
잠깐의 시간으로 나라는 사람을 다시 생각해보고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들을 다시 정하는 최고의 커피 브레이크였다. 그녀가 내게 소개해준 2가지 심리 문제는 바로 ‘5개의 삶(5 Lives)’과 ‘가치 유형 카드(Value Sort Card)’이다.
1. 5개의 삶 5 Lives
5개의 삶은 당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 5가지를 각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는 것이다. 내가 그 당시 썼던 5가지 인생 모습은 이것이었다.
- 창업해서 후배들 키우고, 나의 스킬을 전수해주면서(남편은 꼭 다른 일 하는 동안)
- 큰 대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동네에서 도시로 통근하면서 주말에는 캠핑도 가고 가족들과 아웃도어 활동, 오손도손
- 6개월에 한 나라씩 이사 다니면서 벌고 쓰고 벌고 쓰다가 그 경험을 다른 여행자들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 남자친구랑 연애만 하면서 전 세계 고아원에 가서 천연염색, 한국말, 영어 등을 가르쳐주고 무료 워크숍 팀 만들어서 떠돌아다니기
- 정말 작은 아파트를 꾸며서 살다가 내가 여행 갈 때는 에어비앤비에 공유하고, 그 돈으로 여행지에서 맛있는 거 사 먹고 게스트와 문화 교환
스테파니에게 이 종이를 보여주니 그녀는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나눔(Contribution). 그녀가 5개의 삶으로 분석한 나라는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 사회와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이 내게 뿌듯함과 삶의 의미를 준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 많은 것에 이 키워드가 어울렸다.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고 영감을 받아 글을 쓰는 관심사들이 가진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나눔이자 공유이다.
2. 가치 유형 카드 Value Sort Card
스테파니가 두 번째로 내게 소개해준 것은 가치 유형 카드로, 83개의 단어 중에서 내게 중요한 것, 내게 매우 중요한 것,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각각 8개씩 고르는 심리 연습이다.
심리 상담가가 없이 혼자서도 단어들을 나열해보고 나의 삶에 빗대어 볼 수 있는 좋은 테스트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무엇인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뀐 부분들은 없는지, 잊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일상에서 중요해진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행복을 위한 자아 찾기 연습
직장 생활과 나의 꿈이 부딪히는 갈등 속에서 스테파니가 내게 소개해준 심리 테스트가 기억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장기 목표들을 적어 내려갔다. 머지않은 미래에 내려야 할 결정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두려움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즐거움과 희망이 나를 더 가득 채운 것도 사실이다.
매일의 삶 속에서 나의 가치들을 지키면서 살아가기란 꽤 어려운 일이다. 먹고사는 의식주 문제가 있는데 늘 내가 옳다고 하는 가치들만을 챙기며 살 수도 없고, 세상의 기준과 나의 기준이 부딪히는 일도 꽤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좀 더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나라는 사람을 더 이해하는 것, 즉 자아 찾기 연습을 게을리하고 싶진 않다.
정확히 몇 시에는 무슨 일을 하고 몇 시에는 누구를 만나며 사는 것이 나를 가장 나답게 할는지는 아직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나는 젊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며, 그 일들을 계획하는데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지난날 스테파니의 소개를 통해 찾은 나의 자아를 다시 한번 상기하고, 또 한 번 생각해본다.
나눔이 내게 주는 용기와 에너지, 삶의 가치와 목표가 있기에 나는 행복하게 내일의 출근을 준비한다. 옳은 때가 오면 나는 움직일 것이고, 그 이후엔 지루한 듯 보였던 직장 생활도 그리운 과거의 나날들이 될 테니까.
원문: Yoona Kim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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