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다이빙벨로 한때 유명했던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가 나와 이러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김어준: 그러면 시기는 6개월이면 충분했다고 보시면 이런 공법 이런 방식으로 최초 채택되면서 비용이 한 1,000억 정도 들어갔다고 하는데 비용 측면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이종인: 비용도 아무리 많이 해도 250억이면 충분히 배를 건졌다고 봅니다. 저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아무리 낮기로서니 국제경쟁입찰로 실시한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언론에서 대놓고 아무 말 대잔치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참고로 TBS 교통방송은 대한민국의 공영방송국 중 하나며 서울특별시청에서 지자체 예산을 통해 직접 운영하는 언론입니다.
상기 자료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해수부의 세월호 인양 입찰 결과 자료입니다. 이를 보면 상하이 샐비지의 금액은 적격업체 중 최저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적격 업체들까지 모두 포함한다 하더라도 250억 원은커녕 700억 원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찰에 참가한 모든 업체가 담합을 했을까요? 입찰 참여사 국적도 다양하고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건설공사 혹은 조선업의 경우 미래를 약속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주산업입니다. 따라서 낙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실적(track record) 및 재무상태입니다. 예컨대 내가 100km의 해저터널을 만들 수 있다고 기술적으로 아무리 잘 설명을 해본들 그러한 공사를 실제로 수행해 본 경험이 없으면 발주자는 이를 신뢰할 수 없습니다. 우리 회사 매출은 연간 10억 원 규모인데 갑자기 1,000억 원 규모의 입찰에 참여한다면 발주자는 전혀 신뢰할 수 없을 것이지요.
매출 10조 원의 회사는 1조 원짜리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적자 수천억 원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신뢰를 바탕으로 그것을 감수하며 공사를 마무리합니다. 다른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에서 메꾸는 형식이지요. 이것을 업계에서는 신인도라 합니다. 하지만 매출이 1,000억 원짜리 회사는 1조 원짜리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적자가 발생하면 파산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행정자치부 예규 제39호, 2016.01.19)을 참조하면 사전심사(Pre-qualification) 심사원칙으로 경영상태 분야의 적격요건을 충족한 자만을 대상으로 공사이행능력 분야를 심사합니다. 여기서 경영상태는 신용평가등급 및 부도, 파산, 해산, 영업정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며, 공사이행능력은 최근 5년 혹은 10년간 유사실적의 규모 및 금액을 평가합니다.
상하이 샐비지는 연 매출 약 3,000억 원 규모에 잠수사 및 구난 인력 1,400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02년에 1만 3천 톤에 이르는 화물선도 인양했으며, 2014년에는 침몰한 양쯔 강의 유람선도 인양했습니다.
세월호는 본디 6,800톤급 여객선인데, 인양 시에는 내부 적재물 및 토사 등의 유입으로 무게가 약 1만 4,000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실적으로만 보더라도 상하이 샐비지는 세월호 인양에 적합한 업체로 보입니다. 알파잠수기술공사의 연간 매출 혹은 인양했던 선박의 최대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데, 상장회사도 아니다 보니 인터넷에서 찾을 수도 없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1만 톤 이상의 선박을 인양한 실적은 없을 것이며 매출액도 1,000억 원은 안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인양작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마치 삼성물산이 시공한 현존하는 세계 최고 건물 부르즈 칼리파를 두고 매출액 1,000억 원도 안 되는 어느 국내 중견 건설회사 사장님이 ‘그거 뭐 17조 원이나 들여서 만들었나. 내가 만들면 4,000억 원이면 만들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아울러 상하이 샐비지의 양쯔 강 구난작업도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는데, 그 선박을 이틀 만에 건져 올린 기술력은 상하이 샐비지의 것이지만 이틀 만에 건져 올리라고 한 디시전 메이킹은 중국 정부에서 나온 것입니다. 클라이언트의 지시 없이 시공사가 스스로 선박을 인양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아무 말 대잔치는 사적인 자리에서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공적인 언론에서 쏟아내면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유가족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 그래도 어떻게라도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서 먼저 간 아이들의 진실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자꾸 이렇게 유언비어만 살포하며 감정적으로 호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아울러 대통령까지 탄핵당한 작금의 상황에서 해수부 공무원들도 열과 성의를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자꾸 이렇게 색안경만 끼고 바라보면 정권이 바뀐다 한들 이 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공무원은, 우리 국민은 바뀌지 않습니다. 물론 적폐는 청산해야겠지만 그 적폐의 대상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요?
세상의 중요한 사안이나 현상에 대해 예의 주시하며 잘못된 일은 없는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얄팍한 단서 몇 개를 가지고 음모론을 양산하는 일은 그 가운데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아울러 시간이 흘러 그 내세운 음모론 한두 가지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주장한 바가 거짓으로 밝혀졌음에도 오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해당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입니다.
원문: 퀘벤하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