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건전성을 고민하다
늘 고민했던 것이 있다. 바로 ‘재무 건전성’이다. 내가 생각하는 재무 건전성은 적정한 지출이다. 최소한의 지출. 하지만 늘 허세를 부리며 월 책정한 예산을 오버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리볼빙 인생을 살고 있다.
벌써 직장생활 10년 차인데… 아직도 난 여전히 내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매월 돌아오는 카드값을 막기 위해 매월 중순이면 골이 지끈지끈할 정도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최근 이직을 한 뒤로 난 내 삶을 통제하려고 애쓰고 있다.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세상이 날 집어삼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출에 대한 고민은 사리분별에 대한 고뇌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나는 늘 왜 카드값 청구서에 쫓기기만 해야 하는가?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사실 이직 후 난 지출 패턴을 완전히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체질개선에 들어간 것이다. 요즘은 카드사용 대신 현금으로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금을 쓰려고 노력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카드란 것을 쓰다 보면 지출에 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 표시되는 영수증과 문자메시지는 지출에 대한 경계감을 무디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혜택을 버리고 지출을 통제할 것인가
내가 그동안 신용카드를 쓰려고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매월 일정 금액 이상 사용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통신비 할인과 주유비 리터당 할인 혜택 등 때문이었다.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의 달콤함에 빠져 난 카드를 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롯데리아에서 100원 할인을 받지 못했을 때는 괴롭다는 느낌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카드사 할인 혜택 중독자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 최근 며칠간 심각하게 고민했다. 카드를 끊을지 말지를 말이다.
역시나 먼저 든 생각은 ‘아깝다’였다. 합리적 소비자라고 한다면 카드사 할인 혜택을 챙기는 것이 맞다는 생각했다. 매월 고정지출은 발생하게 마련이다. 일정 비용 이상으로 카드를 사용할 경우 자연스럽게 할인 혜택은 따라온다. 많게는 몇만 원이 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수십만 원이 된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나를 끊임없이 미련이 남게 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봤다. 카드를 사용함으로써 지출 관리가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다. 현금은 내 재무상태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지갑에 돈이 없으면 난 돈이 없는 것이다. 지출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결국 불필요한 지출은 줄어들고, 지출할 때에도 몇 번을 더 심사숙고한 뒤에 하게 될 것이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과도한 지출에 따른 리볼빙 삶은 방지할 수 있다. 내 수준에 맞는 지출을 하며 살아가는 날이 오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래 결심했어
결국 난 카드를 없애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이 바뀌기 전에 카드사 홈페이지에 로그인했다. 미청구된 명세서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이미 지출이 꽤 됐다. 새로운 직장에서의 새 출발을 자축하며 질러놨던 돈이 어마어마했다.
반성하게 됐다. ‘터무니없이 돈을 많이 쓰고 다녔구나’란 생각에서다. 카드를 없애고 나면 일시불로 그동안 쓴 돈부터 다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통장 잔액를 확인했다. 분산돼 있던 돈들을 하나의 통장으로 몰아넣었다. 비상금을 싹싹 끌어모으니 겨우겨우 막을 수 있었다. 당장 다음 달에 빠져나갈 보험료와 교통비 등은 그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홀가분한 마음
이제 내일이면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해지된 신용카드 미청구금액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면 나는 진정으로 리볼빙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내가 주는 용돈으로 어떻게 합리적으로 지출하고 살지를 말이다. 저축하고 살고 싶지만, 용돈으로 저축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38살이 되어서야 신용카드 리볼빙 삶을 청산하게 될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난 안다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세상이 나를 집어삼켜 버린다는 것을 말이다.
난 앞으로도 내 삶을 통제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고, 순간순간의 고민들을 글로 남길 것이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삶이 변화한다면 난 그것으로 내 삶의 소명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문: 신동진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