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부르카 도대체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최근 유럽 사법 재판소는 고용주의 재량에 따라, 근로자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것이 적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무슬림) 이민자 문제가 브렉시트, 네덜란드 및 프랑스 총선 등, 유럽의 굵직굵직한 정치적 선거 및 투표의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판결은 다시 한번 다양한 문화와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었다.
무슬림 여성의 의복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4년, 프랑스에서는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이슬람 두건(히잡) 착용을 법적으로 금지했고, 이를 시작으로 공공장소에서의 무슬림 의복 착용 허용 혹은 금지 법적 여부는 아직도 유럽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러나, 개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필두로 한, 종교적 자유와 평등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에게만 의복 착용 규제를 가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적 의복 착용 규제는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 종교와 성별을 막론한 모든 종교와 남성, 여성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무슬림 여성의 종교적 의복만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는 무슬림 여성의 종교적 의복 규제가 다른 종교에 비해 더 엄격하며, 신앙심이 깊은 무슬림들은 이러한 규율을 더욱더 엄격하게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적 의복 착용 금지 조항은 사실상, 무슬림 여성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되었다. 또한, 9.11 이후 무슬림 근본주의와 무슬림 혐오주의가 팽배해진 유럽에서 무슬림들은 종교 문제에 굉장히 예민하고, 과민반응하기도 한다.
반대로, 보수적 유럽인들에게 히잡과 부르카는 미개한 문명에서만 용인되는 “여성 억압”의 상징이었고, 목숨을 바쳐 쟁취한 종교와 정치의 분리, “신정 분리” 원칙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에 무슬림 이민자들은 유럽 사회의 가치를 거부하고, 사회 복지 시스템이나 좀먹는 문제아라는 인식이 더해져, 히잡과 부르카는 극우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되기도 했다.
히잡과 부르카 허용 혹은 금지? 각 입장의 근거들
히잡과 부르카 등 무슬림 여성의 종교적 복장은 그 기원과 의미 자체가 굉장히 여성 억압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신성한 삶을 위해 sex는 이슬람에서 금기시되며, 성욕은 참아야만 하는 더러운 욕정이다. 이에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머리카락과 몸을 가려야만 했고, 이것이 히잡, 부르카, 니캅의 종교적 의미가 되었다.
(원래 히잡, 부르카의 기원은 바람이 많이 부는 사막에서 피부를 보호하거나, 부족 간 납치가 횡행했던 시절, 결혼 전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발명됐다는 설이다) 물론, 이슬람 내에서도 지역과 문화의 다양성에 따라, 굉장히 개방적인 무슬림들도 많긴 하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규정하고, 여성에게만 지워지는 이 의무는 당연히 여성 차별적인것이 분명하다.
이에 무슬림 여성 의복 착용에 반대하는 자들은 이민자들이 자신의 문화, 종교와 충돌하더라도 주류 사회의 근본적 원칙과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에게 양성평등과 신정 분리 원칙은 절대 타협될 수 없는 서구 문화의 핵심 가치이다.
히잡 부르카의 굴레에서 여성을 해방시키기 위해, 그리고 state로 대변되는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교내에서 학생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할 수 있고,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니캅 착용을 금지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무슬림 근본주의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적으로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물며, 다문화주의가 오히려 무슬림 게토 등 이민자 문제를 부추겼다고 믿는다.
이에 반해, 의복 착용 허용을 주장하는 자들은 종교적 자유 역시 절대적 가치라고 반박한다. 또한, 대부분 주류 문화와 비주류 문화 등 모든 문화는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하는 “다문화주의”와 “자유주의”를 근거로 히잡, 부르카 착용은 해당 여성의 자유의사로 허용되어야 한다.
여기에 문화적 상대주의까지 가세하면, 히잡과 부르카를 여성 억압으로 해석하는 것은 서구 문화만의 일방적이고, 오만한 시선이라고 비판한다. 이렇게 따지면, 서구 여성의 하이힐 역시 여성 억압적인 것이다. 여성 개개인이 원해서 내린 독립적 의사 결정인데,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여성 억압이다.
유럽 내 종교적 의복 착용 허용 금지 관련 판결
교내에서의 부르카 금지는 OK, 그런데 히잡은…
히잡, 부르카 논쟁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 문제가 극우 포퓰리즘 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얼굴이 보이는 히잡과 달리, 부르카와 니캅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극우 정당의 우려와는 달리 이슬람에서도 예외적인 관습이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이 부르카 착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유럽 거주 무슬림들은 학생들의 부르카 착용 금지를 찬성한다.
개인적으로는 얼굴이 보이는 히잡 착용은 상황을 불문하고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신정 분리의 원칙이 무조건 종교와 정부의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독일 헌법재판소의 해석대로, 오히려 정부의 종교에 관한 중립성 및 공정함을 뜻할 수도 있다. 이를 전제하면, 당연히 개인의 의사로 선택해 입은 히잡은 종교적 자유로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의 히잡 착용 금지는 무슬림 여성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기에, 오히려 무슬림들의 사회 통합에 해가 되고, 무슬림 여성 억압의 또 다른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같은 맥락에서, 일터에서의 히잡 착용 역시 무조건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나 니캅의 경우는 좀 더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여성 해방을 위해 궁극적으로 철폐되어야 할 의복 제도이지만,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긁어 부스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부르카나 니캅을 입는 여성은 굉장히 드물며, 이를 금지함으로써, 무슬림 구성원들의 반발만을 사고, 이는 역으로 무슬림 근본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다.
또한, 부르카나 니캅 역시 코르셋, 하이힐 등과 같이 여성 억압적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 역시 절대적으로 여성의 자유의사에 맡겨져야 한다고 본다. 유럽도 한때는 여성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코르셋 사용을 남용했지만, 아무도 코르셋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았고, 이 풍습은 결국 여성 인권 운동으로 사라졌다.
코르셋과 마찬가지로, 히잡과 부르카 모두 무슬림 여성들 내부로부터의 자각과 움직임을 통해, 자발적으로 없어져야 할 풍습이라고 믿는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뭘 입든 그건 개인 자유의 결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원문 : 두꺼비의 블로그